클로이가 더럽혀지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어야 할, 그러니까 지나친 자기 인식, 실제로는 나에 대한 너무 예리한 인식에 의해 오염되지 말아야 할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다름이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다른 사람의 절대적 타자성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내게는 세계가 클로이에게서 처음으로 하나의 객관적 실체로 나타났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 지나치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지 않다고 말하겠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선생님들도, 다른 아이들도, 코니 그레이스 자신도, 누구도 아직은 클로이가 그랬던 방식으로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 그녀가 현실이 되자, 갑자기 나도 현실이 되었다. 나는 클로이가 내 자기의식의 진정한 기원이었다고 믿는다. 전에는 오직 하나가 있었고, 나는 그 일부였다. 이제는 내가 있었고, 내가 아닌 모든 것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비틀림, 복잡한 꼬임이 있다. 나를 세계로부터 끊어내, 그렇게 끊어진 상태에서 나 자신을 실현하게 하는 과정에서 클로이는 나를 광대한 모든 것에 대한 느낌, 나를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한 느낌으로부터 추방해버렸다. 그때까지 나는 그 모든 것 안에서, 대체로 행복한 무지 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전에는 집안에 있었다면, 이제는 열린 곳에, 탁 트인 곳에, 몸을 피할 곳이 보이지 않는 곳에 나와 있었다. 나는 그곳으로 들어가는 문이 점점 좁아져, 다시는 그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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