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나를 당황하게 하던 수수께끼이고, 지금도 나를 당황하게 하는 수수께끼는 이거다. 어떻게 그애는 한순간은 나와 함께 있다가 그다음 순간에는 사라질 수 있을까? 어떻게 다른 곳에, 절대적으로 다른 곳에 있을 수 있을까? 이 점이 내가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도마찬가지다. 일단 내가 있는 자리에서 사라지면 그애는 당연히 허구, 내 기억 가운데 하나, 내 꿈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증거로 보건대 클로이는 비록 나와 떨어져 있다 해도, 늘 견고하고, 고집스럽고, 불가해하게 그녀 자신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실제로 떠난다. 실제로 사라진다. 그것이 더 큰 수수께끼다. 가장 큰 수수께끼다. 나 역시도 떠날 수 있다. 아, 그래, 나 역시 떠날 수 있다. 아, 그래, 나 역시도 당장에 떠나서는 본래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되어버릴 수 있다. 다만, 닥터 브라운 이야기대로, 산다는 오랜 습관 때문에 죽기가 싫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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