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날 사랑하지 않아서 때리지 않았다는 내 불평이 꼭찍한 자기연민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뭐? 난 이제 늙었다. 뼛속은 숭숭 비었고 머리카락은 희어졌으며, 호흡은 느리며 얕아졌고, 식욕도 변변치 않다. 내 정당한 몫보다 더 많은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고, 이젠 살 만큼 살아서 자기연민은 더이상 처량한 정신적 습관이 아니라 불가피한 사멸에 대한 두려움의 열기를 식혀줄 이마 위의 차가운 물수건 같은 것이다. 불쌍한 나, 그래, 불쌍한 나. 젊었을 때는 신체적 평안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누구나 자신이 막강하다고, 알 건 다 아니까 어리석은 경고에 귀기울이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다. 나를 X빌 밖으로 이끈 건 그런 종류의 용감한 아둔함이었다.
-316p

우리 가족이 어디에서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끔찍한 사람들이 아니었고, 당신들보다 특별히 더 나쁠 것도 없었다. 우리의 결말, 우리에게 생긴 일은 그저 운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나는 그 현관문을 완전히 닫았다. 그때 마치 하느님의 의지가 작용하기라도 한 듯, 마당 쪽으로 돌아서는 순간 고드름 하나가 갈라졌고, 내 볼을 향해 떨어진 그 고드름은 예리한 칼날처럼 눈에서 턱까지 길게 긋고 지나갔다. 아프지는 않았다. 약간 따끔했을 뿐이다. 피가 고이는 느낌이 나면서 한기가 유령처럼 상처로 스며들었다. 나중에 남자들은 그 상처가 개성적이라고 말했다. 한 남자는 얼굴 아래로 그어진 그 선이 빈 무덤 같다고 했다. 다른 이는 눈물 자취라고 불렀다. 내게 그것은 언젠가 다른 사람이었다는, 탈출한 그, 탈출한 그 젊은 여자 아이린이었다는 표시일 뿐이다.
-3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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