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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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디 그림의 추상성은 그림 한 점만 놓고 봤을 때도 드러나지만 여러 점울 연속해서 볼 때 더 확실해진다. 비슷한 상자와 병의 배열을 조금씩 끊임없이 바꾸며 전경과 배경을 스미듯 넘나들고 면과 면, 형태와 형태 사이의 긴장과 균형을 조심스레 탐구한다. 모란디가 일찍이 입체파의 영향을 받은 사실에서도 유추가 가능하지만 입체파처럼 모란디에게 있어 커다란 주제는 부분과 부분, 면과 면, 부분과 전체의 서틀한 관계" 였다. 이렇게 커다란 주제 아래 같은 소재를 반복하는 것은 현대미술의 특징을 이루기도 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모란디를 향한 애정을 담뿍 담은 짧은 글에서 "무엇이 혁신과 발전을 위한 기본 메커니즘인가?애 대한 답을 ‘변주’라 했다.
- 201p

모란디는 그 혁신의 세월을 살았다. 촌동네에서 그 세월을 살았고 여행은 의도적으로 자제했지만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고 있었다. 마음만 먹었다면 무슨무슨 파에 가담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추상을 누구보다 이해한 사람이었지만 보란듯이 추상의 물결에 뛰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구상과 추상이 충돌해 낳는 미세하고도 끝없는 균열 같은 시정을 완성했다. 사물과 사물 사이 속삭이듯 가늘게 흔들리는 골, 병에서 벽으로 벽에서 다시 병으로 진행되는 그 은근한 넘나듦, 겹치고 떨어지고 드러내는 이런 양상들이 그의 작품 속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그가 가진 구상성과 추상성 사이의 긴장이 사람을 숨죽이게 하는 정적감과 또 끝없는 변주를 낳은 것이다. 키르케고르의 이 말에서 모란디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반복적 기억은 같은 종류의 움직임이다. 다만 그 방향이 반대일 뿐이다. 기억 속의 대상은 뒤로 가는 방향으로 반복되는 반면, 반복은 말하자면 앞으로 나아는 방향으로 그 대상을 기억한다. 모란디에게 있어 반복은 혁신을 위한 방법이었고 그 방법은 먼지로 덮인 사물을 응시하는 것이었다.
-2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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