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아, 너도 알다시피 삶은 우리가 자식들에게 전해주는 것 아니겠니! 그러면 자식들이 그 삶을 사는 거고, 우린 우리가 전해준 삶이 자식들을 통해 뭔가로 되돌아오면 만족하는 거니까. 하지만 그땐 그 삶이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닌 것 같지. 우리에게 삶은 우리가 준 게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것으로 늘 남아 있거든. 그 삶이 얼마나 길다 해도 우리 안엔 늘 유년의 첫맛과 엄마 아빠의 얼굴, 그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우리를 위해 마련한 그때 그 집을 간직하고 있기 마련이지. 넌 내 삶이 어땠는지 알지. 내가 여러 번 얘기해줬으니까. 그런데 아들아, 그 삶을 사는 건 또 다른 거란다."
- 106~107pp. <어머니와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