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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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게만 느껴지는 화성 이주에 관한 고민과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화성 이주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만큼 배명훈 작가의 글은 비현실을 현실로 느끼게 만들만큼 섬세하다. 그리고 날카롭다. 그러면서도 살짝씩 달콤함도 챙기고. 과학, 정치, 철학, 문학 그 어느 것 하나 빼먹지 않고 짧다면 짧은 글 속에 담아내는 작가 특유의 매력이 역시나 이번 소설집에서도 드러났다.

작가의 말에서 “이 시대 SF 작가에게 자주 요구되는 자질은, ‘지금 이 순간’과 ‘미래의 어느 날’을 한꺼번에 담아낼 수 있는 큼직한 시간 개념을 고안해내는 재주”라는 문장이 등장했다. 책이 이야기하는 소재에 대해, 표현하는 주제에 대해 분명히 생각해볼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줌에 있어서 배명훈 작가는 이상적인 SF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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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어디에나 트리플 20
임선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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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우 작가의 글은 이 책을 통해 두 번째로 접한다. 첫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를 읽고 일상적인 것들에서 생소한 것을 발견하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소설도 그러한 느낌을 주었다. 내 곁에 있을 법한 사람, 오늘도 느꼈던 것 같은 감정. 그걸 한번 비틀어 임선우만의 색깔로 내비춘다. 나는 아마 익숙함을 비틀어 볼 줄 아는 사람을 필연적으로 좋아하게 되나보다.

죽고 싶어질 때마다 낙타로 변하는 사람, 장국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홍콩야자를 키우는, 슬픔을 느낄 때마다 푸른 돌을 토하는 사람, 오십만 원을 벌기 위해 오사카로 금괴를 배달하러 가는 두 사람. 세 이야기 속에는 저마다의 슬픔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으면 각자의 슬픔 틈을 유영하고 싶어진다.

임선우 작가는 ‘초록은 어디에나’라는 제목을 오래전 겨울밤 산택을 하다 우연히 떠올렸다고 한다. 이 책 속엔 그가 느끼는 따뜻한 슬픔의 색, 초록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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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각본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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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견고한 각본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의 가장 첫 문장이다. 저자는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딸 또는 아들로서의 역할을 기대받고, 성인이 되면서 아내와 남편, 어머니와 아버지, 며느리와 사위 등의 역할을 맡는다”고 말하며 성별에 기반한 가족 언어와 행위를 비판하며 이를 낱낱이 파헤친다. 남자 며느리,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성별에 따른 역할, 동성애와 저출생 문제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우리가 문제를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페미니즘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나서부터 여성으로 태어나서 받는 차별과 불편함, 그리고 억압받는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외부의 영향이 있다면 내가 느끼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바르게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찾을 수도 있다. 이처럼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가 미처 간과했던 사회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뒤집어 엎고 싶은 욕구가 고개를 들고 이 문제를 옳게 고칠 수 있는 방향을 찾게 된다. 저자가 물어온 것처럼 나도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이제 우리, 가족각본을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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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페이지 저자, 송섬별 역자 / 반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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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표지처럼 강렬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엘리엇 페이지는 이 책에 자신이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을 담았다고 한다. 그 실타래는 어찌나 단단히 엉켜있었던지, 책을 읽는 내 마음이 힘들어질 정도였다. 솔직하게 써내려간 글은 그와 정반대의 성향에 있는 나의 공감까지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그가 겪은 혼돈을 함께 겪는 기분이었다.

엘리엇 페이지는 자신의 정체성을 인지하고 성별을 원망하기도, 주변의 질타에 힘들어하기도 하면서도 결국엔 자신을 지켜냈다. 두 발짝 앞으로 나섰다가, 다시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것.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물러서야 할 때임을 인지하고 잠시 물러설 줄 아는 것도 커다란 용기다. 물러섰다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공간은 더 많이 남아 있다.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갈 엘리엇 페이지의 발걸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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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시대 - 단절의 구간
박세진 지음 / 마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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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패션의 변화와 결합의 흐름을 다룬다. 패션계의 큰 파장을 불러왔던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디렉팅을 시작으로 발렌시아가, 버질 아블로 등 큼지막한 유행, 그리고 패션과 사회, 패션산업으로 이어져 패션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간다.

산업이 발전하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다양성의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타인과 다름을 표방하는 것 자체가 메이저가 되어버린 시대다. 변화는 혼자 하지 않는다.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큰 목소리는 고정적 성관념에 대한 반대, 인종주의 반대, 비만혐오 반대 등 다른 목소리로 이어졌고 이 목소리는 다양한 디자인, 치수, 성별의 구분 없는 옷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패스트 패션을 문제 삼는 환경 문제의 대두는 친환경 소재로 옷을 제작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시대에 패션은 겉모습 뿐만 아니라 가치관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다. 다양함이 다양해져서, 그 다양함이 범주화되고 곧잘 조롱 받는 세상이다. 무시 받아야 할 패션이란 게 따로 존재할까? 저자의 말처럼 ’다양함에 대한 두려움을 치우‘며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더욱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이 책을 일독해야 한다. 분명 패션을 바라보는 시야가 더욱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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