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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어디에나 ㅣ 트리플 20
임선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9월
평점 :
임선우 작가의 글은 이 책을 통해 두 번째로 접한다. 첫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를 읽고 일상적인 것들에서 생소한 것을 발견하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소설도 그러한 느낌을 주었다. 내 곁에 있을 법한 사람, 오늘도 느꼈던 것 같은 감정. 그걸 한번 비틀어 임선우만의 색깔로 내비춘다. 나는 아마 익숙함을 비틀어 볼 줄 아는 사람을 필연적으로 좋아하게 되나보다.
죽고 싶어질 때마다 낙타로 변하는 사람, 장국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홍콩야자를 키우는, 슬픔을 느낄 때마다 푸른 돌을 토하는 사람, 오십만 원을 벌기 위해 오사카로 금괴를 배달하러 가는 두 사람. 세 이야기 속에는 저마다의 슬픔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으면 각자의 슬픔 틈을 유영하고 싶어진다.
임선우 작가는 ‘초록은 어디에나’라는 제목을 오래전 겨울밤 산택을 하다 우연히 떠올렸다고 한다. 이 책 속엔 그가 느끼는 따뜻한 슬픔의 색, 초록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