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없이 자연스럽게 - 좋아서 찍는 내 사진의 즐거움과 불안, 욕망
황의진 지음 / 반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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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첩에는 8 이상의 사진이 쌓여있고 그걸로 모자라 비디오와 카메라를 활용해 일상을 기록한다. 순간을 습관처럼 기록하면서 사진을 찍는지, 나아가 얼굴이 담긴 사진을 남기는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이러한 질문에 대해 답한다. ‘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라는 보편적이고도 평범한 대답은 저자의 파헤침 앞에 속수무책이다. 기존의 우리 또래 여성들과 다르게 사진을 찍지 않으며 오히려 싫어하는 축에 속하는 저자는 또래 여성들이 그렇게 사진을 찍어대고 SNS 전시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바탕으로 여성의 삶과 그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시선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며 탐구한다. 이야기는 지금 현세대 뿐만 아니라 100 전의 배경부터 다루며 피사체였던 여성이 사진의 주체가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하지만 여성들이 카메라를 쥐는 주체가 되어 셔터를 누를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서 진정한 주체가 되었을까. 잘나온 사진과 못나온 사진을 구분하고, 사진을 보정하고, 자연스럽게 나온 사진을 좋아하고, 업로드할 사진을 검열하는 우리는 과연 위해 사진을 남기는 맞을까? 나보다는 타인의 시선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사진마저 검열하는 것이 아닐까. 여성들이 사진을 남기는 이유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는 행위 자체가 여성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책을 끝까지 읽으니 행위의 주체로서 행동에 이유를 찾는 것은 필요하다고 여겨졌다. 복잡한 마음 없이 주체적으로, 안전하게 드러내며 사진을 찍을 있는 날이 얼른 다가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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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 세상을 경악시킨 집단 광기의 역사
맥스 커틀러.케빈 콘리 지음, 박중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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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너무나도 반가운 책이다. 이 책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대리인을 이용해 사람들을 죽인 찰스 맨슨, 마약악마숭배파와 아돌포 데 헤수스 콘스탄소, 헛간의 설교자 짐 존스, 악독한 성 착취범 키스 라니에르 등 총 9명의 범죄자를 다룬다. 그들의 범죄 이력, 사람들을 꾀어내는 과정, 그리고 유년 시절까지 낱낱이 담겨 있어 왜 이 사람은 이렇게 성장했는가를 톺아볼 수 있다. 그리고 유년 시절의 외부 요인이 사람이 성장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도 다시금 인지할 수 있다. 이들의 행동은 정말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이단, 사이비의 행동과도 같아서 흥미롭다. 책을 읽는 내내 범죄자들의 저열함과 잔인함에 비위가 상하기도, 책을 덮고 싶기도 하길 여러 번이었지만 이 책은 끝까지 읽어내고 싶은 힘이 있다.

컬트 지도자들 거의 모두는 공감의 결여, 타인을 조종하는 태도, 과도한 자기애 이 세 가지 두드러진 소질을 지녔다고 한다. 나열한 성정에 대한 정상성의 범위는 우리가 판단할 수 없겠지만 적당한 경계와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이상한 논리로 그들만의 대의를 지향하는 컬트 집단을 꾸준히 경계하고 탐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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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 서로의 레퍼런스가 된 여성들의 탈직장 연대기
이슬기.서현주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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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여성들은 대부분 ‘시집 잘 가는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었다. 교사, 승무원, 간호사 등 소위 말하는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이며 여초 직업이다. 시집 잘 가는 직업이란 무엇일까? 이 의문점은 사회가 여자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탐구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여성이라면 무조건 지고 태어나야하는 듯 당연하게 강요되는 돌봄, 양보, 순응과 같은 것들에 대한 생각으로 뻗어나간다. 이 책은 여초 직장인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데 어떤 외압이 있었는지, 직장을 다니며 어떤 일을 겪고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직업을 때려치기까지 어떤 계기가 있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32명의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다. 생생한 그들의 인터뷰를 읽으며 직업을 때려치우기까지의 그들의 투쟁에 응원을 보내게 되고, 그들의 용기에 읽는 이의 마음까지 부풀어오르게 된다. 나는 사회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인지 스스로 삶의 방향키를 잡고 싶을 때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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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 스펙트럼
신시아 오직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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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것만으로도 인물이 겪은 추위와 고통이 느껴진다. 이 짧은 소설은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어떠한 폭력과 핍박을 겪고있음을 드러낸다. “스텔라는 추웠다. 뼛속까지 추웠다. 지옥인가 싶은 추위였다.” 소설의 첫 문장은 역설적이게도 짧은 소설을 길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아이를 안고 끝이 보이지 않는 거리를, 매서운 추위 속을 걷는 소녀를 눈앞에 그려지게 한다. 이어지는 섬세한 묘사는 처절한 감정마저 느끼게 만든다.

나치의 압박을 직접 겪지도 않고 밀접한 관련도 없지만, 이러한 참혹함을 아름다우리만치 섬세하게 그려낸 신시아 오직의 표현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비슷한 역사가 존재하는 나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먼 나라의 비극마저 다시금 떠올려보게 했으니 말이다. 우리에겐 내것이 아닌 참혹한 현실도 나의 일처럼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은 그것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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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바게트
실키 지음 / 현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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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웹매거진 <마탕>에서 연재된 『김치바게트』가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김치바게트』는 실키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와 그림체로 동거 문화, 담배, 임신 중절, 인종 차별 등 한국과 프랑스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에피소드마다 10컷 내외의 적당한 분량으로 이야기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한국인도, 프랑스인도 이 책을 읽으면 서로의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프랑스 독자들을 대상으로 ‘아시안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김치바게트』를 구상했다고 한다. 팬데믹 기간을 보내던 2021년, 수없이 다양한 차별을 피부로 겪으며 이 그림 에세이를 구상했을 실키 작가에게 커다란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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