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아트하우스 모모는 한국퀴어영화제의 대관 불허에 항의하는 대자보가 영화관에 게시되자 이를 상영 중인 영화의 포스터로 가리는 대응을 보였다. 이화여자대학교 역시 한국퀴어영화제와 이화퀴어영화제의 문제 제기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와 아트하우스 모모의 이러한 태도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검열과 혐오 정치에 침묵으로 동조해 온 한국 사회의 정치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럼에도 퀴어 영화와 퀴어 영화문화 그리고 퀴어 민주주의가 지니는 의미를 고려할 때, 앞서 언급한 저항의 사례들은 해당 사태를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의 문제로 남겨두지 않고, 앞으로 어떠한 운동과 문화적 실천이요구되는지를 새롭게 사유하게 만든다.
둘이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교향곡은 주제 부분을 느리게 변주하며 끝났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물줄기는 움직임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처음부터 다시 한번 더 들어도 좋겠다고 정기가 생각하던 찰나, 스피커에서는 다른 곡이흘러나왔다. 분수는 그 곡에 맞춰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민규의 오류까지도 포함해 모두 수정됐으니 이제 민규를 다시 살려도 된다고. 그 말에 당신이 반신반의하며 나를지나쳐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소파에 그 자세 그대로 앉아있는 민규에게 다가가는 것을 나는 가만히 지켜봤지요. 그때까지도 귀는 어떤 멜로디를 듣고 있었어요. 저도, 당신도, 루미도. 그리고 곧 깨어날 민규도 그렇게 모두가 하나의 멜로디를, 하나의 귀로 듣고 있다는 것을 알겠더라고요. 거기, 너울거리는 신의 마음 아래에서.
하지만 그건 먼 훗날의 일이고, 당장 이 년 뒤의 일을 알지못했다는 점에서 규철은 크게 후회할 것이다. 규철은 희영에게 잊을 수 없을 만큼 크게 화를 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모진 말도 쏟아냈다. 희영이 결국 눈물을 흘릴 때까지. 사랑이아니었다면 둘의 인생은 겹칠 일이 없었을 테지만, 그렇게 겹친 삶에는 기쁨보다는 괴로움이 더 많았다. 규철은 후회하고또 후회할 것이다. 이 년 뒤 또다른 전염병이 세상을 휩쓸고나면 희영에게는 더이상의 여름이 허락되지 않을 테니까. 세상이 거듭 황폐해지자 테크 기업 수장들 사이에서는 ‘이주‘라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이주‘에는 다른 행성으로의이주도 있었지만 다른 삶으로의 이주도 있었다.
"이게 왜 지옥을 그린 것이냐고 물어봐서 대답하는 거야.자네 친구는 금방 말귀를 알아듣던데, 자네는 글자나 파먹는책벌레라 좀 오래 걸리네. 그래서 헛똑똑이라고 하는 거지. 헛똑똑이니까 「중용」은 여러 번 읽었겠지?""지금까지 열 번도 더 읽었지요."글공부를 해봐야 출세할 수도 없는 몸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저는 더욱더 성현의 말씀에 기댔습니다. 하지만 그 문장이옳다는 것을 알수록 제 마음속에서는 불이 났습니다. 옳고도옳은 말씀은 책마다 가득한데, 내 앞의 현실은 왜 이다지도 비참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