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렇게 여행을 다닐 때면 혼자 오래 걷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나, 다른 중요한 일이 있는데 놓치고 있지는 않나, 마음을 바꾸어 먹고 몇 년 후에는 다른 걸 해 보면어떨까, 나는 왜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할까. 낯선 고장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곳을 걸으며 잡다한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사실 답이명쾌하게 나올 때는 거의 없지만 마음은 좀 가라앉는느낌이 든다. 그러다 뭔가를 마주하면 그게 더 멋져보인다. 어쩌다 오게 되었는지 알 수도 없는 동네에서어둑해질 무렵까지 걸었는데 그때 들판에 서 있는 부서진 돌짐승 조각상 뒤로 노을지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한참을 보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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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아시나요? 태풍이 불면 온 사위가깜깜할 것 같지만 태풍 가운데 들어가면 바람이 잠잠하고 무엇보다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태풍이 많은 오키나와에 와서야 그걸 알았습니다. 눈물도 그런 것 같아요. 눈물이 흐르면 처음엔 앞이 흐리지만 나중에 오히려 시야가 맑아지죠. 평생 나는 어떤 곳에 비켜서서 울음을 삼키기만 했다.
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또렷하고 깨끗한 시야에 그제야 울음을 간신히 참고 있는 영소의 얼굴이 들어왔습니다. 그 얼굴과 나란히, 혜자와 미자가, 그리고 영자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나는 아마도 무슨 말인가를 더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즈음엔 나도 부디 평안에 이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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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서로의 인생을 교차했을 거라고요. 교차하면, 언젠가는 마주치게 되는 거니까 혜숙이와 영성이도 어느 한 지점에서는 같아졌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나온 성당에서 영성이는 아이들에게 시나 소설을 읽어주었어요. 어느 날엔가
"이 여자 시인은 공장에 다니면서 시를 썼대"하며 읽어준 시는 나처럼 문학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도 참 좋았어요. 그런데, "이 시대의 아벨은 누구예요?" 한 아이가 신부님께 그 시에 나온 이름에 대해 물었어요. 미선은 다음 날 영성에게 선의가 항상 선의로 남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어요. 잠시입술을 말던 미선은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좋은 환경에 있는 사람이 갖는 정의가 약한 사람들에게는 가끔 독이 될 수도 있다고요. 약한 사람들은 보호받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요. 영성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미선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을 본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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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해로 가는 기차 안에서 결국 그의 이야기를 하지않았다. 내가 구태여 보태지 않아도 세상에는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가 끝이 없었으므로, 한 친구는 이제 막 자기가 아는 아름다움에 관해 말하기 시작했다. 원시의 생활을 여전히유지하고 있는 한 모계 부족의 이야기였다. 그곳의 여자들은중요한 꿈을 꾼 날 생강 우린 물로 목욕을 하고 꽃 대신 열매로 몸을 치장한다. 남자들은 아름다워지기 위해 여자들에게서 열매를 얻어 그 위에 산호 가루를 뿌려 먹는다. 그러면 그들은 고깃배 위에서 잠들어도 길을 잃지 않고 집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물론 그 이야기가 아름답다고 모두 동의했다. 달리는 기차의 창밖에는 바다 위로 펄펄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늘과 바다가 온통 하얗고 아름다웠으며 도대체 저기에 아름다움 이외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 다시 입을 열고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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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대화가 끊겼을 때, 나에게도 아름다움에 관한한 가지 이야기가 떠올랐다. 북해로 가는 기차에서 말동무가된 친구들은 분명 내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며 좋아할 테지만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망설여졌다. 이 이야기는 사실 한남자에 대한 네 가지 이야기였고 이전에도 그 이야기들을 나 열해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그것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몇 년 전에 죽은 사람이었다. 나는 과연 그의 이야기가 안타까운 비극일까 얼마간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그건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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