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서로의 인생을 교차했을 거라고요. 교차하면, 언젠가는 마주치게 되는 거니까 혜숙이와 영성이도 어느 한 지점에서는 같아졌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나온 성당에서 영성이는 아이들에게 시나 소설을 읽어주었어요. 어느 날엔가
"이 여자 시인은 공장에 다니면서 시를 썼대"하며 읽어준 시는 나처럼 문학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도 참 좋았어요. 그런데, "이 시대의 아벨은 누구예요?" 한 아이가 신부님께 그 시에 나온 이름에 대해 물었어요. 미선은 다음 날 영성에게 선의가 항상 선의로 남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어요. 잠시입술을 말던 미선은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좋은 환경에 있는 사람이 갖는 정의가 약한 사람들에게는 가끔 독이 될 수도 있다고요. 약한 사람들은 보호받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요. 영성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미선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을 본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