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우울증은 인간의 감정을 무감각하게 만들 뿐 아니라, 삶의 기쁨마저도 앗아간다. 우울증이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정신질환 중가장 힘든 일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우울증 환자들은 마비된것 같은 무기력함에 빠지는 동시에,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압박을 받는다. 이런모순 속에서 환자들은 더욱 큰 자책에 빠지고, 특히 주변에서이해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고통이 더욱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진지하게 내보이기란 엄청난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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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서쪽은 어딜까 생각했다. 벌써 한참 전에 해가 졌다. 역알지도를 떠올려봤지만 이 길이 어느 쪽으로 이어져 있는지 확신이서지 않았다.
오사나이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비둘기는 냄새도 이용해서 자기집을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
슬쩍 던진 레몬을 받아서, 코끝에 갖다 댔다.
깊게 그 냄새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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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굴을 들어 뿌옇게 흐려진 수평선, 그 너머를 내다봤다. 뭔가 보이는 건 아니다. 그래도 돌아갈 바다는 이제 찾지 않아도 되리라.
언제부터인지 파도 소리가 그 자리까지 들려왔다.
기분 좋게 반복되는 파도 소리, 그 너머에서 울려 퍼질 혹등고래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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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생각한 것은 나였다. 먼저 ‘가호‘로 하기로 정하고, 좋은글자라고 생각되는 한자를 골랐다. 갓 태어난 이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야생 돌고래들한테도 이름 같은 게 있거든? ‘시그니처 휘슬이라는 울음소리인데, 개체별로 달라서 무리 속에서 서로를 부를 때 사용될지 모른다더라고. 그래도 아이 이름에 바람을 담거나 하는 건분명 인간뿐일 거야."
미야시타 씨는 다시 한번 가호를 향해 다정한 눈길을 보냈다.
"중요한 건 뭘 해주는가가 아니야. 이 아이는 뭔가 열매를 맺을거다, 그렇게 믿어주는 게 중요한 거지."
눈앞의 스케치에 물방울이 뚝 떨어졌다. 연필 선이 번지는 걸 보고 있다가 그게 내 눈물이라는 걸 알았다. 그러고 나니 걷잡을 수가없었다. 나는 소리 내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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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빨아서인지 응우옌의 티셔츠는 목 부분이 해져 있었다. 흰운동화도 군데군데 닳아 있었다.
그걸 보고 문득 생각했다. 응우옌도 이 도쿄에서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아니, 나 같은 사람과는 급이 다르다. 응우옌은 말도 습관도 다른 이국의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어디 앉을 만한곳이 없는지 물어보기에 교차로 너머의 어린이공원으로 같이 걸어갔다.
늘 앉는 자리 말고 가로등 바로 아래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습기가 소리를 모두 빨아들이기라도 한 듯 주위는 무척 조용했다. 이런한밤의 공원에 누군가랑 같이 있다니, 기분이 무척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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