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바다에는 바다보다 큰 배가 보인다시간이 주름 가득한 흰개의 얼굴로 짖는다 내가 지나가는모르는 고장의 동맥이 또 끊어진 것 같다쏟아지는 피에 거구의 여신이 드레스를 깨끗이 빨고있는 것 같다이놈의 세계는 매일매일 자살하는 것 같다아무리 말려도 말을 듣지 않는 것 같다종이는 손수건― 도무지 손바닥만 한 평화종이는 신의 얼굴 - 세상을 통째로 구원할 재능 없는신의 얼굴삼류 신, 어린 시절부터 싹수가 노랬던 신할머니가 발가락처럼 거친 손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나이 먹었는데 절망해도 되나죽을 때까지 절망해도 되나차창 밖에다 물었다검은 상자를 칸칸이 두드리며 물었다
그림자의 검은 빗살들로 내 엉클어진 머리를 벗기는태양너와 헤어지던 날의 일기 따위물을 체로 길어 나르며 벌받는 영원한 하루들에 대한그들은 나를 이 페이지에서 저 페이지로옮겨 적지 않을 거라고 한다건조기 속을 영원히 돌아가는더러운 빨래처럼.그러므로나는 존재한다 물 한 방울 없이 바싹 마른 채로.나는 밑줄을 긋는다 노란 형광펜으로무감동하게 조용히.빛은 건조한 혼이다. 가장 현명하고 가장 뛰어난.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이라는데 믿기 어렵다.
거짓됨에 비해,진실과 영혼은 너무 가볍구나모시옷처럼등 뒤에 듣는 날개처럼양팔 저울의 접시에 고이는 네 눈물너의 별 쪽으로 더 기울어지려고광장 위 가을 하늘이 자꾸만 태어났다 쏟아진다
나에게는 끄적거린 시들이 남아 있고 그것들은 따듯하고 축축하고 별 볼 일 없을 테지만 내게는 반쯤 녹아버린 주석주전자가 남아 있고 술을 받을 순 없지만 그걸 바라보는 내 행한 눈이 있고 그 속에 내가 있고 회색 담벼락에 머리를 짓이긴 붉은 페인트 붓처럼 희끗해진 머리카락을 헝클어놓은 네가 있고, 젖은 바지들의 옷. 아침의 기슭에 면도한 얼굴로 말끔하게 희망이, 오후가 되면 거뭇거뭇 올라오는 수염 같은 절망이 남아 있고 또다시 아침.부서질 마음의 선박과 원자로들이, 잘 묶인 매듭처럼 반드시 풀리는 나의 죽음이 남아 있고
꿈속의 여자가 중얼거렸다. 그 여자는 나였다가, 호연이었다가,해변에서 옥수수를 구워 파는 노파였다가, 멍키포레스트 거리의어느 호텔에서 연인에게 안겨 나오던 사랑에 빠진 화사한 여자였다가, 해변에서 커다란 초록색 천을 털어대던 일본인 여자였다가,이 되었다. 보건소 같은 덴 내일 가도 상관없다. 급할 게 하나도없다. 중얼대는 R의 얼굴에 신비스러운 미소가 번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