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키보드 앞에 서서 오늘은 무엇으로 글을 써 볼까.
고민하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글을 쓰다가도 잘 안써지면 괜히 키보드를 바꿔 본다. 누르는 감촉과 소리가바뀌면 글을 쓰는 내 감각도 새롭게 바뀔 것이라고 괜히 믿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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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을 걸었다. 가로등도 없는 사방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장님처럼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휘젓고 발끝으로 돌멩이를 톡톡 차며 무작정 앞으로 걸어갔다. 이름 모를 풀과 나뭇가지가 발목과 팔뚝에 휘감겼다. 더는 할 수 없다. 내일 이 집을 나갈 것이다. 누구 새낀지도 모르는 애를 내가 어떻게 키우나. 돌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애에게는 젖가슴이 있는 엄마가 필요하고 머리를 묶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만약 이대로 하루하루 지난다면 나는 자연스럽게 이애를 내 애로키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아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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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었다. 여긴 어디지. 도대체 뭐지. 뭐지. 중얼거렸다. 고요했다. 목소리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었다. 침묵이 아니었다. 곁에 없는 것같았다. 죽어버린 것은 아니겠지. 레일 끝에 둥근 우물처럼 어둠이 잠겨 있었다. 나는 천천히 집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눈이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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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나는 참지 않았다. 할 수 없어서 못한 것뿐이다. 이건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왜 목소리는 내가 화가 날 때만 참견하는 것인가.
처음에 나는 목소리가 내 마음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듯 다 아는 줄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너는 나를 잘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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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은 경이로운 얼굴로 잠시 나를 쳐다본 뒤 허벅지에 박힌 칼을 뽑아 허리춤에 집어넣고 밖으로 나갔다. 그 순간에도 피는 아무 느낌 없이 벌어진 틈에서 고요히 흘러 바닥에 흐르고 있었다. 나는 개 피와내 피가 섞여 수챗구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했다.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뭘까. 아니, 통증을 느낀다는 것은 뭘까. 어지럽고 눈앞이 흐려졌다. 나중에 이 느낌이 현기증이라는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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