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전달받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인다. 부품을 나누고, 날카로운 단면을갈아내며 조절하는 동작은 숙련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미 노동의 범주 안으로 진입해 있다. 어긋나고 어설픈 손의 움직임이 노동의 시작을 알리고, 보수도 절반가량에 그친 채 몸은 이런저런 기계의 속도에 맞춰 조정된다. 전체적인 측면에서 창우가 수행하는 노동은 부품 하나씩 빠져있는,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미완(未完)의 노동이다. 아침 일찍 작업장으로 향하는 출근길, 곧이어 나눠지는 각자의 작업. 군집이 해체되고 개개인으로 존재하는 노동의 시간 속 창우와 우재는 어딘가 어색한 존재감을 띄며 현장의직원과 동떨어져 있다. 정확히 맞물려 돌아가는 현장에서 둘의 손은 아직능숙하지 않았고, 그 미숙함은 화면 안에 그대로 담긴다. 이렇듯 이 영화가조율하는 것은 노동 그 자체로서 의미가 아닌 노동에 적응해가는 신체의 속도와 감각의 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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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트하우스 모모는 한국퀴어영화제의 대관 불허에 항의하는 대자보가 영화관에 게시되자 이를 상영 중인 영화의 포스터로 가리는 대응을 보였다. 이화여자대학교 역시 한국퀴어영화제와 이화퀴어영화제의 문제 제기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와 아트하우스 모모의 이러한 태도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검열과 혐오 정치에 침묵으로 동조해 온 한국 사회의 정치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럼에도 퀴어 영화와 퀴어 영화문화 그리고 퀴어 민주주의가 지니는 의미를 고려할 때, 앞서 언급한 저항의 사례들은 해당 사태를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의 문제로 남겨두지 않고, 앞으로 어떠한 운동과 문화적 실천이요구되는지를 새롭게 사유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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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교향곡은 주제 부분을 느리게 변주하며 끝났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물줄기는 움직임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처음부터 다시 한번 더 들어도 좋겠다고 정기가 생각하던 찰나, 스피커에서는 다른 곡이흘러나왔다. 분수는 그 곡에 맞춰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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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의 오류까지도 포함해 모두 수정됐으니 이제 민규를 다시 살려도 된다고. 그 말에 당신이 반신반의하며 나를지나쳐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소파에 그 자세 그대로 앉아있는 민규에게 다가가는 것을 나는 가만히 지켜봤지요. 그때까지도 귀는 어떤 멜로디를 듣고 있었어요. 저도, 당신도, 루미도. 그리고 곧 깨어날 민규도 그렇게 모두가 하나의 멜로디를, 하나의 귀로 듣고 있다는 것을 알겠더라고요. 거기, 너울거리는 신의 마음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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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먼 훗날의 일이고, 당장 이 년 뒤의 일을 알지못했다는 점에서 규철은 크게 후회할 것이다. 규철은 희영에게 잊을 수 없을 만큼 크게 화를 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모진 말도 쏟아냈다. 희영이 결국 눈물을 흘릴 때까지. 사랑이아니었다면 둘의 인생은 겹칠 일이 없었을 테지만, 그렇게 겹친 삶에는 기쁨보다는 괴로움이 더 많았다. 규철은 후회하고또 후회할 것이다. 이 년 뒤 또다른 전염병이 세상을 휩쓸고나면 희영에게는 더이상의 여름이 허락되지 않을 테니까. 세상이 거듭 황폐해지자 테크 기업 수장들 사이에서는 ‘이주‘라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이주‘에는 다른 행성으로의이주도 있었지만 다른 삶으로의 이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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