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처럼 헛간 안이 주황색 빛으로 가득해 처음에는주위가 눈에 잘 안 들어왔다. 하지만 곧 왼쪽에 쌓인 건초더미를 구분해 냈고 건초 더미의 높이가 더 낮아졌다는 것도 알았다. 이번에도 해의 빛살에 갇힌 건초 입자들이 보였는데,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게 아니라 동요하듯 마구 움직이고 있었다. 건초 더미 하나가 방금 전 단단한 마룻바닥에부딪혀 산산이 부서지기라도 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움직이는 입자를 잡으려고 손을 뻗자 내 손가락이 헛간 입구까지이어지는 긴 그림자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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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흐릿하고 넓었다. 가면 갈수록 땅 모양이 약간 올라가는 형세라, 아래층 위치로 내려와 있는데도 맥베인 씨네•헛간이 보였다. 풀잎은 침실 창문에서 볼 때보다 더 뚜렷했고, 특히 다른 점은 창문에서는 안 보이던 릭의 집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침실 뒤쪽 창문이 아주 조금만 왼쪽에 있었다.
면 방에서도 릭의 집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릭의 집에 대해서는 더 생각하지 않았다. 내머릿속이 조시에 대한 걱정. 특히 왜 해가 거지 아저씨와 개에게 그랬던 것처럼 조시에게도 특별한 도움을 주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다시 가득 찼기 때문이다. 모건 폭포에 가기 전에도 조시가 아플 때면 나는 해가 조시를 도와주기를바랐지만, 그때는 어쩌면 해가 지금은 좀 더 두고 보겠다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조시가 훨씬 약해졌고 앞날의 많은 것들이 불분명해졌는데도왜 해가 마냥 꾸물거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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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이의를 제기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나를 빤히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좋아. 어쨌든걸음걸이를 흉내 내 보라고 할 생각은 아니었어. 우리가 여기 있으니까. 좋은 장소에 좋은 날이지. 조시하고 같이 오고싶었는데, 그래서 클라라 너한테 부탁하는 거야. 너는 똑똑하니까. 지금 이 자리에 너 말고 조시가 앉아 있었다면 조시는 어떻게 앉았을까? 네가 앉은 자세처럼 앉진 않을 것 같은데."
"네. 조시는 좀 더・・・・・・ 이렇게 앉을 거예요."
어머니가 테이블 위로 몸을 숙이며 눈을 가늘게 떴고 어머니 얼굴이 폭포를 담은 가장자리 상자만 빼고 상자 여덟칸을 채웠다. 한순간 상자마다 어머니 얼굴 표정이 다르게느껴졌다. 어떤 상자에서는 눈이 잔인하게 웃는데 바로 옆상자에서는 눈에 슬픔이 어려 있었다. 폭포 물소리, 아이들과 개의 소리가 줄어들었고 나는 고요한 가운데에서 어머니가 하려는 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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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커피를 마시는 짧은 시간이 아침의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 조시를 깨우는 일이 내 임무중 하나였다. 내가 계속 깨우는데도 조시가 마지막 순간까지 일어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조시는 늦게 일어나서는 방에 딸린 화장실 안에서 소리를 쳤다. "서둘러, 클라라! 늦겠어!" 나는 이미 방 밖으로 나가 계단 꼭대기에 서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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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는 어느 봄밤 자신에게 또렷해진 이 ‘서두르지 않기‘의방법론에 "절제"라는 이름을 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윤리학에서부터 ‘절제‘란 내 욕망과 관계 맺는 바람직한 방식이었다. 고대 철학자에게 욕망의 ‘강도‘가 문제라면, 우리의 시인에게 중요한 것은 욕망의 ‘속도‘다. 이 절제는 개인적·사회적 꿈을이루기 위한 긴 싸움에 나서려는 자에게 필요한 탁월성德, areté인것이다. 그가 절제를 "나의 귀여운 아들"이라 한 것은 그것이 ‘내가 낳았으나 오히려 나를 인도하는‘ 생각이기 때문이고, "나의 영감"이라 한 것은 그것이 향후 시작의 지침이 되어주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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