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투로 산도의 연주를 들으러 갔다. 쿠바 음악 전문가인 무라카미류의 말에 따르면 산도발 같은 사람은 쿠바 음악적 수준에서 보면 그리대단하지 않아, 정도지만 재즈 측면에서 들으면 상당히 "그럴듯한데" 하고 깊이 감탄하게 되는 점이 있다. 이것은 어쩌면 현대 재즈에서의 하나의 맹점 같은 걸지도 모른다. 어쩐지 서커스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오랜만에 육체적으로 재즈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면이 있어도 전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윈튼 마살리스에게는 아쉽게도 이런 유의 아크로바틱한 매력은 없다. 디지나 레드 알렌, 암스트롱, 패츠 나바로는 청중이그저 ‘우아아‘ 하고 감탄하게 하는 육체적인 호소력이 있었고,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재즈의 하나의 원점이 아닐까. 물론 이것밖에 없다면 약간 피곤해지겠지만.
지난번 보스턴에 있는 재즈 클럽에서 요즘 좋은 평가를 받는 조슈아레드맨=팻 메스니 콰르텟의 연주를 들었는데 왠지 열 시까지는 집에 들어가야 하는 ‘양갓집‘ 처녀와 데이트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뭐 그런대로 즐겁기는 했지만 다음에 다시 데이트를 한다면, 나로서는 집에 들어가야 할 시간도 없고 억제도 없는 산도발 씨 쪽을 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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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은 남아 있어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불평등성과 계급성 위에 성립하고 있는 특수 세계라는 걸 알고 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도(이런 걸 말하면 옛날 같으면 반동으로 불리며 규탄받았을 것이다. 아니, 지금도 그럴지 모르려나) 어쩌면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도 저도 아니라면,
결국 나는 이곳에서 그저 방관자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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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이 일하는 편의점 바로 옆 상가는 한 은행의 자동화기기 창구였고, 다시 그 옆은 통닭 한 마리에 7천 원씩 파는 옛날통닭 전문점이었다. 옛날통닭 두 마리를 사면 1만 2천 원.
오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운영했는데, 따로 배달은 하지 않고 홀에 테이블 네 개를 두고 생맥주와 소주를 함께 팔았다. 정용은 퇴근할 때마다 옛날통닭 전문점 안을 힐끔 바라보곤 했다. 손님이 한두 명 앉아 있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부부가 한 테이블씩 꿰차고 앉아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만지고 있었다. 그들 부부는 마치 지금 막 싸운 사람들처럼말이 없었고, 지친 표정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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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은 정용과 같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올해 스물일곱 살이 된 청년이었다. 대학에선 건축학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다시 신학대학원 상담학 석사과정에 진학하려고 준비 중에 있었다.
"상담학 석사? 그것도 뭔 학위가 필요한 거야? 그냥 자격증 따면 안 돼?"
요한은 정용의 바로 앞 타임이었다. 피곤하기도 할 텐데 재고 정리나 진열을 도와주고 나갈 때가 많았다. 그때부터 서로친해졌고, 가끔 폐기된 삼각김밥이나 도시락을 같이 먹곤 했다. 요한은 정용을 형이라고 불렀다.
"그냥 상담이 아니고요 형, 이게 믿음의 자녀로서 교리에근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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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도 자잘한 사기를 당하긴 했지만,진만이 대학에가고 입대와 제대를 하는 사이, 차츰차츰 그 횟수는 줄어들었다. 진만의 아버지가 건설 현장에서 은퇴해 할아버지와 함께살게 되면서부터 감시와 통제가 더 심해진 탓도 있었지만, 이젠 더 이상 사기꾼들도 접근하지 않을 만큼 할아버지는 늙어버린 것이었다. 어쩌다 한번 안양 집에 들르면 아파트 경비일을 하는 아버지와 하루 종일 TV만 바라보고 있는 할아버지가 함께 저녁을 먹는 쓸쓸한 모습을 목격하곤 했다. 아무도할아버지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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