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고 전원주택 마을을 빠져나왔을 때, 기후는 도롯가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서로 눈이 마주치자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웃을 일인지 아닌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웃음이 서로에게 공명되어 더욱 고조되었다. 내장이 떨릴 지경이었다. 웃음 사이로 외영은 딸꾹질하듯 말을 이었다. "실제 삶이 없다면, 풍경은 얼마나,
지루한, 것이겠어요. 또 풍경이 없다면, 실제 삶은 얼마나, 비루한것일까요…………" 엉뚱한 화법이었지만 기후는 공감했다. 아마도 서로를 뒤섞은 웃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쩐지 풍경이 영혼으로 들렸다. 실제 삶이 없다면 영혼은 얼마나 지루할 것인가. 또 영혼이없다면 실제 삶은 얼마나 비루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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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는 희미하게 웃었다.
다시 보자는 인사는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 도로를 사이에두고 나란히 살아가겠지만 굳이 일부러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벽 저편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지내다가 또다시 십 년이나이십 년이 흐른 뒤에 어느 집 아이의 결혼식이나, 케이크가 비좁도록 초를 꽂아야 하는 누군가의 생일이나, 장례식에서 우연히 만나 몇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이다. 어쩌면 한밤중에 다시 붓꽃을 볼지도 모른다. 윤재가 차에서 내려 헤드라이트 빛을 받으며 도로를건너다가 돌아보니 정혜는 다른 생각에 빠진 얼굴로 손을 흔들고있었다. 귓속에 반딧불이 깜박이는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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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의 A부터 Z까지 살펴본 나의 어휘 목록의 끝에 이르러, 나는 묘사를 묘사하기 위한 내 노력이 기꺼이 부분적이고 편파적이며 옹호의 작업이라고 느낀다. 놀랍게도 나는 여기저기서 묘사를 찾아다니다가, 지각에 그다지 호소하지 않는 최근의 시가 담긴 시집들은 휙휙 넘기게 된다는사실을 깨닫곤 한다. 왜 그럴까? 나는 여기서 나 자신이 지각할 수 있는 것들, 있는 그대로의 것들, 주어진 것들, 불완전하게 알 수 있는 것들, 결코 끝마치거나 올바르게 이해하거나 온전하게 표현할 수 없는 것들, 우리가 말하고 또 말해야 할 것들에 충성하는 편에 서 있다고 선언한다. 묘사란세상을 사실적으로 만든다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들 중 가장 강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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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묘사할 수 있거나 묘사해야 하는 건 아니다. 무엇을 불러내고 어떤 장면을 실제처럼 보이게 할 것인지의선택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어쩌면 익숙함 (말하자면 해변을 해변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과 놀라움(특별한 구체성의 근거를 제공해 그 장면을 일반적인 것들로부터 구해 내는 것은 무엇인가?)을 자아내는 것은 그저 그런몇 가지 요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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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의 언저리에서 파도에 쓸려 와 서로 뒤엉켜 있는 거머리말을 보면, 영락없이 어떤 카세트가 토해 낸 아주 얇은 테이프처럼 보인다. 나는 자연의 존재와 인공의 존재를 병치하는 이 직유가 마음에 든다. 거기에는 어쩐지 내재된 코믹한 측면이 있다. 관찰하는 대상과 그 비교 대상 간의 거리에서 유머가 나올 수 있다. 번들거리고 향긋한 수중 식물과이제 한물간 기술이 되어 버린 자성을 이용해 음악을 채운작은 플라스틱 상자 간에는 먼 거리가 있다. 단일한 비유적표현 내에서 식물과 인공물, 딱딱한 것과 부드러운 것, 작고 거대한 것을 연결하는 방식은 사고가 형성되는 구역인정신에서나 만날 듯한 요소들의 의외의 부딪침을 통해 언어에 활력을 주는 하나의 수단이다. 휘트먼은 그런 연결을이용해 풀잎을 묘사한다.

아니면 주님의 손수건인지도 모른다.
일부러 떨어뜨린 향기로운 선물이자 기념물,
귀퉁이에 주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서 우리가 보고
누구의 것인가를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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