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는 희미하게 웃었다.
다시 보자는 인사는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 도로를 사이에두고 나란히 살아가겠지만 굳이 일부러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벽 저편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지내다가 또다시 십 년이나이십 년이 흐른 뒤에 어느 집 아이의 결혼식이나, 케이크가 비좁도록 초를 꽂아야 하는 누군가의 생일이나, 장례식에서 우연히 만나 몇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이다. 어쩌면 한밤중에 다시 붓꽃을 볼지도 모른다. 윤재가 차에서 내려 헤드라이트 빛을 받으며 도로를건너다가 돌아보니 정혜는 다른 생각에 빠진 얼굴로 손을 흔들고있었다. 귓속에 반딧불이 깜박이는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