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헛된 듯 보이던 오랜 세월 동안 하찮은 것들을
‘귀중하게‘ 벼려낸 그 각오란 실상 그가 지닌 힘의비결이었다. 습관이 사람을 만들듯 작가의 문체를만든다. 자신의 생각을 거의 만족스럽게 표현하는 데여러 번 흡족함을 느낀 작가라면 단번에 자신의 재능에 경계를 그으며, 결코 그것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주제는 그 자체로 우리의 도덕적경험을 비추는 무언가를 담고 있어야 한다. 만약그 확장성, 그 필수적인 반향이 없다면 그 주제는아무리 표면이 화려해 보여도 그저 지엽적인 해프닝,
맥락에서 찢겨 나온 무의미한 사실의 조각에 지나지않는다. 그러나 상상력을 통해 충분히 깊이 탐구했다고해서,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모든 해프닝으로부터잠재력을 발견해 낼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절반의진실일 뿐이다. 그 반대 역시 진실이다. 즉, 상상력이제한되면 위대한 주제도 협소해진다. 그러나 폭넓은창조적 시각이 있다면, 비록 인간 경험의 어떠한단면도 온전히 공허하게 보일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본능적으로 우리가 공통으로 겪는 괴로움의 면면이극적이고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주제들을 모색할 수있다. 그 자체로서 삶 안에 흩어져 있으며 결정적이지 :않은 사건들의 일종의 요약 혹은 축약본이 되는 주제들말이다.

정말로 좋은 주제를 잡았다면 작가는눈물이 날 정도로 깊이 파고들기만 하면 되는데,
러시아인들은 거의 항상 그 깊이로 파고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프랑스와 러시아의 예술이 함께 빚어낸 결과,
단편소설은 형식의 심오함과 더불어 그 감각의 굉장한엄밀성을 얻게 되었다. 삶의 표면에 느슨하게 걸친거미줄 대신, 그들은 인간 경험의 본질로 곧장 향하는최적의 통로를 만들어 냈다.

독자의 신뢰를 얻고 나면, 다음 원칙은 독자의주의를 산만하게 하거나 흩뜨리는 일을 피하기다.
공포 이야기가 되고자 하는 많은 소설들은 공포를늘어놓거나 다채롭게 만듦으로써 더 무섭지 않게된다. 무엇보다도, 공포 요소를 늘어놓는다면 그것들이 분산되는 게 아니라 누적되어야 한다.

특수한 경우에는 이 원칙을 옹호할 수 있다. 그러나어떠한 일반 이론을 세우기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모든 ‘주제‘는 (소설가의 입장에서) 필연적으로 자체적인차원을 내포해야 한다. 그리고 소설가의 본질적 재능 중하나는 그 주제가 현현을 요청하며 소설가에게 스스로를내보이는지를, 그리고 그 분량이 단편에 적절할지장편에 적절할지를 식별하는 일이다. 만약 둘 모두에적용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면 둘 다에 부적절할 수도 있다.

실제로 단편소설이 절정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도덕적 드라마를 활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만약 해당사건이 한 번의 불현듯 떠오르는 회고를 통해 충분히다뤄질 수 있는 경우라면 단편소설의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만약 주제가 무척 복잡하고 연속적인 단계들이매우 흥미로워 정교하게 해명될 필요가 있는 경우,
시간의 경과가 반드시 암시되어야 하므로 소설의 형식이 적절하다.

작가가 자신의 뒤엉킨 ‘재료‘를 더듬거리기 시작하는순간, 즉 어떠한 실제 사건이 어수선하게 넘쳐나는지점들 사이에서 망설이기 시작하는 순간, 독자는 곧장머뭇거리게 되고, 그러면 현실의 환상은 사라지고 만다.
인쇄된 페이지 위의 문장들을 주시하지 않으면 연극에서무대 위의 시각 장치들에 유념하지 않아 주제가‘진행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실패를 낳는다. 단편소설작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술적 묘기를 최소한으로줄여야 한다. 가장 영리한 여배우가 화장을 가장 옅게하듯이 말이다. 다만 그가 언제나 명심해야 할 것은 종이위에 살아남은 그 최소한의 묘기가 독자의 상상력과 자신의 상상력 사이를 잇는 유일한 다리라는 점이다.

관부적절하거나 비현실적인 결말은 소설에선 그효과가 미미할지 몰라도 단편소설에선 그 가치를 매우떨어뜨린다. 서술된 이야기가 무엇이든 4,500번째단어에서 끝맺도록 자동 설정한 여섯 개 정도의
‘표준화된‘ 결말을 보여 주는, 기계적으로 찍어 낸 듯한암울한 규칙성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모든 주제가고유한 차원을 지니고 있으므로 명백히 그 결론도처음부터 지어지게 마련이니, 가장 깊은 층위의 의미에부합하게끔 이야기를 끝맺지 못하면 그 작품의 의미는 없어진다.

이는 또 다른 요점으로 이어진다. 보여 줄 도롱뇽이없다면, 독자의 귀를 막아 봤자 소용없다는 것이다.
당신이 지핀 작은 불꽃의 중심부가 살아 움직이지않는다면, 그래서 다른 무언가를 움직이지 않는다면,
소리를 지르거나 흔들더라도 독자의 기억 속에 일화를각인시킬 방법은 없다. 이야기를 말할 가치가 있는것으로 만드는 근본적인 의미를 상징하는 존재가 바로 도롱뇽이다.

단서가 주어지면 작가는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 손길은 확고해야 한다. 그는 자신이 말하고싶은 것, 혹은 그 이야기가 말해질 가치가 있는 이유를단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 주제에 대한 이러한확고한 지배력을 갖기 위해선 아무리 단편소설이라도쓰기 전부터 깊이 숙고해야 한다. 자신이 택한 형식이지니는 한계로 인해 캐릭터를 정교하게 만들어 현실과의유사성을 연출할 수 없기에, 단편소설 작가는 모험자체를 더욱더 생생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언젠가 뉴욕의 한 유명한 프랑스 제과점 주인은 그가만든 초콜릿이 맛있긴 한데 왜 파리의 초콜릿과는다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여기선비용 때문에 프랑스 제과업자들만큼이나 여러 번 작업할수 없기 때문이죠." 또 다른 가정적인 비유도 이 교훈을확실히 일러 준다. 가장 단순해 보이는 소스는 가장절묘하게 배합해 섞은 소스이며, 가장 단순해 보이는드레스는 디자인하는 데 가장 많은 연구가 필요한 법이다.

선택이라는 귀중한 본능은 오랜 인내로 제련된다.
우리가 천재는 아닐지라도, 천재가 말하고자하는 바를 전달하고자 가장 의존하는 것은 틀림없이그 인내심이다. 이 점에서 반복과 고집은 허용된다.
이야기가 짧을수록 ‘행동을 강조하기 위해 세부사항이 더 많이 탈락되고, 불필요한 것을 버렸을 때도무엇을 유지할지 선택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중요한요소들이 배치되는 순서가 지니는 효과에 더 의존하기 마련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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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각과 감각의 동요, 지나가는 모든 인상에관한 자동적인 반응을 기록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현재의주자들이 여기는 듯한 바와는 달리 그다지 새롭지않다. 대부분의 위대한 소설가들은 그 자체를 목적으로삼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설계에 부합하도록 하기위해 활용해 왔다. 가령 극심한 정신적 고통의 순간을묘사하는 게 목표인 경우, 일련의 단절된 인상들을무의미한 정밀함으로 기록하는 일이 그에 부합할 때말이다. 소설이 심리적인 것이 된 이후로 감정의 파고를생생하게 만드는 ‘효과‘의 가치는 줄곧 알려져 있었고,
소설가들은 그러한 경우에 애먼 하찮은 생각들이 뇌에영향을 미치는 강도를 점점 더 인식해 오고 있었다.

얼마 전 한 문필가가 도스토옙스키가 톨스토이보다우월하다고 선언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 이유는 그의정신이 "더 혼란스럽기에, 그가 전반적인 러시아인들의혼란스러운 내면을 보다 "진실하게 표현한다는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혼란에 깊이 빠진 내면이 어떻게혼란을 파악하고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명확하게밝히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그 주장은 상상 속 감정과 그객관적 표현을 혼동한 결과였다.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특정한 인물을 만들어 내거나 특수한 사회적 상태를묘사하려는 소설가라면 스스로를 그들과 동일시할 수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예술가가 상상력을 지녀야한다는 말을 길게 늘어놓은 셈이었지만 말이다.

한편 언어로 표현하는 건 훨씬 더 어려운데, 대상과 예술가 사이의관계가 너무 밀접하기 때문이다. 소설가는 자신이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탄생하는 바로 그 재료로작업한다. 영혼을 표현하기 위해선 영혼이 스스로를표상하는 데 쓰는 기호들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대상을 다시 볼 때 물감이나 대리석, 혹은 청동으로표현하는 경우엔 복잡하게 뒤얽힌 실제로부터예술적 시각을 분리해 내는 게 상대적으로 쉽다.
한편 생각 자체가 만들어지는 데 사용되는 바로 그단어 덩어리들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일은 무한히 어려워진다.

무엇이든 하나를 알기 위해선훨씬 더 많은 다른 것들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매튜아놀드가 오래전 지적했듯, 당면한 주제에 관해 눈에보이는 부분적인 결과물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아야한다. 영국인만이 아는 영국에 대해 저들이 무엇을알아야 하는가?"라던 키플링 씨의 말은 창조적인예술가에게도 상징적인 좌우명이 될 수 있다.

경험과 사색이 무슨 소용이냐고. 답은 이것이다. 그가독자들(그리고 편집자와 발행인)을 떠올리기를 완전히멈추고, 그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창조적인 예술가가항상 신비로운 서신을 주고받는 어딘가에 실재하며언젠가 발신자도 모르는 사이에 답신을 받게 될 또다른 자아를 위해 쓰지 않는다면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없을 것이다. 지적이고 도덕적인 경험의 경우, 창조적상상력은 마음속에 충분히 오래 머금고 또 충분히곱씹는다면 작은 것이라도 멀리 갈 수 있다. 한 번의비통한 사건으로 시인은 많은 노래를, 소설가는 여러편의 소설을 얻게 될 것이다. 다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서질 수 있는 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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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우두머리는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는 적들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벌레들이 고향을파괴하도록 그대로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월말의 어느 날 밤에 마을 우두머리는 잠에서 깨어 아들인하반마오에게 따라오라고 일렀다. 열여덟 살인 마오는 누구보다도 준수하고 총명하고 사려 깊었다.

뚜바는 언제나 벙어리 영감 하반노의 옆구리에 매달려 있었다. 그 뚜바는 보이는 것도 평범할뿐더러 일반적인 뚜바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보기 싫게 생겼고 다른 뚜바들보다 소리도 절대 크게 나지 않았다.

딸아이의 생일을 맞아, 티에 여사는 음식을 장만하고 손님들을 초대했다. 그날 참석자는 거리에서 금은방을 하는 여사둘과 티에우 씨와 같은 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둘 그리고 토아의 친구인 젊은이 댓 명이었다. 닭기름 색 새틴으로 만든 옷을 위아래로 차려입은 티에 여사는 열 살은 젊어 보였다. 청바지에 붉은 티셔츠를 입은 토아는 반짝반짝 빛이 났고 제법귀티가 흘렀다. 그녀의 어머니 말에 따르면, 토아의 아름다움은 ‘정신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점은 좀 의심스럽다. 토아는 이제 겨우 스무 살이고 대학 입시에도 낙방했으며 지적훈련이라고는 야간 영어 수업용 교재를 보는 게 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바로 그 젊음과 살랑거리는 엉덩이, 코를 찡긋할 때의 기막힌 행동거지는 과연 매력적이었다.

오후에 퐁은 티에우화를 데리러 갔다. 두 사람은 즐겁게 먹고 마셨다. 처음에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다가, 나중에는 약 기운이 퍼지면서 서로 어깨를 가까이하고 흐트러졌다. 퐁은 티에우화를 부축해서 방으로 들어왔다. 브엉빈 영감이 문을 닫고앉아서 보초를 섰다. 그날 이후로 그들은 몇 번 더 함께 다녔다. 티에우화가 젊은 퐁을 만난 것은 실로 큰 가뭄에 소나기를만난 것과 같았다. 두 사람은 함께 살자고 맹세를 했다.
약속한 날짜가 되자 퐁은 까이강 나루로 나가 물건을 받아서선라로 갔다.

산간 마을에 있는 사범학교에서 7월 말에 고원지대 교사를위한 훈련 교실을 열었다. 열한 명이 참가했고, 그들 모두는 처음 수업을 하는 젊은 교생들이었다. 도시의 독자 여러분은 지금으로부터 30~40년 전의 고원지대 학교에 대해 분명히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여러분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곳
‘보다 더 단조롭고 이익을 덜 추구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것뿐이다. 그곳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낄지는 여러분에게 달렸다.

"아무도 믿어서는 안 돼! 사는 건 참 쉽지! 어려움에 닥쳐서사람을 믿으면 끝장이야! 사람은 누구나 다 배신을 할 가능성이 있어. 가장 고귀한 믿음조차도 배신을 하지. 그래서 죽음이라는 게 있는 거야…….… 유일하게 죽지 않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건 신화야………… 신화 속에서는 사랑이라는 게 가장 위대하고도 쓰라린 신화적 존재지………."

"말씀드리자면, 칠전팔도七顚八倒하기도 했지만요, 결론적으로는 사는 건 참 쉽더라고요! 아빠 기억하세요? 그 시절 수업에 열한 명이 있었잖아요……… 반이나 죽어버렸어요・・・・・ 전은지금 진짜 높은 관리가 돼서 더 이상 교육 쪽 일은 하지 않고요. 히에우는 심각한 중독자가 돼서, 아편 중독요, 제자하고까지 놀아나는 바람에 학교에서 쫓겨났어요."

그렇다! 가장 중요한 건, 사람 그림자 하나 없어야 한다는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사는 건 참 쉽다! 그는 반드시 돌아갈것이다! 그는 거기로 갈 것이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동물닐까? 내일을 위해…….… 내일을…………

그렇게 가끔씩, 서너 달마다 아버지는 신문에 인쇄된 호앗삼촌의 시나 풍자 민요를 찾아냈어요. 아버지는 신문들을 열심히 살펴보았어요. 신문을 사는 돈이 우리 집에서 적지 않은 소비 항목이 되었지만 다행히도 우리 금두꺼비 매형이 전부 책임을 졌죠. 푹 매형이 나에게 말했어요. "계속 노인네가 그 쓸데없는 일에 빠져 있도록 놔두자고, 만약 노인네가 다른 일에정신이 팔려 있다면 우리만 죽어날 테니까." 나는 매형의 그런실용적인 사고방식이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매형은 아버지랑나이도 거의 비슷했고 게다가 나에게 용돈도 자주 주었기 때문에 그냥 그 말에 따랐죠.

비가 왔고, 나는 길가에 있는 어느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 주인은 손님에게 호의적이었고 꽤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식당 벽에는 가족들의 사진이 몇 장 걸려 있었다. 나는 그저 문득 빛나는 눈에 어딘가에 몰두하는 듯한 눈빛이 어리고,
한편으로는 마음을 졸이며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은 사람이 찍힌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 눈빛이 계속 나를 따라다녀 끊어낼 수가 없었다. 나는 식당 주인에게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그가 말했다.
"아………… 그 사람은 우리 호앗 삼촌이에요. 그 이야기를 듣고싶으세요? 그럼 맥주 몇 병과 안주를 주문하시면 선생님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이런 날씨에는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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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님께서 숭산에서 면벽 수행을 하고 계실 때 혜가가 찾아와 법인을 구하려고 합장하며 말했지. ‘스님, 소수의 마음이 편치 않사옵니다.‘ 달마님이 말씀하셨네. ‘자네의 마음을 놓아주시게.‘ 혜가가 답했지. ‘스님, 아무리 마음을 찾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달마님이 말씀하셨네. ‘그것일세! 내가 이미 자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기 때문이지.‘ 그렇게 해서 혜가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지……

달이 무척이나 밝던 어느 밤, 7월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사탕수수밭을 돌며 경비를 서고 있었다. 달빛이 하나하나를 선명하게 비춰서 마치 시나무의 뿌리처럼 사탕수수 마디마다 듬성듬성 돋아난 수염들까지 전부 보였다. 바람에 의해건조해져 아주 부드러워진 모래 표면에 사탕수수 행렬이 검게물든 그림자를 기다랗게 끼얹었다. 가끔은, 사탕수수밭에서 바람이 주저리주저리 농담을 하는 바람에 듣고 있으면 온몸이 싸늘해지기도 했다. 사탕수수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 달려갔더니,
모래 위에 사탕수수가 어지럽게 누워 있는 것이 보여 너무나도애가 탔다. 나는 자제력을 상실한 채 허공에 대고 총을 한 발쐈다. 대여섯 명쯤 되는 아이들이 벌거벗은 채 우르르 달려 나왔다. 열두 살쯤 돼 보이는 두목 같은 여자아이 하나는 사탕수수까지 질질 끌면서 달려 나왔다.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거기 서!" 녀석들은 깜짝 놀라 물로 뛰어들었고 허둥지둥 노이쪽으로 헤엄쳤다.
나 역시 총을 집어 던지고는 옷을 벗고 강으로 뛰어들었다.
한 명이라도 잡자고 결심했다. 한 명을 잡으면 전부를 추적할수 있다. 경찰들이 보통 그렇게 했다.

나는 옷을 벗고 갈색 반바지 하나만 입었다. 모두들 웃음을터뜨렸다. 누군가 길고 복잡하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대강 내가우승을 하고 싶으면 다섯 명을 쓰러뜨려야 한다는 말이었다.
우리 마을 남자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서로 시끄럽게 다투더니 결국 내가 두 사람을 쓰러뜨려야 현재 가장 점수를 많이 딴티 선수와 겨룰 수 있다는 선에서 합의를 보았다.
띠엔 선수가 씨름판에 들어왔다. 나는 바로 달려들었다. 역시 건장한 띠엔 선수는 내 다리를 감고 잡아당겼다. 천 일이넘는 시간 동안 진흙탕에서 헤엄치고 어깨에 흙을 짊어졌던 내다리는 아주 튼실했고 마치 말뚝처럼 바닥에 꽂혀 있었다. 띠엔 선수가 가로로 세로로 몸을 돌렸지만 나는 변함없이 꼼짝않고 서 있었다. 내 두 손은 띠엔 선수의 두 어깨뼈를 움켜잡고 그대로 꽉 쥐었다. 약 3분 만에 띠엔 선수는 굳어버렸고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심판이 나의 승리를 선언했다.

시골 마을의 우울하고 갑갑한 분위기에 나는 극도로 비통한감정을 느꼈다. 모두들 밥벌이를 하기 위해 분주하고 수선스러웠다. 고정관념과 풍속 들은 정말로 버거웠다. 나는 가부장 정신이 인간의 운명을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목격했다. 또한 성별과 도덕에 관한 오해들이 소녀들의 얼굴에서 빛나는 아름다움을 살해하는 것도 목격했다. 청년들은 아주 적었다. 들판에는늙은 남녀, 여성 그리고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이 일하는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가인을 멘아가씨, 아주머니 무리가 다가왔다. 매우 날카로운 어느 여자의 목소리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엉, 저기 네 가인을 시장까지 메어다 줄 사람이 기다리고 있네." 사람들이 내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나는 프엉이라는 이름의 아가씨 얼굴을, 수많은꿈속에서 나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그 얼굴을 알아보고는 멍해졌다. 여전히 그 얼굴이었다. 선들은 분명하면서도 과감했고,
천진난만하면서도 냉정했다. 프엉이 말했다. "이봐요, 품삯 받고 메다 줄래요?" 내가 말했다. "네!" 프엉은 가인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프엉이 말했다. "쌀이 담긴 가인을 시장까지 들어다주면 내가 돈을 줄 테니까 머리 좀 자르세요."모두들 웃었다.
그들은 내 어깨를 툭툭 치고 주먹으로 가슴을 때렸다. 나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처럼 쌀 가인을 메고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프엉은 붉은색 인조가죽 가방을 흔들며 내 옆에서 걸어갔다.

왐피나무는 산 중턱의 높고 가파른 곳에서 절벽 쪽으로 기울어져 자라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나무를 잘라서 골짜기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우리는 한나절이 지나도록 의견을나눈 끝에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 한쪽 편은 가지를쳐낸 후 잡아당길 수 있도록 줄을 묶고, 다른 한쪽은 나무를안전하게 쓰러뜨릴 수 있도록 흙을 전부 파내고 땅을 다지기로했다.

내 집은 도시에 있다. 농촌에 와서 지낼 기회가 별로 없었기때문에 나로서는 이번에 럼의 집에 오게 된 것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내 아버지는 선생님이고 (예전 봉건시대 관리 집안 출신인) 어머니는 집에서 살림을 하면서 아버지의 ‘조교‘ 역할을 하고 있다. 부모님은 내가 더 많이 공부하기를 원한다. "공부를 해야 덜 힘들단다 얘야." 어머니는 그렇게 말한다.

나는 럼의 아버지를 따라 달렸다. 그는 몸을 뒤로 넘어뜨리면서 연줄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연이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졌다. 럼의 아버지는 잽싸게 오른쪽으로 달려가서는 이쪽과 저쪽두렁을 뛰어다녔다. 연은 상공에서 사선으로 길을 갈랐다. 럼의 아버지가 왼편으로 뛰어갔다. 연은 또다시 비스듬히 길을갈랐다. 한동안 출렁이던 연은 둥실둥실 곧게 솟아올랐다. 럼의 아버지는 얼레를 풀었다. 벌거벗은 등판 위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달리고, 넘어지고, 또 달리고, 또 넘어지고.

나는 골목으로 나갔다. 하늘이 갑자기 신기하게 아름다운 닭기름 색으로 반짝였다. 하늘과 땅, 풀나무를 비롯한 모든 것이찬란하고 신비한 빛깔 아래 명확하게 드러났다. 닭기름 색이모든 것을 감쌌다. 진홍색의 히비스커스꽃들까지도 사람의 입술 같은 분홍색처럼 다른 색으로 변해갔다. 나는 두려움에 심장이 조여왔다. 다른 세상, 구체적으로는 끔찍하고, 세밀하게보자면 무섭기까지 한 그런 세상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잠시 후, 하늘이 어두워졌다. 모든 것이 이전의 경치로 되돌아갔다. 나는 섬뜩하고 아프면서, 내 주위의 세계가 너무나도창백하고 가엽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한참을 잠자코 서있은 후에야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양쪽 발찌에우 씨는 바로 내 눈앞에서 죽었다. 그의 머리는 한쪽으로 꺾였고 입에서는 피가 잔뜩 솟구치면서 내장이 쏟아져 나왔다. 미친 물소는 태연하게 한쪽에서 풀을 뜯었다. 찌에우 씨에게 끌려가 눈에 떨어진 띠엔은 시체처럼 창백해진 얼굴로 일어서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었다. 공여러 사람이 달려왔다. 몇 사람은 총을 들고 있었다. 어느 민FP228병이 짐승의 머리에 미친 듯이 총을 쏘아댔다.
마을 사람들이 매우 많이 쏟아져 나왔다. 럼의 할머니는 띠엔을 데리고 와서 울면서 찌에우 씨에게 절을 했다. 럼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울면서 논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제를 올리듯 절을 했다. 마을 노인 몇이 상의를 한 끝에, 멀리서 보면 나뭇가지들이 찹쌀밥을 담아놓은 쟁반처럼 퍼져 있고 줄기는 네명이 겨우 감쌀 수 있을 만큼 굵다란, 900살이 넘은 오래된 쪼이나무 아래로 찌에우 씨의 시신을 옮겨 가자고 모두에게 말했다.

후어땃에는 연한 노란빛을 띠고 단추처럼 작디작은 들꽃 같은 옛날이야기들이 작은 골목마다 세워진 울타리 주변 어딘가에 점점이 피어 있다. 남자들은 그 꽃을 입에 물고 술을 마시면 좀처럼 취하는 일이 없다. 그건 마치 샘물 한가운데에 비밀스럽게 놓여 있는, 실처럼 붉고 아주 가느다란 힘줄이 돋아난하얀 조약돌들과도 같다. 여자들은 그 조약돌을 좋아한다. 그들은 조약돌을 주워 속옷에 넣고 꼬박 100일 동안 숙성시킨다.
남편이 깔고 잘 요를 만들 때 그들은 몰래 요 안에 그 조약돌을 숨겨 넣는다. 남편이 그 요 위에 누워서 절대로 다른 여자를 생각하지 않게 해달라는 기원을 담아서 말이다.
‘후어땃은 외로운 마을이다. 그곳 사람들은 간소하고 소박하게 살아간다. 산밭을 돌보는 일은 힘겹고 피곤하다. 사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곳 사람들은 넓은 마음으로 손님을 반긴다.
후어땃에 온 손님은 화롯불을 쬐며 말린 야생 짐승의 고기와 함께 뿔잔에 즈어우껀*을 대접받게 된다.

뿌어의 냐산에서는 캔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누구도두 다리를 못 쓰는 아가씨를 아내로 맞이하려 들지 않았다. 모두들 뿌어를 가여워했다. 사람들은 뿌어를 위해 혼령에게 제사도 지내보고 약도 구해다 주었다. 아무런 효험도 없었다. 그녀의 두 다리는 변함없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시절 후어땃에는 어느 마을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가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마을 외곽, 귀신의 숲과 가까운 곳에집을 지었다. 그 집에는 고령이 된 부부 두 사람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어디를 가든 항상 함께했다. 아내는 언제나 말수가 적고 조용해서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하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남편은 키가 크고 마른 몸에 얼굴은 피골이 상접하고 코는 꼭 새의 부리 같았다. 흐릿하고 움푹 팬 노인의 두 눈에는차가운 빛줄기들이 퍼져 있었다

후어땃에는 로티부어라는 특별한 여자가 살았다. 밖에 나가면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지독한 마귀라고! 가까이 가지 마!" 부모들은 아이에게 이렇게 타일렀다. 아내들은 남편에게 이렇게 일러두었다.
부어는 매력적인 아가씨였다. 그녀는 키가 컸고 엉덩이는 평퍼짐했으며 몸매는 단단했고 가슴은 보드랍고 풍만했다. 늘 밝게 웃는 그녀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빛이 넘쳐흘렀다.

오후가 되니 하늘에 비구름이 가득 끼었고 밤이 내리자 비가쏟아졌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학과 마을 우두머리 딸의 혼인을 축하하기 위해 한 달 내내 쏘애춤을 추었다. 후어땃 마을에서 가장즐거운 쏘애춤 잔치였다. 온 마을이 흥건하게 취했다. 각 집의기둥들과, 심지어 들판의 나무들까지도 뿔잔에 술 한 잔씩을 거나하게 대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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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우리 집은 도시로 이사를 했다. 결국 나는 꼭 나루와도, 탐 누나와도 멀어졌다. 내가 마을을 떠나올 때 탐 누나는 나를 나룻배로 불러 생선 죽을 끓여주었다. 그것이 내가 소년 시절에 먹는 마지막 밴댕이 죽이 될 거라고는 나조차도 생각지 못했다. 새로운 인생이 내 눈앞에 들이닥쳤다. 도시에서도 밴댕이를 팔기는 했다. 하지만 내장을 빼고 절여서 말린 것들이었다.
내가 언제부터 도시의 생활에 섞여들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모르겠다. 나는 조금씩 성장했고 열성적으로 신기루들을 쫓아다녔다. 내 유년 시절의 밴댕이 철과 검은 물소에 관한 추억은점점 희미해져 갔다.

아버지는 돌아왔고 짐은 간소했다. 아버지는 건강했다. 그는말했다. "내 인생의 큰일을 끝마쳤다!" 내가 말했다. "네." 아버지가 웃었다. 감격스러운 심정이 온 집안에 번졌다. 모두들 보름 가까이 거나하게 취해 비틀거렸고 생활은 제멋대로였으며어느 날은 밤 12시에야 겨우 점심을 먹기도 했다. 손님들이 떼를 지어 우르르 놀러 왔다. 아내가 말했다. "이렇게 놔두면 안되겠어요." 나는 돼지를 잡게 하고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마을사람들과 친척들을 초대했다. 우리 마을은 도시에서 가깝긴 했지만 농촌의 풍속을 유지하고 있었다.
꼭 한 달이 지나서야 겨우 아버지와 마주 앉아 집안일을 논의할 기회가 생겼다.

더 이야기해둘 필요가 있겠다. 우리 부부의 정서적 소통은순조로웠다. 투이는 학식이 있는 여자였고 현대적인 스타일의삶을 살았다. 우리는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사회적인 문제들을상대적으로 간소하게 바라보았다. 투이는 경제적인 문제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교육하는 문제에 통달했다. 그리고 나는,
아무래도 꽤 구식이고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으며 조야하고 미숙한 것 같다.

아버지가 말했다. "왜 나는 계속 외톨이 같은 기분인 걸까?"
직장에서 남쪽으로 출장 계획이 잡혔다.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다녀올게." 아내가 말했다. "가지 마세요. 내일 욕실 좀 고쳐줘요. 문이 고장 났어요. 일전에 미가 샤워하고 있는데 콩이지나가다가 나쁜 짓을 하려고 해서 미가 깜짝 놀랐지 뭐예요.
그 비열한 인간, 출입 금지시켜버렸어요." 아내는 울음을 터뜨렸다. "제가 정말 당신한테도 딸한테도 잘못했어요." 나는 두고보기 힘들어 돌아섰다. 만일 지금 비 녀석이 있었다면 이렇게물었을 것이다. "아빠, 저거 악어의 눈물이에요?",

하 노인은 하수로 쪽으로 기어가서 손을 뻗어 아이를 꺼냈다. 아이의 손발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하 노인은 아이를 안고 시장에 쳐놓은 천막으로 돌아왔다.
노인은 아이의 이름을 ‘꾼‘이라고 지었다. 꾼은 개 이름이지 사이름은 아니다. 이 아이 역시 정말로 사람이 아니었다. 아이는 외형이 괴이했다. 머리는 정상치보다 훨씬 컸고, 두 팔다리는 마치 뼈가 없는 것처럼 쉽게 구부러졌으며, 중심이 조금만흐트러지면 몸이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신기한 건 꾼의 얼굴만큼은 이상하리만치 고왔다는 것이다.

꾼은 신음하며 다리를 끌었다. 귀에서는 뚝뚝 피가 흘렀다.
불빛이 밝은 창가의 처마에 다다랐을 때 꾼은 쓰러지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무언가 거대한 물체가 몸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에서 영감은 구불구불한 오솔길로 꺾어 들어가 계속 걸었다. 오솔길 양편에 늘어선 그네툼나무* 위에 나뭇잎새들이 잔뜩 앉아 있었지만 쏘지 않았다. 이런 총으로 나뭇잎새나 쏜다면 총알이 아까울 뿐이었다. 나뭇잎새라면 그는 이미 질리게먹은 터였다. 맛은 있지만 비리다. 그의 집에 새가 없겠는가?
그의 집에는 비둘기도 무척 많다.

생각은 그렇게 한들 지에 영감은 사뭇 매우 조심스럽게 원숭이 무리에 접근했다. 대자연에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많다는걸 영감은 알고 있었다. 신중해서 지나칠 일은 없는 것이다.
지에우 영감은 나무에서 가지가 갈라져나간 부분에 총을 걸쳐놓았다. 세 마리의 원숭이 가족은 재난이 다가오고 있음을결코 알지 못했다. 나무 위에 매달린 아빠 원숭이는 열매를 따서 모자 원숭이를 향해 땅으로 던졌다. 녀석은 열매를 던져주기 전에 매번 맛있는 것을 골라 먼저 먹어버렸다. 정말 비열한행동이었다. 지에우 영감은 방아쇠를 당겼다. 원숭이들이 한참동안 숨죽이고 있을 만큼 총소리가 사납게 울렸다. 수컷 원숭이가 팔에 힘이 풀려 땅 위로 벌렁 나자빠졌다.

돌무덤 뒤에서 갑자기 새끼 원숭이가 튀어나왔다. 녀석은 영감의 총에 달린 끈을 움켜쥐고 땅 위에 질질 끌며 끌어당겼다.
세 원숭이는 기며 뛰며 허둥지둥거렸다. 지에우 영감은 잠시멍하니 서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처한 상황이 정말 비상식적이지 않은가!

바위산은 경사가 급하고 미끄러웠다. 그곳에 올라가는 것은위험하고 매우 힘든 일이었다. 지에 영감은 자신의 힘을 헤아려보았다. ‘하지만 어쨌든 반드시 네놈을 잡아야만 해!‘ 지에우 영감은 정신을 가다듬으며 벌어진 돌 틈을 붙잡고 기어올랐다.

상처 입은 수컷 원숭이는 평평하지만 다소 위태로워 보이는돌 위에 누워 있었다. 돌 아래에는 산비탈에서 한 뼘 정도 너비로 벌어진 틈이 보였다. 지에우 영감은 몸이 떨렸다. 언제라도 바위가 떨어져 내릴 수 있다는 기분에 그는 두려웠다. 범상치 않은 대자연이 영감의 용기가 어떤지를 시험해보려는 것 같았다.
지에우 영감은 두 팔꿈치를 지지대 삼아 몸을 웅크리고 올라갔다. 황금색에 매끈한 털을 가진 원숭이는 대단히 멋있었다. 녀석은 엎드려 누운 상태로 움직일 방법을 찾으려는 듯 두손으로 바위 위를 긁고 있었다. 녀석의 어깨 부위는 붉게 얼룩졌다.

지에서 영감은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사람들을 피해가고 싶었다. 그 길에는 길을 막고 있는 가시덤불이 가득했지만 뜨후옌꽃도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잔뜩 피어 있었다. 지에우 영감은 얼이 빠져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뜨후옌꽃은 30년마다 한 번씩 핀다. 뜨후옌꽃을 본 사람은 행운을 만난다고 했다. 이 꽃은 하얗고 짠맛이 나며 이쑤시개 끝만큼 가늘어서 사람들은 숲속의 소금이라고 부른다. 숲에 소금이 맺히면나라가 평화롭고 수확이 풍성할 거라는 징조다.
골짜기를 빠져나온 지에 영감은 들판으로 내려갔다. 봄비가 부드럽지만 아주 빠르게 떨어졌다. 영감은 줄곧 그렇게 벌거벗은 채로 그토록 외로운 걸음을 내디뎠다.
잠시 후 그의 그림자는 빗줄기에 희미해졌다.
얼마 후면 절기상 입하다. 날이 점차 따뜻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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