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64년 겨울>이라는 소설이 특히 그렇다. 여기에는 세 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추운 겨울 포장마차에서 만난 이들은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고 그 돈을 포장마차에서함께 쓰자고 옆자리 사람에게 말을 건다. 가난한 행색의 남자는 다음날 아침 여관의 옆방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하룻밤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세 사람의 삶과 생각과 운명을 잘 직조해냈다. 책을 덮고도 오랫동안 그들이 생생한 모습으로 가슴속에 살아 있다. 무엇이 이것을 가능하게 했을까? 이 점을 두고두고 생각해보아야 한다. 작품을 샅샅이 분석하고 문장을 꼼꼼히 읽어본다. 필사하고 모방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 쓰기의 초기단계에서는 모든 집중력을 인물에 모으고 오직 앞으로 나간다. 인물이 구체화되면 그때는 다른 구성요소들에 에너지를 안배해가면서 균형을 맞추어이야기를 입체화시킨다. 인물이 형상화되기 전에는 소설로써의 형태가 갖춰졌다고말할 수 없다. 아직은 소설을 끝까지 밀고•나갈 힘이 생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주인•공과 나는 한배를 탄 운명이고 서로가 서로를 먹여 살려야 하는 관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은 과학이다."
지금까지 뇌리에 박혀 있는 이 말은 소설을 가르치는 스승님께 처음 들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말이었다. 문학더러 과학이라니. 나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십 년을 바친 셈이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데는 많은 도구들이 필요했다. 못이나 망치, 줄자뿐만 아니라 중장비까지 갖추어야 소설이라는집을 지을 수 있었다. 처음에 등장인물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느냐,
에서부터 구성과 에피소드, 은유와 상징, 퇴고가 뭔지를 배웠다. 건축가의 눈으로 그것이 적재적소에 잘 배치되었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했다. 그래야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소설, 독자의 눈길을 붙잡는 흥미로운 소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작가는 무엇보다 문장을 목숨처럼 여기고 갈고닦아야 한다는 점도 가슴 깊이 새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는 자기만의 균형을 가지고 있다. 그 경계 또한 수채화처럼 모호했다. 광택이 나다가 매트해지고, 또 밝아지다가 어두워지기를 반복하면서 변하는 색채는 바람과날씨를 그대로 알려 주었다. 해류는 머나먼 해안선으로부터 따스함을 날랐다. 태양은 마그마로 된 섬처럼 수평선 위로 떠올랐다가 황금빛 아틀란티스처럼 가라앉았다.
밀물과 썰물은 달의 주기와 함께 움직였다. 아마도 다른천체와 충돌해 지구에서 떨어져 나간 후에도 달은 늘지•구를 그리워하며 주변을 맴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여전히 다 말라 버린 용암의 바다와 소통을 하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때까지는 여왕벌이 전해의 짝짓기를 통해 확보한 정자로 모든 알을 수정시켜 왔다. 수컷의 염색체를 받은 벌은 암컷이 되고 그 염색체가 없으면 수컷이 된다. 이제 여왕벌은 염색체가 하나밖에 없는 수정되지 않은 알을 낳는다. 이 알에서 태어나는 호박벌은 처음부터 완전히 다르다. 얼굴에 난 털 무늬는 턱수염과 구레나룻처럼 보이고 그들이 원하는 바도 명백하다. 둥지 밖으로 나설 수 있게 되면 수컷은 유혹적인 향기로 자기 몸을 감싼다. 호박벌을 취하게 만드는 데는 라임꽃 향기가 제일 인기다. 향기로 무장한 수컷은 덤불과 나무에 먹음직스러운 체취를남기고 다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