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작했던 대로 그의 문체는 수준 이상의 숙련된 솜씨였다. 그럴 줄알았다. 나는 처음부터 그가 예사롭지 않은 인간임을 간파했다. 내가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노트는 시작부터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꼬박 한나절에 걸쳐 나는 그것을 다 읽어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서야 비로소 강렬하게 담배 생각이 솟구쳤다. 나는 연달아서 두 개비의 담배를 필터가 타들어 가도록 빨아들인 뒤 현기증으로 핑글 돌아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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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누나는 분명히 더 나은 생활을 보장받고 집을 버렸을 것이다. 집보다 더한 남루함으로 자리를 옮길 누나는 절대 아니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아저씨가 차를 끓였다. 감잎차였다. 그는 등산용 버너를 가지고 있었다. 물을 끓인 다음 어느 정도 식혀서 감잎을넣어 우려낸 차를 한 잔씩 마셨다. 찻잔은 여기저기 이가 빠진 싸구려였어도 나는 그 분위기가 좋았다. 나성여관 같은 곳에서는 식사후의 차 한 잔 같은 문화는 상상할 수 없었다. 사실 우리 이웃들 대개가 다 그러하였다. 운이 좋으면 제철 과일 한 조각을 얻어먹거나손님이 남기고 간 청량음료를 물컵에 나누어 마신 것이 내가 아는후식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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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애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선풍기날개가 돌기나 한 듯 찬바람이 휘잉 몰려왔다. 정말 대단한 힘이었다. 쥬노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계집애와 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마른침만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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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이 지나 아침부터 날이 개긴 했어도 대륙에서 건너온 심한 한파는 아직 물러가지 않았고, 도쿄는 아름다운 잔설에 뒤덮여있습니다. 오늘 공연 첫날을 맞이한 가부키좌 극장은 바닥이 미끄러운 가운데서도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는데, 그 모든 이들이 바깥의 냉기를 끌고 왔는지 공연 시작 5분 전의 버저가 울리고 마지막관객까지 공연장 안으로 뛰어 들어가자 갑자기 조용해진 로비가급격하게 뼛속까지 추워집니다.
박자목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막이 오른 무대에서 시작된 것은그토록 고대하던 <기온 제례 신앙기>. 금각사에서 농성하는 반역자, 마츠나가 다이젠을 연기하는 이토 쿄노스케의 등장에 객석의열기가 빠르게 달아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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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거 말고는 다른 두 사람 표정이 너무 이상하다던데요"
확실히 다른 사진은 오조 키치사나 오보 키치사 중 한 쪽의 눈이반쯤 감겨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번 달 공연에서 오조 키치사를맡은 배우는 미쿠니야 타케노스케라는 젊은 배우로, 기억하는 분도 계실 테지만 전에 키쿠오에게 발탁되어 여장 배우가 된 바로 그타케시입니다.
물론 키쿠오는 자기가 맡겠다고 말한 이상 그 말은 꼭 지키는 사람이라, 그 이후 타케시를 자기 집에 살게 하면서 분장실에 늘 데리고 다녔는데 그걸 본 미쿠니야 일문 배우들이 ‘우리 후계자를 조연배우처럼 취급하다니 괘씸하다‘라며 항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결국 마지막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열심히 가르친 덕분에 이제는 타케시도 젊은 여장 배우 중 최고라는 말을 듣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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