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이 일하는 편의점 바로 옆 상가는 한 은행의 자동화기기 창구였고, 다시 그 옆은 통닭 한 마리에 7천 원씩 파는 옛날통닭 전문점이었다. 옛날통닭 두 마리를 사면 1만 2천 원.
오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운영했는데, 따로 배달은 하지 않고 홀에 테이블 네 개를 두고 생맥주와 소주를 함께 팔았다. 정용은 퇴근할 때마다 옛날통닭 전문점 안을 힐끔 바라보곤 했다. 손님이 한두 명 앉아 있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부부가 한 테이블씩 꿰차고 앉아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만지고 있었다. 그들 부부는 마치 지금 막 싸운 사람들처럼말이 없었고, 지친 표정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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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은 정용과 같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올해 스물일곱 살이 된 청년이었다. 대학에선 건축학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다시 신학대학원 상담학 석사과정에 진학하려고 준비 중에 있었다.
"상담학 석사? 그것도 뭔 학위가 필요한 거야? 그냥 자격증 따면 안 돼?"
요한은 정용의 바로 앞 타임이었다. 피곤하기도 할 텐데 재고 정리나 진열을 도와주고 나갈 때가 많았다. 그때부터 서로친해졌고, 가끔 폐기된 삼각김밥이나 도시락을 같이 먹곤 했다. 요한은 정용을 형이라고 불렀다.
"그냥 상담이 아니고요 형, 이게 믿음의 자녀로서 교리에근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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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도 자잘한 사기를 당하긴 했지만,진만이 대학에가고 입대와 제대를 하는 사이, 차츰차츰 그 횟수는 줄어들었다. 진만의 아버지가 건설 현장에서 은퇴해 할아버지와 함께살게 되면서부터 감시와 통제가 더 심해진 탓도 있었지만, 이젠 더 이상 사기꾼들도 접근하지 않을 만큼 할아버지는 늙어버린 것이었다. 어쩌다 한번 안양 집에 들르면 아파트 경비일을 하는 아버지와 하루 종일 TV만 바라보고 있는 할아버지가 함께 저녁을 먹는 쓸쓸한 모습을 목격하곤 했다. 아무도할아버지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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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944새그물에 걸린 새는 스스로 제 발을 움켜쥐고 죽을 때까지 펴지않으며, 그물에 걸린 물고기는 스스로 제 주둥이를 그물눈에 꽂고는 죽을 때까지 물러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 중의 어리석은 자는 잡으면 버릴 줄 모르고, 나아가면 물러날 줄 모른다. 현명하다는 사람은 아는 것을 고수향하여 돌려 생각할 줄 모르며, 있는 것을 잡고 놓지 않는다. 그러니 어찌 물고기와 새의 어리석음을 웃을 수 있겠는가.
대체로 인물人物이 생生을 받으면 집념한 것을 지식이라하고, 있는 것을 몸이라고 하여, 환상과 꿈의 경지境地를 헤매면서 항상 습기의 구사하는 바 된다. 진실로 깊이 반성하지 않으면 누가 능히 간파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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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이, 꿈에 범나비가 되어 기분 좋게 훨훨 날다가 깨어 보니 놀랍게도 사람이었다. 이에, 사람이 꿈에 나비로 화한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꿈에 사람으로 화한 것일까, 하고 의심하였다고 한다.
그것은 과연 어느 것이 꿈이고 어느 것이 깬 것인가를 알 수없다. 사람이 나비 꿈을 꾸었다면 나비는 사람의 꿈속에 나타난물건일 것이고, 나비가 사람의 꿈을 꾸었다면 사람은 나비의 꿈속에 나타난 물건일 것이다. 사람과 나비는 다 같이 꿈속의 환상幻像일 뿐이다. 어찌 반드시, 그 어느 것이 참이고 어느 것이꿈이라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 가운데에 스스로,
일찍이 사람도 아니고 일찍이 나비도 아닌, 꿈 아닌 것이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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