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흥미롭다고 느낀 부분은 이런 가설을 접한사람들이 보인 반응이다. 사람들은 기대 효과가 질병까지 일으킬 수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녔다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당시 환자들의 초진을 담당했던 의사들 중 한 명은 "이 모든 증상들을 인위적으로 꾸며내려면 실제로 하나하나 몸소 연구하고 몸에밸 때까지 연습하여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배우가 된 다음 만나는 전문가마다 속여 넘기는 노력을 쏟아야만 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아바나 증후군 관련 특별 청문회의 의장을 맡았던 상원의원 마코 루비오는 이와 유사한 입장을 취하며 집단 심인성 질환을 "수많은사람들이 건강 염려증 환자처럼 굴면서 증상을 꾸며낸 것"이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기대 효과에 대한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은 과학적 연구 결과들이 이미 증명한 것처럼, 이 같은 발상은 사실과 매우 거리가있다. 집단 심인성 질환에는 인위적이거나 공상적인 요소라고 할 것이 하나도 없다. 이는 그저 사회적 자극에 민감한 우리의 마음과 예측기계가 위험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놀라운 능력을 선보인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다.

‘나도 한때는 운동을 싫어했으나, 리프레이밍 덕분에 운동을 덜 힘들게 느끼게 되었다. 나는 어릴 때 체육 시간을 참 싫어했지만 신체활동의 중요성을 알게 된 뒤로는 몇 년간 규칙적으로 운동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운동은 언제나 내게 부담이었고, 러닝머신에서 내려갈 시간만 기다리는 날도 허다했다. 그런데 운동할 때에 느껴지는 괴로움을 리프레이밍하는 법을 배우면서 운동 중과 후에 훨씬 더 활력을 얻었다. 한계에 다다를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몸 안에 아직 비상에너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팔다리에 더 많은 영양분을보내기 위해서 폐가 확장하고 심장이 펌프질하는 상상을 하는 것이특히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운동을 하는 중에는 정기적으로 운동이가져다줄 장기적인 이점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이제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에 더해 일주일에 5번은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고 있으며, 이 시간은 진심으로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나에게 마음가짐의 변화란 내 몸이 본래 가지고 있던 운동 능력을 이제야 비로소 발휘하게 해준 크나큰 해방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에 15분씩 주 5일간 전완근을 사용해서 이를테면 테이블처럼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리는 상상을 하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중 일부는 이를 내부 시점에서 자기 자신이 직접 몸을 움직여 무거운것을 든다고 상상했고, 또다른 참가자들은 외부 시점에서 마치 몸 밖에서 자신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느낌으로 진행했다. 통제 집단은 아무런 상상 훈련도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6주일 뒤에 드러난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1인칭 주인공 시점처럼 내부 시점으로 상상 훈련을 했던 참가자들은 현실에서단 한 번도 근력 운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근력이 11퍼센트나 증가했다. 1인칭관찰자 시점처럼 외부 시점으로 훈련했던 참가자들은 그보다는 완만한 5퍼센트의 증가율을 보였으며(통계적으로 유의미한수준이라고 보기는 애매했다), 통제집단은 오히려 처음보다 근력이조금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다른 심리적 기법들과 마찬가지로39이 같은 결과는 만약 근력이 단순히 근육량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한다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운동에 대한 새로운 심리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충분히 말이 된다. 뇌가 자신의 신체적한계를 어떻게 설정하며 운동이 얼마나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예측한 바를 가지고 근육이 내는 힘과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을 어떻게 계획하는지에 따라 신체 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사실을 떠올려보자. 심적 상상은 이러한 예측을 의식적으로 가다듬고 자신의 신체 능력을 더욱 긍정적으로 지각하게 함으로써 근육으로 보내는 신호를 증폭시키고 운동 협응 능력을 향상시켜준다. 녹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운동선수들은 보통 경기력을 최대치로 발휘해야 하는 순간에조차 근섬유를 총동원하는 일이 없지만, 이렇게 시각적 상상 훈련을 하면 몸이 비축했던 비상 에너지를 좀 더 끌어다 쓰도록 촉진할 수 있다.

뇌의 예측 작용 탓에 음식의 영양분에 대한 기대는 소화(장에서 영양소를 분해하고 흡수하는 과정)나 대사(그렇게 저장한 연료를 사용해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과정)와 같은 그 음식에 대한 신체적 반응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실제 섭취량보다 적은 열량을 섭취한다고 생각하면우리의 몸도 그에 맞추어 반응한다. 즉 포만감을 덜 느껴 심한 헛헛함을 경험하며 남은 지방을 보존하기 위해서 대사량을 확 줄인다. 이른바 "결핍형 마음가짐deprivation mindset"을 경험함으로써 스파르타식으로 보이는 다이어트 식단을 따르고도 기분이 좋아지는 맛있는 음식들로만 구성한 식사를 할 때보다 살을 빼기가 더 힘들어진다. 식욕어떤 다이어트 식단을 따르든 바로 이러한 기대 효과 때문에 필요이상의 고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건강한 체형을 유지하고 싶다면 식습관만 바꾸어서는 효과가 없으며, 스스로 섭취하는 음식에 대한 사고방식 및 수식어들을 싹 뜯어고쳐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핵심이 되는 것이 "건강한"과 "맛있는"을 이분법적으로 정반대의 개념이라고 여기지 않고 먹는 즐거움이 모든 식사의 필수 구성요소라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다.

불안해하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굳이 불안해하고 싶은 사람은없을 것이다. 최신 연구들은 우리가 정서에 반응하는 방식이 대부분의 경우 자기 자신의 믿음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임을 보여준다. 즉 불쾌하지만 피할 수 없는 감정을 나쁜 것으로 여김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강력한 노세보 효과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대 효과의힘을 올바르게 인식한다면 번아웃에서부터 불면에 이르기까지 모든경험에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게 되며, 행복을 찾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다시금 정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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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중요한 루틴의 하나.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일인데 분리수거는 오래전부터 해 온 거지만 더 철저하지 못했다. 온전하게 실천하리라는 다짐이 그것이다. 빙하가 녹는 위기감으로 북극곰 살리기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것,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부터 하자는 다짐이다. 미세 플라스틱의 공포에 대처하는 일은 시를 쓰는 것에 선행되는일이다. 내가 생산하는 엄청난 쓰레기를 보면서 내 삶이 더할 나위 없이 누추하다는 자각이 그렇게 했다.
환경은 언젠가는 되돌아온다. 이럭저럭 간혹 처연해지는 밤, 늦은 밤에 맥주 한 잔이나 포도주 한 잔을 마신다. 배가 부르면 안 되니까 안주는 아몬드나 블루베리로 한다. 혼자 마시는 술, 커다란 유리창에 비치는자신을 바라보며 너는 이대로 괜찮은지? 왜 깊이 잠들지 못하는지? 아직 어떤 문제를 무겁게 지니고 있는지? 왜 의식의 기준에 날이 서 있는지? 사랑이 남아있는지? 묻는다. 그런 이후 막론하고 선량하자, 너그럽자, 스스로 주문을 한다. 이윽고 나는 없고 내가 남는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누구라도 글을 쓰면서 살 수 있고, 글을 쓰면 누구나 작가라고, 작가도 직장에 다니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사람들이 직업으로서 물건을 만들어 팔듯이 작가는 문장으로써 그럴 뿐이라고 작가는 좋게 말해 봐야 문장노동자에 불과하고, 나쁘게 말하면 대부분 시간을 백수로 지낸다고. 작가의 삶에 가지는 환상이 오히려 작가로 사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말이다.

시를 쓰기 시작한 뚜렷한 계기가 있었기 때문에 제게는 이 진심이 중요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미움, 원망과 그리움 같은여러 마음이 한데 섞여서 제 감정이 무엇인지를 뚜렷이 아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밤을 새고 아침을 맞을 때까지 시를 썼던 몇 번의 밤을 생각하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요. 오직 그 시간만이 오롯이 사랑할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미움, 원망, 자책 같은 것 말고, 그저 보고 싶은 마음과 그리움같은 것을 누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분명한 것은 저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고요.

틈을 주라는 거예요. 틈."
‘틈‘이라는 말이 낯설게 들렸습니다. 숨이 트이고호흡이 편안해지고, 차갑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기분좋은 바람이 볼 것 같은 말이었습니다. 틈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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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전환 : 치유• 치료의 효과가 일정 부분은 플라세보 현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말을들어도 당황하지 말기를 바란다! 아무리 기대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그에 따른 생물학적인 효과는 진짜이다.
여러 의학적 처치 가운데 한 가지를 고를 수 있다면, 플라세보 효과의 크기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염두에 두자. 다른 요인들이 모두 동일하다면 알약의 크기가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이 더 효과적이며, 웬만하면 캡슐이 가장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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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슷한 이유로 의료진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에는 기왕이면 공감 능력과배려심이 뛰어난 쪽을 고르도록 하자. 의료진의 태도에 따라서 여러분의몸이 치료에 반응하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 담당 주치의든 다른 신뢰할 만한 정보원이든 여러분이 받는 치료가 어떤원리로 이루어지며 어떤 식으로 효과가 나타나는지 물어보고 설명을 듣도록 하자. 이러한 정보를 아는 것이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 이렇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상상해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건강해지기 위한 계획을 세워보자. 이를 행함으로써 병세가 호전

될 가능성이 극대화된다.
가능하다면 같은 치료를 받고 회복되어 그 경험담을 나누고 싶어하는다른 환자들을 만나보자. 치료 결과에 대한 여러분의 기대를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오픈라벨 플라세보를 구하는 것도 고려해보자. 일부 온라인 소매상을통해서 상업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와의 상의 없이 진짜 약 대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지만 기존의 치료와 병행한다면 효과를 높일 수도있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의 연결성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현실적이면서도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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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트윅 공항이 "공격"을 당했을 때, 경찰은 목격자들의 증언이 신빙성 있다는 데에 무게를 두고 싶었겠지만 뇌를 예측 기계라고 보는이론에 따르면 세상에 완벽하게 객관적인 목격자란 있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신경과학자 아닐 세스가 말했듯이, "우리는 단순히 수동적으로 세상을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세상에 대한 상을만들어낸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외부 못지않게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다. ‘‘‘ 우리의 뇌가 가지고 있는 기대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것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뇌가 본래 주관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가라앉았던 기분을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유난히 불안하거나 우울하고 마치 이 세상이 내가 가진 두려움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주는 것만 같을 때면, 나는 나의 감정과 그에 따른 기대가 나의 지각을 왜곡시켰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 자신에게 납득시키려고 노력한다. 부정적인 기대는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까지도 좌우할 수 있으므로, 나는 분명한 친근함의 표현들에 집중하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더 애를 쓴다. 사실상 실생활에서 편향 수정 게임을 실천하는 셈이다.

제퍼슨은 "내가 아는 가장 뛰어난 의사 중 한 명은 자신이 지금까지 다른 모든 약을 합친 양보다 빵 부스러기와 색소 탄 물, 히코리 나무 재를 더 많이 썼을 것이라고 장담했다"라고 덧붙였다. 환자를 속이는 것 자체는 윤리적으로 옳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어느 선 이상 호전시키지도 못하면서 독성을 띨 가능성이 있는 약물을 마구 처방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이었다. 제퍼슨의 말대로 "선의의 거짓말인셈이다.

플라세보 효과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 것은 헨리 비처라는미국의 한 마취과 전문의 덕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복무했던 그는 당시 피부가 뜯겨나가고, 뼈가 산산조각나고, 포탄의 파편이 머리, 가슴, 복부에 박히는 등 정말끔찍한 부상을 입은 병사들을 자주 맡아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그중 약 32퍼센트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수의 환자들이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했고, 44퍼센트의 환자들은 아주 약하거나 그럭저럭 참을 만한 수준의 불편감만 경험했다. 심지어 이 환자들 중 4분의 3은진통제를 권해도 필요 없다며 거절했다. 비처가 보기에는 격전지에서살아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일종의 마약 같은 강렬한 희열이 되어 부상의 고통을 마비시키는 듯했다.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환자들의 해석이 어떤 영향을 미쳐 뇌와 몸이 자체적으로 천연 진통물질을 내뿜은 것으로, 이는 당시의 의학 지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넘어서는 현상이었다.

임상시험의 설계는 완벽했지만 왠지 플라세보 집단의 참가자들에게서 점점 더 약의 효과가 커져서 실제 약의 효능과 통계적으로유의미한 차이를 증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졌던 것이다. 예를 들면1990년대에 진행했던 진통제 임상시험 결과들을 살펴보면 유효약이플라세보보다 27퍼센트가량 뛰어난 효능을 보이고는 했다. 그러나2013년이 되자 그 차이는 고작 9퍼센트로 줄어들었다. 여기에서 핵심은 이 같은 결과가 거의 전적으로 가짜 치료제의 효능이 증가한 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플라세보 약의 진통 효과는 1990년대와비교해서 2013년에 약20퍼센트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에 유효약에서는 이러한 증가 추세가 관찰되지 않았다. (유효약은 이미 약으로서낼 수 있는 통증 완화 효과의 최대치에 다다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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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생활하는 공간이 아니면 시 쓰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오히려 편한 공간에 있으면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카페에서 쓰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집이나 편한 공간이 아니라면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려울 것 같다‘라고 추측하는 이유는 사실 밖에서 써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 그럴 마음이생기지 않는다. 나는 방에서도 많이 움직이지 않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에서 보낸다. 밥도 책상에서 먹고, 책도 책상에서 읽고, 시도 책상에서 쓰며, 게임도 책상에서 한다. 잠을 자거나 ‘낭비 시간‘을 가질 때가 아니라면 항상 책상에 앉아 있다.

현재 나는 세 개의 키보드를 사용하는데, 그때마다 사용하는 키보드가 다르다. 매일매일 키보드를 바꿔 가며 사용하는 건 아니고, 평균적으로 계절마다 한번씩 바꾸는 것 같다. 키보드가 손에 익숙해지게 되면새 키보드를 사기도 한다. 기계식 키보드를 선호하며,
그중에서도 청축 키보드를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청축 키보드는 기계식 키보드 중에서도 키압이 낮은 편인데, 그 키감이 좋아서 제일 선호한다. 자판을 누를때마다 찰칵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도 마음에든다. 시를 포함한 모든 글은 한글2022 에 작성하고있는데, 일정 주기마다 판형을 새로 만들어 가며 글을쓴다. 예전에는 좌우로 넓고 위아래로 짧은 판형에 시를 썼는데, 요즘은 그것보다 좁고 긴 판형에 시를 쓰고 있다. 보통 키보드를 바꿀 때마다 판형도 새로 만들어서 사용한다. 만약 PC가 없는 시대에 내가 태어나 글을 썼다면 펜과 노트를 여러 개 쓰게 되었을까?

오래요즘에는 솔직한 것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있다.
솔직한 것은 좋은 것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선명한 느낌이다. 어떤 솔직함은 무해하지만 어떤 솔직함은 누군가를 찌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거짓말쟁이를 싫어하는데, 우리가 솔직함을 긍정하고 사랑해서 그렇다. 그러면 ‘솔직한 시‘는 무슨 시인 거지?
작가가 그냥 "솔직하게 썼어요." 하면 ‘솔직한 시‘가되는 걸까? 나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누구라도 글을 쓰면서 살 수 있고, 글을 쓰면 누구나 작가라고, 작가도 직장에 다니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사람들이 직업으로서 물건을 만들어 팔듯이 작가는 문장으로써 그럴 뿐이라고, 작가는 좋게 말해 봐야 문장노동자에 불과하고, 나쁘게 말하면 대부분 시간을 백수로 지낸다고. 작가의 삶에 가지는 환상이 오히려 작가로 사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루틴에 관한 자기 계발서가 쏟아지고 있다. 나도 다른 글에 루틴 이야기를 한 대목 쓰기도 했다. 거기서 나는 루틴이란 다만 개인의 성공을위한 습관이 아니라 우주를 지탱하는 힘이라고 이야기했다. 루틴을 틀에 박힌 행동이나 어떤 일의 반복이라고 본다면, 지구가 일정한 궤도로 태양 둘레를 돌고또 달이 지구를 도는 것도 루틴이다. 어김없는 계절의변화나 해류의 순환 등도 마찬가지다. 이 우주적인 차원의 루틴 없이 세계는 존속할 수 없다.

물론 개인의 삶에도 루틴은 중요하다. 그때그때 닥치는 일만 해결하며, 되는대로 살아서는 죽도 밥도 안되기 십상이다. 그 사실은 내가 누구 못지않게 잘 안다. 전업 작가로 살아온 요 몇 년간은 루틴을 만들고그것을 지키려는 투쟁의 연속이었다. 타인과의 다툼이라면 지든 이기든 벌써 승부가 났겠지만, 나는 나를떠날 수 없어서 이 싸움은 지금도 지루하게 이어지고있다. 내 루틴이라고 해 봐야 글을 쓰기 전에 집안일을 하는 것뿐인데, 그마저도 거르지 않고 제때제때 하지 못한다. 그러고 보니 일상적으로 늘 반복해서 하지못하는 일을 루틴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

뻔한 소리지만, 무엇이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똑같은 행동도 어떤 마음가짐이냐에 따라 무의미한 반복일 수도 있고, 루틴이 될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징크스와 루틴은 한 끗 차이다. 물론 그 한 곳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것이다. 꽃나무」에관한 해석을 찾아보니 하나같이 꽃나무를 화자의 모습이 투영된 객관적상관물로 분석하고, 화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런데 나는 읽기를 거듭할수록 이 시의 주인공은 ‘나‘가 아니라 ‘꽃나무‘ 같다. 내가 생각하는 꽃나무에 도달할 수 있든 없든, 화자가 나를 떠나가든 말든, 열심으로 꽃을 피우는 저 꽃나무 말이다.

매일 똑같은 것 같아 마음의 두려움과 어둠도 늘 그대로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느리게 쪼개어 들여다보면, 매 순간이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거든요. 당연한 것은 없고 새롭게 느껴집니다. 매일 아침, 이런 새로움을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사소한 반복의 반복 속에서 변화를 감각하고 연습합니다. 아침 일찍 일정이 있는 날에는 기상 시간을 앞당겨서라도 물, 사과, 커피의 루틴을 이어 가는 편입니다. 조금 피로할 수 있어도 오히려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을 관리하는 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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