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트윅 공항이 "공격"을 당했을 때, 경찰은 목격자들의 증언이 신빙성 있다는 데에 무게를 두고 싶었겠지만 뇌를 예측 기계라고 보는이론에 따르면 세상에 완벽하게 객관적인 목격자란 있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신경과학자 아닐 세스가 말했듯이, "우리는 단순히 수동적으로 세상을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세상에 대한 상을만들어낸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외부 못지않게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다. ‘‘‘ 우리의 뇌가 가지고 있는 기대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것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뇌가 본래 주관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가라앉았던 기분을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유난히 불안하거나 우울하고 마치 이 세상이 내가 가진 두려움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주는 것만 같을 때면, 나는 나의 감정과 그에 따른 기대가 나의 지각을 왜곡시켰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 자신에게 납득시키려고 노력한다. 부정적인 기대는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까지도 좌우할 수 있으므로, 나는 분명한 친근함의 표현들에 집중하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더 애를 쓴다. 사실상 실생활에서 편향 수정 게임을 실천하는 셈이다.
제퍼슨은 "내가 아는 가장 뛰어난 의사 중 한 명은 자신이 지금까지 다른 모든 약을 합친 양보다 빵 부스러기와 색소 탄 물, 히코리 나무 재를 더 많이 썼을 것이라고 장담했다"라고 덧붙였다. 환자를 속이는 것 자체는 윤리적으로 옳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어느 선 이상 호전시키지도 못하면서 독성을 띨 가능성이 있는 약물을 마구 처방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이었다. 제퍼슨의 말대로 "선의의 거짓말인셈이다.
플라세보 효과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 것은 헨리 비처라는미국의 한 마취과 전문의 덕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복무했던 그는 당시 피부가 뜯겨나가고, 뼈가 산산조각나고, 포탄의 파편이 머리, 가슴, 복부에 박히는 등 정말끔찍한 부상을 입은 병사들을 자주 맡아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그중 약 32퍼센트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수의 환자들이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했고, 44퍼센트의 환자들은 아주 약하거나 그럭저럭 참을 만한 수준의 불편감만 경험했다. 심지어 이 환자들 중 4분의 3은진통제를 권해도 필요 없다며 거절했다. 비처가 보기에는 격전지에서살아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일종의 마약 같은 강렬한 희열이 되어 부상의 고통을 마비시키는 듯했다.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환자들의 해석이 어떤 영향을 미쳐 뇌와 몸이 자체적으로 천연 진통물질을 내뿜은 것으로, 이는 당시의 의학 지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넘어서는 현상이었다.
임상시험의 설계는 완벽했지만 왠지 플라세보 집단의 참가자들에게서 점점 더 약의 효과가 커져서 실제 약의 효능과 통계적으로유의미한 차이를 증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졌던 것이다. 예를 들면1990년대에 진행했던 진통제 임상시험 결과들을 살펴보면 유효약이플라세보보다 27퍼센트가량 뛰어난 효능을 보이고는 했다. 그러나2013년이 되자 그 차이는 고작 9퍼센트로 줄어들었다. 여기에서 핵심은 이 같은 결과가 거의 전적으로 가짜 치료제의 효능이 증가한 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플라세보 약의 진통 효과는 1990년대와비교해서 2013년에 약20퍼센트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에 유효약에서는 이러한 증가 추세가 관찰되지 않았다. (유효약은 이미 약으로서낼 수 있는 통증 완화 효과의 최대치에 다다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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