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광장에는 명절마다, 주말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밀물처럼모였다가 썰물처럼 사라졌다. 사람들은 쉽게 서울을 떠났고 그보다 쉽게 서울로 돌아왔다.

욕은 다 거기서 거기였고, 그녀들의 몸은 종이 인형처럼 흔들렸지만 파리 날개처럼 얇은 홑청은 그걸 입은 사람을 지켜줄 요만큼의 힘도 없었다. 그게 거래의, 혹은 거리의 법칙인 모양이었다. 그런 소리가 들려오는 날이면 베개속에 억지로 얼굴을 묻었다. 어쩐지 눈물이 줄줄 흘렀다.

오랜 시간 동안 미싱을 돌리며 서 있던 그 오빠가 털썩 쓰러졌다. 실려 나간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최진실 사진만 내내 붙어 있다가 누가 바꿔 단 왕조현 브로마이드로 바뀌었다. 그 오빠도 없고 지금은, 최진실도 없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서, 어쩐지 끌리게 되는 여자들은 죄다 이상하게 아름답고이상하게 관능적이었다. 직업이 뭐건 나이가 몇 살이건 어떻게 생겼건 온몸에서 풀풀 풍기는 ‘살겠다, 살고야 말겠다‘
하는 에너지야말로 그 아름다움의 정수였던 거다. 그 사람들은 모두 무섭고도 아름다웠다. 원래 아름다운 것들은조금씩 무섭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릴케가 말했던그건지도 몰랐다. 고요히 우리를 멸시하여 파멸로 이끄는그 아름다움.

어쩌면 불쌍하면서 무섭기까지 해서 두 배로 슬펐는지도 몰랐다. 어찌할 수 없는 슬픔, 상상할 수도 없는 슬픔은 두려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니까. 슬픔과 두려움이란, 사실 그렇게 착 붙어 있는 거였다.

선생님이 틀렸다. 십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아마도 그렇게 대답할 것 같다. 선생님 말씀이 다 맞습니다. 맞고요. 그런데 선생님, 하늘이란 게 늘 공평한 게 아니잖아요. 아시잖아요……… 그렇잖아요?

어쨌거나 그때 난 고작 스물 한두 살밖에 안 먹었는데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언덕마다 평지마다 꽉꽉 들어찬 불빛 하나하나가 참 얄밉게도 빛나서 툭하면 풀이 죽었다. 저토록 약 올리듯 반짝반짝 빛나는 불빛하나 둘 중에 고작 내 몸 하나 눕힐 불 켜진 방 하나 없구나,
하고 한숨 쉬느라 땅이 꺼질 것 같은 상황이었으니 뻔뻔이고 철판이고 예절이고 뭐고 당장 체면 차릴 처지도 안 되었던 나는 무턱대고 언니에게 비비고 기어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들 열심히 일하던 거리, 유령도시처럼 텅텅 비어 있다.
자기 일 열심히 하느라 쓸데없는 참견 않던 터프한 사람들의 터프한 거리였다.

어떤 국가 원수의 행렬을 에스코트하는 고급 사이드카도 그보다 위엄에 넘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좁은2차선 거리는 어쩐지 엄살 부리는 사람을 사정없이 조그맣게 만드는 무엇이 있었다.

늦바람의 정체에 대해 우리는 끝내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아마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나보다. 그거 말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렇게 내가 알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그 아들과 나는 힘을 합해 백색가전에 맞섰고, 그 지난한 이사가 끝나고 엎어져 있는 우리들 앞에는 기본 토핑만 얹은 도미나(도미노의 오타가 아니다) 피자 미디엄 사이즈 한 박스가 배달되었다. 게다가 다 식은 채로, 빵은 또 왜그렇게 타이어처럼 질긴지. 그래도 우리는 죽도록 입에 밀어넣었다. 앞으로도 우리 힘으로 세상을 잘 헤쳐나가려면입에 빵이든 타이어든 속을 잘 채워놔야 될 것 같았다. 앞으로도 언제 냉장고를 번쩍 들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
살아보니, 역시 그랬다. 언제 뭘 들게 될지 모르는 거, 그런게 인생인 모양이다.

직장 업무에 곧 죽을 것 같은 날 문을 쾅 닫고 찌그러진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으면 그야말로 <리어왕>의 독백이 줄줄 흘러나왔다. 아아나는 살아 있는가 죽어 있는가.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두 눈을 질끈 감고 다용도실 문을 벌컥 여니 맙소사, 문턱까지 혼탁한 오수가 차올라 있었다. 야근이라도 했었다면 온통 방까지 잠겨 있었을 사태였다. 버리려고 챙겨뒀던비닐봉지나 다용도실 슬리퍼 따위가 회색 물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는 꼴이라니. 하나님 거짓말쟁이, 다시는 물로 세상을 멸하지 아니하겠다 하셨으면서………!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이태리타월에 비누를 듬뿍 묻혀살갗이 벗겨질 만큼 박박 문질렀다. 거의 온몸의 껍질을 한겹 벗겨내고서야 냄새가 좀 가실 것도 같았다. 내 참 더러워서 더러워서, 나는 투덜거리면서 끊임없이 박박 문질러댔다.

물론 우리 개에게 한 말은 아니었지만, 개의 귀를 막아주고 싶었다. 그녀는 계속 뭐라고 말했는데, 그 다음 말들은 흐느낌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큰 소리는안 내고 울기만 했다. 아, 그러게. 사는 게 왜 이렇게 더럽다.
그 다음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울었다. 아, 정말사는 게 왜 이렇게 더러운가. 그날 왕십리 밤하늘은 엄청나게 칙칙했다.

나도 속상했다. 물은 무겁고 냄새도 심했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이미 옷도 다 젖었고 물도 여러 번 퍼내봤고 아직젊고 힘도 좋으니까. 다만 그녀에게 그 물을 더 만지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 물에 내가 풍덩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에게 그 물을 만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40분쯤 열심히 퍼냈더니 서서히 물은 빠졌고, 그녀의 아들은 작은손으로 걸레를 쥐고 마루에 넘친 물을 닦았다.

정말 그녀가 푹 쉬길 바랐다. 그녀는 살짝 웃었다. 그리고 바로 며칠 뒤, 그 집은 비었다. 그녀는 잘 쉬어볼 틈도 없이 이사를 했다. 얼마 뒤에 나도 그 집을 떠났다. 요즘도 가끔 고즈넉한 새벽이면 그녀가 생각난다. 잘살고 있을까, 그집 아들은 아마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쯤 되었겠지. 어쩌면군대를 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내가 그녀에게 따뜻한 말한마디 더 걸었더라도, 그녀의 인생에서 달라지는 거라곤없었겠지. 이곳은, 이웃을 생각하기엔 참 고독하고도 난해한 도시였다.

바보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대로 바보처럼 살 때가 있다.
그때는 그 바보 같은 상태를 그냥 견뎌내는 수밖에 없다.
나도 같이 사는 언니도, 옆집 여자도 그 집 아들도 다 견뎌야만 하는 게 이놈의 인생이던가.

전 국민 앞에 털을 뜯기고 그 털을 내보이면서라도 살아내야겠다는 그 무표정한 체념, 그리고 때론 체념 그 자체가 강철 같은 의지가 된다는 것을.
구불구불한 털을 뽑히든 냄새 나는 물을 퍼내든, 무엇을하든 그걸 무심한 얼굴로 견뎌내는 것이야말로 용기 그 자체이기도 하다는 것을.

아무리 깔끔해도 모조리 똑같은 간판이 죄다 ‘앞으로 나란히‘를 한 채 훤하게 펼쳐진 거리보다는, 도시 미관이고 어쩌고 구질구질해 보이고 뭐건 간에 가게 주인의 취향과 주머니 사정에 따라 이리저리 제멋대로 붙어 있는 간판이 있는 거리가 좀 더아름답게 보이는 건 그냥 내 취향이 후지기 때문일까.

이명박 때문에 가장 놀란 것은 뭐니뭐니해도 서울 봉헌사건이었다. 훗날 국가의 수장이 될 남자였기 때문에 스케일이 남달랐던 것인지 그는 어느 기도회에서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기도했다. 나 역시 개신교인이었으며 지금도 그렇지만, 기절할 만큼 놀랐다. 아니, 헌금이나 봉헌은자기 소유를 하나님께 바치는 것인데요, 시장님. 게다가 가만있어보자,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서울인 인간은 죄다 같이 도매금으로 봉헌되는 것인가! 서울에 얹어져 같이 바쳐지는 것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질겁하여 전속력으로 인천으로 도망쳤다. 준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황량했던 인천공항의 벤치에 누워서 여긴 안전하려나, 하고귀를 긁으며 생각했다. 가만, 인천시장의 종교는 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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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인지적으로 발달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재평가하고 판단을 명확히 하면서 더 정교하고 해상도 높은개념을 축적한다. 하지만 개념과 모델은 가장 정교한 것조차도항상 본질적으로 픽셀화돼 있으며, 우리의 믿음은 항상 불완전하다. 그 때문에 ‘완벽한 진실‘에 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점점더 진실에 근접하는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호모사피엔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숫자나 그래프
‘보다는 이야기를 통해 생각하고 세상이 영웅과 악당, 갈등과결심, 클라이맥스와 해피엔딩으로 가득 찬 이야기처럼 펼쳐지리라고 믿는다.
--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이런 편향의 가장 우려되는 측면은 그것들이 서로 연결돼 부정적 효과가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믿음은 개별적인 상태로존재하지 않으며 서로 얽혀 있다. 따라서 한 가지 믿음을 바꾸는것은 전체 지도의 많은 부분을 위협할 수 있다. 신념 체계는 본질적으로 복잡한 인지 알고리즘의 연쇄작용이며, 그 알고리즘들이 심하게 편향될 때 엄청나게 왜곡된 세계관을 구성한다. 왜곡된 세계관을 지닌 누군가가 자선을 베푼다는 명분으로 행동할 때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험과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덜 틀리는 것이다.
- 일론 머스크

편향을 바로잡으려면 당신의 삶에서 편향을 유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을 파악하는 습관을길러야 하는데, 이는 주로 메타인지적 인식의 기능이다. 마음챙김은 습관적인 인식 패턴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인지적 편향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의 직관에 의문을 제기하기 전에 자기 마음의 눈이 바라보는 것이 직관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직관은 사물이실제로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직접적 인식이 아니라 자기 내부에서 감지하는 인지 알고리즘이다.
- 엘리에서 유드카우스키, 「알고리즘이 내부에서 느끼는 방식

무지함을 아는 것이 진정한 지혜다.
아는 체하는 것은 병이다.
먼저 자신이 아프다는 걸 깨달아야만
"진정한 건강을 얻을 수 있다.
- 노자, 도덕경』

인지적 편향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운 사람들은 종종 자신을비판적 사상가나 자유로운 사상가, 합리주의자라고 일컫는다.
이런 사람들은 세상을 더 명확하게 바라보기 위해 우리가 앞서살펴본 편향을 없애는 방법을 자주 활용한다. 이런 방법들은 적절한 상황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비판적 사고 능력만으로는 심각한 편향을 막지 못한다.

편향된 알고리즘을 수정하려면 더 깊은 기본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원초적인 마음은 복잡한 현대적 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기억하고 예측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이 목표들은 모두 요점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현대 세계는 사람들의 믿음을 확인하기 위한미끼를 구조화함으로써 편향을 강화한다. 검색 엔진, 뉴스 플랫폼, 소셜 미디어 웹사이트들은 클릭과 조회 수를 늘릴수록 수익이 커지기 때문에 진실을 알리는 것보다 이용자의 욕구에 영합하려고 한다. 정보를 배포하는 디지털 알고리즘은 우리를 반향실 echo chamber 로 끌어들여 인지 알고리즘을 더욱 왜곡시킨다."

인지 영역에서 더 깊은 두 번째 심리건축 단계는 동기부여다.
동기 기반 편향은 시스템의 작은 버그가 아니라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단순히 음모론자, 종교적 광신자 또는정치적 권모술수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믿음을 소중하게 여긴다. 따라서 이런 믿음을 간단히 없앨 수는없다. 그것을 지속시키는 욕망의 플러그를 뽑아야 한다.

만약 당신이 세상이 근본적으로 정의롭다고 믿고 자신이 이믿음을 강하게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걸 파악했다면, 당연한 정의란 없다는 믿음이 가질 수 있는 이점들을 생각해보자. 자신의취약한 현실을 직면해야 하겠지만, 불행의 희생자들을 비난하는 대신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러면모든 것이 매우 바람직한 상태라고 여기는 대신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다.

명확하게 생각하지 않는 위험성은 이전 어느 때보다 지금 훨씬 더 크다. 우리 사고방식에 뭔가 새로운 문제점이 생겨났기때문이 아니라, 그럴듯해 보이는 혼란스러운 생각이 예전에는없었던 방식으로 훨씬 더 치명타를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칼 세이건(1996년)

핵무기, 생명공학, 나노기술,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이 빠르게발달함에 따라 잘못된 생각과 독단의 폐해도 급속도로 증가할것이다. 모든 기술이 힘이 더 강해지고 제조 비용이 줄어들고 사용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그리고 모든 기술이 인류의 존재 자체에 위협이 될 것이다. 독단을 맹신하고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인간의 성향을 통제할 수 없다면 파괴와 전쟁을 일으키는 오늘의 힘은 내일 인류의 완전한 멸종을 초래할 것이다.

머스크는 사람을 컴퓨터로 여기고 두뇌 소프트웨어를 자기가만드는 가장 중요한 제품으로 여긴다. 두뇌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회사가 없기 때문에 직접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매일 베타 테스트를 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이것이 바로 머스크가 독보적으로 유능한 이유이며, 여러 거대 산업을 한 번에 뒤흔들 수 있는 이유다. 또한 빠르게 학습하고 현명한 전략을 짜고 미래를 명확하게 예견할 수 있는 이유다.

사람의 정신력은 얼마나 많은 진실을 수용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진실을 어느 정도까지 희석하고 가면을 씌우고 달콤하게 만드는지에 달렸다.
-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만약 당신의 행복이 잘못된 믿음에 의존하고 있다면, 기반이부실한 대응 방식에 의존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폭풍이 몰아치고 잘못된 믿음이 현실과 충돌하는 순간, 당신은 고통과 혼란에휩싸이게 될 것이다. 당신의 믿음이나 경험과 모순되는 어떤 상황 또는 다른 사람들의 주장이 당신의 정체성에 위협을 가하고마음의 균형을 무너뜨릴 것이다."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는 종종 결함이 있다. 하지만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좋은지는 분명히 알고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당연히 알고 있다고 여긴다. 앞장에서 살펴본 믿음들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삶을 잘 이끌어간다고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착각에 빠지기가 놀라울 정도로 쉽다는 걸보여줄 뿐이다.

이 모든 사례는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성취하는 데 서툴고,
그결과의 복잡성을 설명하는 데 서툴고, 그 결과에 대한 자신의감정적 반응을 예측하는 데 서툴다는 것을 말해준다. 인간의 상태는 이제 막 완벽하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단지 정말로 서툴뿐이다.

*명상을 할 때 가장 좋은 자세는 똑바로 앉는 것이고, 자기성찰을 할 때 가장 바람직한 행동은 걷는 것이다. 걷기는 조용히성찰할 수 있도록 최적의 자극을 줄 뿐만 아니라 몸에 유익한 운동도 되고 비타민D도 제공한다. 컴퓨터를 켜거나 스마트폰을꺼내지 않고 몇 분 이상 자리에 앉아 성찰에만 집중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걷기는 집중력을 끊임없이 뭔가로 채우려는 거부할수 없는 유혹을 없애준다."

이제 당신 삶의 특정한 문제나 영역에 관심을 기울여보라. 아마도 당신은 인생에서 다가오는 변화에 불안감을 느끼거나 누군가에게 짜증이 난 상태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을 받아들여라. 그런 느낌을 표현하는 단어나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노력하고, 직관적으로 그 느낌을 정확하게 담아내는 단어를 발견할 때까지 이 과정을 계속해라. 당신이 선택한 단어나 이미지를 매우 밀접하게 연상시키는 변화나 사람 또는 생각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물어봐라. 젠들린은 말한다. "전환, 즉 약간의 ‘느슨함‘ 또는 해방감과 함께 뭔가가 떠오를 때까지 느껴지는 감각을 유지하라." 이 전환은 "아!" 하는 깨달음의순간처럼 느껴져야 하며 자기성찰로 진입한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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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런 목표를 지향한다면 당신은 ‘마음설계자‘에 속한다.
당신은 굳어진 것처럼 보이는 내면을 극복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보기 드문 이들 중 한 명이다. 당신은 자기 마음의 원초적 상태를 변화와 개선의 초대장으로 여기며,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바꿀 방법을 찾고 싶어 한다. 또한 평범한 삶이 아니라 훌륭한 삶을 살아가고 싶어 한다. 정말로 당신이이런 사람이라면 책을 제대로 선택한 것이다.

과거에 우리 인간들은 외부 세계를 통제하는 방법을 배웠지만우리 내부 세계에 대한 통제력은 거의 없었다.
유발 하라리 Yuval Harari,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인간의 마음이 기계라고 해서 마음속에 담겨 있는 우리의 풍부한 경험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존재의 말할 수 없는 복잡성이 우리가 연구하여 점점 더 이해할 수 있는일종의 운영체제로 단순화된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인간의 마음을 기계와 비교한다고 해서 우리가 진화에 따라 이미 결정되어 죽을 때까지 영원히 반복될 운명에 처해 있음을 암시하는 것도 아니다. 유전자가 우리 미래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건 아니며유년기, 청소년기, 성년기의 경험이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 형성될지를 결정한다. 이는 모두에게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이 인간 지성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수단으로 ‘기술‘을 언급할 때 이 단어는 조직, 경제, 정치의재구성 및 심리학적 방법과 도구의 사용을 포함하는 것으로광범위하게 이해되어야 한다.
맥스 모어Max More, 「트랜스휴머니즘의 철학The Philosophy ofTranshumanism

모든 동물은 날마다 무언가를 배우며 그에 따라 소프트웨어가 수정된다. 하지만 대부분 동물은 학습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인간을 제외한 어떤 생물도 의도적인 행동에 익숙하지 않다. 침팬지나 돌고래가 자기 마음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깨닫고 그걸수정하려고 한 적이 있을까?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한다. 인간은 자신의 소프트웨어에 원하는 기능(예컨대 이탈리아어 구사 능력)이 없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기능(예컨대 말 더듬기)이 있을 때자기 두뇌를 수정하고 업그레이드한다. 이렇게 업그레이드할수 있는 두뇌 용량은 사실상 무한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

인간을 심리적으로 적절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사회적 압력이 작용하고, 사회성이 부족할 때는 심리치료를 활용할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런 목표는 너무 수준이 낮다. 현재의 일반적인 수준으로 심리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면굳이 열망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
심리적 위대함에 관심을 둔다. 가장 높은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마음을 구조화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수준을 뛰어넘도록 자연적으로 우리를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은 없다. 그러므로 우리스스로 심리적 행복의 정점으로 가는 길을 개척해야 한다.

자기 뇌를 조각하는 사람이 되기를 열망한다면 누구나 그렇게될 수 있다.
-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Santiago Ramón y Cajal, 「카합의 과학는 삶」

신경가소성은 꾸준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상황을 점진적으로 개선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깨달음이란 상대적인용어일 뿐 더는 발전이 불가능한 지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정확하게 인식하여 바람직하지 않은 습관을 제거하고 바람직한 습관을 만들어감으로써 자기 경험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

다양한 요소를 통해 자기 모습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삶을
"조각하는 생산적인 인간의 과제다. 것도프리드리히 니체, 미공개 메모Unpublished Notes」AUS

마음의 소프트웨어는 행동과 성향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당신이 누구이고,
어떤 삶을 살아갈지를 결정한다. 그리고 망상, 왜곡, 변형이 그 시스템의 일부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가 전체 운영체제를 훼손할 수 있다. 다만 개선을 이루는 것도 긍정적인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긍정적인 기능을 의식적으로 내장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기능을 제거하는 프로그래밍 방법을 배워야 한다.

1. [인지 면에서] 이성을 가장 높은 목적에 사용하라. 정념과 편향에서 최대한 벗어나 최선의 행동 방침을 평가하고 판단하라.
2. [행동 면에서] 최선이라고 판단한 행동을 실천하기 위해 확고한 의지를 갖추라.
3. [감정 면에서 명확한 추론과 단호한 의지를 넘어서는 모든 것은 인간의 능력 밖에 있으며, 고뇌나 후회의 원인이 되어서는안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알고리즘 모델은 피상적인 비유가 아니다. 나쁜 습관과 해로운 행동은 실제 세계의 이프덴if-then 논리 프로그램에 의해 초래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다. 인지적 편향과 오류는 우리의 일반적인 의식 수준 아래에서 미리 프로그래밍된 규칙에 따라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반사적 추론이다. 그리고 현대 심리학에따르면 우리의 감정은 자동적 생각automatic thought에 따라 기계적으로 생성되는데, 이를 재구성할 수 있다.25

카이젠 Kaizen(개선)은 비즈니스에서 자주 사용되는 일본어로더 나은 것을 위한 지속적인 변화, 즉 점진적인 최적화를 위한끊임없는 노력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심리적 운영체제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지붕에서 똑, 똑 떨어지는 개별적인 물방울과 마찬가지로 개별적인 인지, 감정, 행동은 문제가 아니다. 집에 물이 새는 걸 막으려면 지붕에 구멍이 났는지를 살펴야 하는것처럼, 구조적 패턴이라는 근원에 관심을 둬야 한다.

마음챙김을 함양하면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더 생생해지고 더만족스러워지며, 개인적으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초연히 받아들이게 된다. 광범위하고 강력한 인지의 더 큰 맥락에서 집중력이 더 적절한 역할을 하게 된다. 당신은 완전하게 존재하고를 더 행복하고 안락해진다. 왜냐하면 마음이 지어내는 이야기와멜로드라마에 쉽게 사로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의 집중력은 세계를 더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탐구하는 데 사용된다. 그럼으로써 더 객관적으로 되고 머리가 맑아지고 세상을 더 잘인지하게 된다. 신청하는데.
- 쿨라다사Culadasa, 『정신을 비추다The Mind Illuminated』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려면 우선 거기서한 걸음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그럴 수 있게 해주는 도구를 메타인지 metacognition 라고 한다. 메타인지는 "인지적 현상에 대한 지식과 인식으로 정의되며, 자신의 인지 영역에 대한 생각이나인식을 객관화하는 것이다. 메타인지적 관점은 심리건축의 기본적인 관점이다.

명상은 자신의 모든 생각을 자동으로 동일시하는 걸 멈추도록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존은 바보다.‘라는 생각이머리에 떠오를 때 당신은 존이 반드시 바보라고 인식하지 않게 된다. 당신은 그 생각을 자기 뇌가 만들어낸 어떤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 생각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유용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 줄리아 갈레프Julia Galef

올바르게 사용하면 마음은 훌륭한 도구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면 매우 파괴적인 흉기가 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당신은 마음을 잘못 사용하는 게 아니라 대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마음이 당신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병폐다. 당신은자기 마음이 자기 자신이라고 믿는다. 그건 망상이다. 도구가당신을 점령했다.
- 에크하르트 톨레,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마음챙김과 명상 활동은 내가 ‘심리적 최적화 예비 단계‘라고일컫는 것과 함께 마무리된다. 이 단계는 자기 내면에 대한 객관적이고 집착 없는 인식을 함양하게 해준다. 그러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사람들이 종종 명상의 효과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주된 이유는 명상을 통해 관찰되는 자동적 생각을 분석하고 조정하도록 훈련받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할 일이다.

마음챙김은 자신의 알고리즘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서 알고리즘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해준다. 이를 통해 당신은 자기마음의 설계자로서 정체성을 찾고, 메타인지를 함양하고, 마음을재건축하는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

맹목적인 믿음은 인간의 행복에 가장 큰 정신적 장애물이다.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행복의 정복』

인간의 마음은 우주에서 가장 섬세하고 복잡한 존재일 수 있지만 잘못된 가정, 인식, 믿음으로 가득 차 있다. 누구나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자기 생각이 얼마나 왜곡됐는지를 충분히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사람은 주위를 둘러보며 다른 이들이 혼란스럽고, 독단적이고,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자신은 올바른 믿음을 찾았고 명확하게 판단하는 법을 배웠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만약 다른 이들이 내 말을 듣는다면 세상은훨씬 더 나은 곳이 되리라고 여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제외한모든 사람에게서 왜곡된 사고방식을 발견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진심으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바라보고 싶을 때도 욕망과감정이 무의식적으로 우리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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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고? 어릴 적에 부모님이 늘 얘기하셨듯이, 우리의 행동에는 결과가 따르는 법이니까. 결과는 당장 나타나기도 하고, 오랜 세월 후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주인공이 과거에 했던 행동을 알면 미래에 닥칠 사건을 구상하는 데 반드시도움이 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플롯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이미 그 두 사실을알게 된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사랑이다. 그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은? 집구석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데다 사람을 안에 들일생각도 없는데 진실한 만남을 기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자, 그렇다면 당신의 주인공이 치러야 할 내적 투쟁의 정체는무엇일까? 발전시키기에 앞서 일단 처음에 어떻게 가닥을 잡아야 하나? 주인공의 내면에서 결투를 벌이는 두 세력에 주목하자. 그가 원하는 것(욕구), 그리고 그를 가로막는 잘못된 믿음(두려움)이다. 모든 스토리는 그 두 개의 불씨에서 시작해 불붙고 타오른다. 바로 그 투쟁이 스토리의 ‘전깃줄‘이 되어 줄 것이다.

우리는 판단을 접어 두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잘못된 믿음‘이라고 부르자. 주인공은 잘못된 믿음을 진심으로 옳다고믿고 있다. 주인공이 그 잘못된 믿음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 바로 당신이 써 나갈 스토리의 본질이다.

잊지 말자, 주인공이 세상을 보는 렌즈는 결코 중립적이지않다. 그 렌즈는 항상 ‘믿음‘이라는 내밀한 정보에 비추어 눈앞의 모든 것과 그에 따른 자신의 행동을 해석한다. 놀라운 사실은 그다음이다. 그 믿음은 하나하나가 다 주관적인데, 그 이유는 주인공이 자기 세상에 함몰되어 ‘실제 세상‘을 보지 못해서가 아니라, 실제 세상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가 교육받아 알고 있는 의미의 실제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구체적‘이라는 것은 ‘실제 있었던 일 그대로‘를 뜻한다. 요약이나 개괄이 아니라 사건이 펼쳐지는 매 순간의 모습 그 자체를 가리킨다. 그런데 모조품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고 구체적으로 내용을 잡아 놓았다고 오해하기 아주 쉬운 게 문제다.
다이아몬드 같은 큐빅, 금 같은 황철석, 피카소 진품 같은 위작이 그렇듯, 모조품을 진짜로 착각하기가 어찌나 쉬운지 당혹스러울 정도다. 특히 지금처럼 백지상태에서 막 시작한 경우, 주인공에 관해 조금이라도 구상해 놓으면 다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보다야 훨씬 구체적이니 그럴 수밖에없다.

작가가 우선 생각해 봐야 할 질문은, ‘완다는 구체적으로왜 유기 불안을 갖게 되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유기 불안을 촉발한 사건을 알고 나면 그녀가 생각하는 유기란 무엇인지, 또 그게 어떻게 살인을 업으로 삼는 계기가 되었는지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드러날 테니까.

앞에서 주인공의 시점은 카메라 렌즈가 아니라고 했듯이,
어떤 장면을 글로 쓸 때는 영상을 보면서 영상의 내용을 말해주듯 써서는 안 된다. 사건 한가운데에 있는 주인공의 머릿속으로 독자를 들여보내 주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독자가 주인공의 시점으로 사건을 본다는 것은 사건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생각을 독자에게 들려준다는 뜻이다. 그것도 대략적인 생각이 아니라,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고 도대체 어떻게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구체적인 생각이어야 한다. 소설의 모든 문단에 주인공의 그런 생각이 녹아 있어야 한다.

인지심리학자이자 소설가인 키스 오틀리는 윈셀버그보다디지털 환경에 조금 더 익숙했던 것 같다. 그는 픽션을 "마음이라는 소프트웨어상에서 돌아가는 시뮬레이션"으로 정의하며이렇게 말한다. "게다가 무척 유용한 시뮬레이션이다. 사회 세계를 잘 헤쳐 나간다는 것은 무수히 맞물린 인과 요인을 따져보아야 하는 일이라 극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듣고 난 당신은 당장 펜을 집어 들고 주인공의잘못된 믿음의 기원에서 소설 첫 페이지에 이르는 인과 경로를단숨에 요약하여 써 내려가고 싶어질지 모른다. 그리 어렵지않을 것 같다. 한 시간 정도면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그건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주인공은 소설이 시작될 때 아마 자신의 변화 욕구를 얕보기도 하고, 보류하기도 하고, 때로는 고의로 무시하기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할 때도 있겠지만, 대개 자기딴에는 세상을 전략적으로 해석하면서 그에 맞춰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알고 있는지? 지금 우리가 구상하려는 결말은 (그리고 당신의 독자가 가장 원하는 결말은) 플롯상 일어나는 사건이전부가 아니다. 주인공이 그 사건을 맞닥뜨리면서 무엇을 ‘깨닫는지‘가 중요하다. 문제는, 숙련된 작가들조차 매우 유혹적인 덫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즉, 소설의 결말을 주인공의 깨달음이 아닌 외적인 사건으로만 생각해 버리기 일쑤다.

명심하자. 중요한 건 주인공이 ‘변화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어떻게 내적으로 그 변화에 도달하느냐 하는 것이다.

때로는 마지막 순간 바로 직전에 와서 주인공에게 최종난관에 맞설 용기를 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주인공이 마지막총력전의 한복판에 내던져질 때 찾아와 역경에 버틸 용기와 힘과 지혜를 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아하!‘ 순간이 그 직후에찾아오기도 한다. 주인공이 방금 일어난 일을 이해하려고 하면서, 기대했던 것과는 의외로 많이 다른 감정과 함께 깨달음이오는 것이다.

잊지 말자. 이 작업은 그저 외적 플롯을 짜는 게 아니다.
내적 스토리와 외적 플롯의 균형을 잡아 줌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계속 끌고 가게 해 주는 작업이다. 앞에서 제니가 첫 장면과 ‘아하!‘ 장면의 카드를 만들 때 곧바로 여러 구멍이 드러났던 것을 기억하는가? 장면을 완전하게 쓰려면 먼저 과거를 전략적으로 더 파고들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처럼 밑그림기법을 이용하면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을 한껏 깊숙이 파헤쳐 지면에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는 유기적이고 직관적인 작업이다. 작업하다 보면 장면을 쓸 때도 있고, 장면 카드를 만들 때도 있고,
또 두 가지 일을 나란히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유념할 점이 있다. 장면 카드는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작성하더라도, 장면 자체는 시간 순서대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장면을 순서대로 쓰지 않는 것은 건물의 2층을 짓지 않은 채 6층을 짓는 것과 같다. 하나의 장면은 다음 장면의원인이 될 뿐 아니라, 다음 장면에 근거와 깊이와 의미를 더해준다. 그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 도구가 바로 장면 카드다. 장면카드를 만듦으로써 장면을 쓰기 전에 미리 장면을 적절한 층에배치하고 소설의 인과 경로상에 자리를 잡아 줄 수 있다.

조직화는 중요하다. 특히 소설처럼 움직이는 부속품이 많다면더욱 그렇다. 다행인 점은,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소설은 단하나의 복잡해져 가는 문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것. 따라서모든 부속품은 당신이 첫 페이지에서부터 만들어 나가는 스토리 논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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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작가들이 첫 문장도 쓰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무릇 스토리란 한꺼번에 나오는것이며 게다가 곱게 다듬어진 문장들로 처음부터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그럴듯한 첫 문장조차 떠오르지 않으면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이고,
포기하고 만다. 그러지 말자. 그건 마치 고운 ‘본차이나‘ 도자기를 보고 감탄하면서 그 은은하고 섬세하고 정교한 자태가 한번에 완벽한 모습으로 짠! 나타났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형식이나 장르와 관계없이 스토리는 스토리"다. 하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유형이 있어서, 끌리고 공감 가는 장르가 있다.

혹은 무언가 전하고 싶은 요점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작가 스티븐 킹은 소설 《언더 더 돔》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처음부터 이 소설이 오늘날 세계가봉착한 심각한 생태적 문제를 다룰 기회라고 생각했다."2또는 실제로 ‘만약에‘라는 가상적 질문에 처음 관심이 꽂혔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만약에 변호사가 아주 사소한 거짓말도 전혀 하지 못한다면?"(영화 <라이어 라이어>> "만약에 당신이 태어나지 않았을 때 세상이 어떤 모습이 되었을지 볼 수 있다면?"(영화 <멋진 인생> 등이다.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가 이걸 여기까지 끌고 온이유가 무엇인가? 이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맴도는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왜 여기에 관심을 쏟는가? 내가 이 아이디어에끌리는 이유를 파고들어 보자. 답이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아도걱정하지 말자. 아니면 처음 드는 생각이 ‘음, 생각해 보니 왠지 낮잠을 자고 싶네‘여도 괜찮다. 정답이란 건 없다.

지금 구상 중인 스토리에 당신이 왜 관심을 쏟는지 한 페이지이내로 적어 보자. 정답은 없다. 무엇이든 머리에 떠오르는 이유를 적으면 된다. 유치해 보여도 좋다. 해 보면 자신이 관심을가진 이유가 애초에 생각했던 이유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놀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점 없이는 글을 써 나갈 수 없다. 요점이 있어야 비로소 스토리에서 다룰 문제를 구체화해 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인공에게 그 문제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니 안심하자. 사실 거의 모든 스토리는 클리셰에서 출발한다. 클리셰란 진부한 주제, 너무 익숙해서 고리타분하게느껴지는 것을 뜻한다. 그걸 새롭게 만들어 주는 게 스토리의역할이다. 영국 문인 새뮤얼 존슨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작가의 가장 매력적인 능력 두 가지는 새로운 것을 친숙하게 만드는 것과 친숙한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연스럽게 스토리의 형태가 떠오른다. 그것은 아마도 깊은 상실감, 막심한 후회,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과 그 여파에 관련된 스토리일 것이다.

할 수 있는 한 충분히 살을 붙이되 간단명료하게 ‘만약에‘를 적어 보자. 산만하고 어수선해서는 안 된다. 첫 시도가 엉망이어도 걱정하지 말자. 계속 시도해 가며 뭔가 구체적이면서 맥락과 갈등이 있고 의외의 결과를 살짝 암시하는 ‘만약에‘를 만들어 보자. 한마디로, 당신이 말하려는 요점이 전해지게끔 만들면 된다.

알다시피 스토리와 플롯은 전혀 다르다. 스토리가 먼저고,
스토리는 인물에서 나온다. 그것도 단 한 명의 인물, 즉 주인공에서 나온다. 다른 모든 인물과 사물은 주인공의 스토리에 쓰려고 만드는 것이다. 소설의 힘은 작가가 주인공 속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세상은 온갖 사건들로 북적거려서, 거의 언제나(특히 아침에 눈을 뜨고 난 직후에는 더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우리의 생존은 자기 주변의 혼란상을 잘 이해하는 데 달려 있다. 여기서 이해란 흔히 말하는 일반적·객관적의미가 아닌 실질적 · 주관적 의미의 이해로서, ‘이게 나한테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을 가리킨다.

다행인 점은, 주인공이 누구인지 상상해 볼 수 있는 기본정보가 이미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당신의 스토리가 전하려는요점이 무엇인지,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생각해 봤을 것이다. 이제 생각해 봐야할 질문은 ‘내면이 크게 바뀜으로써, 즉 내적 변화를 겪음으로써 그 요점을 구현해 줄 수 있는사람은 누구인가?‘이다. 그 사람의 내적 투쟁이야말로 이런저런 결단을 낳아 플롯을 밀고 나가는 힘이다. 스토리의 본질은세상이 주인공을 어떤 ‘사건‘ 속에 밀어 넣느냐에 있지 않다.
주인공이 그 사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있다.

잊지 말자, 플롯이 주인공을 제약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의 관계여야 한다.

주인공이 두 명, 때로는 세 명이나 네 명인 것처럼 보이는 소설이라 해도 잘 보면거의 항상 내가 말하는 ‘핵심 주인공‘이 있다. 다시 말해 스토리의 ‘진짜’ 주인공이 있어서, 독자는 은연중에 그 사람의 눈을통해 나머지 사람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중심인물이 몇 명 있는 것처럼 보이는 소설도 잘생각해 보면 그중에서 ‘더 중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인물이 한 명 있는 게 보통이다. 비록 모든 중심인물이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고, 충분히 구체화되어 있으며, 결말에 이르러 변화를 겪기도 하지만, 곰곰이 되짚어 보면 한 인물이 바로 떠오른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동안 의식했건 의식하지 못했건, 소설속 모든 것의 의미는 결국 그 인물에 의해 정해졌다.

다시 말해, 당신의 주인공은 ‘어중간한‘ 지점에서 출발하지않는다. 아주 특정한 지점에서, 아주 확고한 신념을 안은 채 출발하며, 당신의 소설이 할 역할은 그 신념을 뒤흔드는 것이다.
따라서 그 신념이 무엇이고 여정이 무엇이며 예상을 어떻게 깨뜨릴 것인지 궁리하기에 앞서, 여정이 시작되기 전, 자신에게닥칠 일들을 까맣게 몰랐던 그의 모습을 알아야만 한다.

늘 그렇듯이, 주인공의 행동에는 내적인 이유가 얽혀 있어야 한다. 중요한 건 주인공의 행동보다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다. 그 간단한 원리를 절대 잊지 말자.

모든 극의 본질은인간은 자신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 해럴드 헤이즈

인간의 뇌는 의미를 찾는 기계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이면의 원리를 알아내려고 하는 본능이있다. 우리는 ‘왜‘를 알고 나면 ‘무엇‘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반면 대부분의 다른 동물은 세상을 겉으로 보이는 대로 받아들인다. 오로지 사건에 반응하면서 살 뿐,
앞일을 꼼꼼히 계획하는 일은 없다. 인간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다른 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끊임없이 겉모습 이면을파고들면서 앞일을 내다보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열심히 찾고, 무슨 일이 닥치든 잘 헤쳐 나갈 수 있게끔 준비한다. 그런면에서 "왜?"라는 질문은 진화가 인간에게 선사해 준 가장 정밀하면서 간단하고 유용한 생존 도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 살 무렵이면 사실이 아닌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이 대부분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단 피상적인 ‘무엇‘을대략 이해하고 나면 저절로 관심을 옮겨 훨씬 더 흥미로우면서모호한 ‘왜?’를 묻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왜?"라는 질문이 인간의 생존에 가장 요긴한 도구일 뿐아니라 작가가 가장 애용하는 도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작가가 인물의 행동에 깔린 이유를 모른다면 그다음 행동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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