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뚜껑을 연 게 얼마만인가. 나는 뚜껑의 무게가여전히 익숙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타건을 기다리는 가지런한 88개의 건반 중 가온 다음을 찾았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건반을 누르며 해머와 현이 부딪히는 모습을상상했다. 처음 피아노를 배우던 날이 떠올랐다. 건반을누르면 나는 소리가 신기해서 같은 음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눌렀다. 급기야 피아노 의자를 딛고 일어나 업라이트피아노 뚜껑을 열어보기도 했다. 그 기억을 오래 잊고 지냈다.
그사이 아이가 잠에서 깨어 내 발밑으로 기어 왔다. 처음에는 내 양다리를 붙잡고 서더니 이내 손을 뗐다. 처음혼자 선 것이었다. 나는 아이를 번쩍 안아서 뺨에 입술을비볐다. 아이의 뺨에서 딸기우유 향이 났다. 일년 중 밤이가장 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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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울릴 것만 같았던 진동은 한참 만에 잠잠해졌다. 은애는 먼바다를 향해 휴대전화를 던졌다. 휴대전화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다가 바닷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은애는 전화기가 자취를 감춘 지점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떤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사실이 은애에게 작은 위안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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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다다랐을 때 안개 사이로 검은 실루엣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짙은 갈색 말 한마리였다. 수연이 눈을 여러번 감았다 뜨는 동안 말은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않았다. 수연은 차 시동을 껐다. 고요했다. 그 순간 말이수연의 차가 서 있는 쪽으로 천천히 머리를 들어 올렸다.
수연은 양손으로 핸들을 꼭 움켜잡았다. 바람이 요란하게차체를 휘감고 지나갔다. 말의 눈은 검은 웅덩이 같았다.
깊고 투명하고 맑았다. 수연은 그 눈에서 자신을 보았다.
아니야. 내가 아니야. 수연은 필사적으로 혼잣말을 되뇌었다. 그사이 말은 차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수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말의 눈에 비친 얼굴은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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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배경이 되는 무대는 수작업으로 직접 제작한 소품을 이용해서 완성되며,
내가 일상에서 경험한 심리적 체험을 소재로 연출된 공간이다. 이것은 결국가치판단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나의 내면을 시각화시킨 것이다. 마지막으로그 속에 주체인 나 스스로 혹은 나의 자아가 투영된 타인을 등장시킨다. 이로써나의 내면이 노출되며 비로소 하나의 장면이 완성된다. 이 장면은 결국 나 자신의삶의 이야기를 연극적으로 서술한 것이며, 이는 최종적으로 한 장의 사진으로기록된다. 사진이 촬영된 후, 무대는 파기되고 나의 무대는 다시 무(無)의 상태로회귀한다. 이러한 파기의 과정을 통해 그 상황에 얽혀 있던 나의 감정은 정화되고승화된다. 내 작업의 모든 과정은 나 자신을 분석하고 관찰하는 성찰의 시간이다.
한 명의 예술가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는 성장통을 요구하며 마치 뒤늦은사춘기를 맞은 것 같은 심정을 느끼게 한다. 예술가로서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노력이 곧 나의 작업 과정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나의 삶, 곧 현재진행형의무대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을 반영하여, 앞으로 다가올 나의 삶에 대해 계속해서탐구하는 것이 앞으로도 지속할 <Stage of Mind>의 무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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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는 계속 아카이브를 발굴하고 그것에 빛을 비출 것이다. 그것은역사박물관 따위에서 마련한 재미난 이벤트를 위한 소품으로 전락하기도 할것이고, 또 어떤 때에는 역사를 잃은 우리의 슬픔을 위무하는 묘약이 되어스크린 위에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카이브가 역사와 접속하는순간 역시 생산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것은 희귀한 일이겠지만, 그를 단념할수 없을 것이다. 사라진 이미지에서 유토피아적 잠재성을 믿는 이라면 더욱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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