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뚜껑을 연 게 얼마만인가. 나는 뚜껑의 무게가여전히 익숙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타건을 기다리는 가지런한 88개의 건반 중 가온 다음을 찾았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건반을 누르며 해머와 현이 부딪히는 모습을상상했다. 처음 피아노를 배우던 날이 떠올랐다. 건반을누르면 나는 소리가 신기해서 같은 음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눌렀다. 급기야 피아노 의자를 딛고 일어나 업라이트피아노 뚜껑을 열어보기도 했다. 그 기억을 오래 잊고 지냈다.
그사이 아이가 잠에서 깨어 내 발밑으로 기어 왔다. 처음에는 내 양다리를 붙잡고 서더니 이내 손을 뗐다. 처음혼자 선 것이었다. 나는 아이를 번쩍 안아서 뺨에 입술을비볐다. 아이의 뺨에서 딸기우유 향이 났다. 일년 중 밤이가장 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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