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 다다랐을 때 안개 사이로 검은 실루엣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짙은 갈색 말 한마리였다. 수연이 눈을 여러번 감았다 뜨는 동안 말은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않았다. 수연은 차 시동을 껐다. 고요했다. 그 순간 말이수연의 차가 서 있는 쪽으로 천천히 머리를 들어 올렸다.
수연은 양손으로 핸들을 꼭 움켜잡았다. 바람이 요란하게차체를 휘감고 지나갔다. 말의 눈은 검은 웅덩이 같았다.
깊고 투명하고 맑았다. 수연은 그 눈에서 자신을 보았다.
아니야. 내가 아니야. 수연은 필사적으로 혼잣말을 되뇌었다. 그사이 말은 차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수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말의 눈에 비친 얼굴은 누구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