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곧은길을 걸어가듯 글을 써본 적이 없다. 빨랫줄 기둥에묶인 개처럼 항상 내 이야기 주변을 빙빙 돌며 진실을 외면하다가, 퇴고를 거듭하면서 나선형으로 점점 진실에 가까워지고 마침내 가짜 자아가 진짜 자아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이 온다.
마지막 인생록을 쓸 때는 완성된 원고 1,200페이지를 쳐냈고,
마음을 하도 자주 바꾸는 바람에 키보드의 딜리트 키가 고장 났다. 내가 그럴 배짱이 있다면 기념으로 딜리트 키 브로치를 만들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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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이 버마 사람들에게 연민만 느꼈다는 식으로 글을 썼다면그의 이야기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없었을 것이다. 이기적이고 변명을 일삼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오웰의 훌륭한 서술덕분에 독자는 코끼리와 군중, 두려움과 자존심 때문에 길을 잃은풋내기 경찰관과 공감할 수 있다. 여기서 코끼리와의 대결은 수많은 명작을 낳은, 자연에 맞서 싸우는 문학적 전통과 닿아 있기도하지만 또한 오웰의 내적 투쟁을 잘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반면 작가가 솔직하게 시인하지 않은 허영이나 자기중심성이있다면 어떻게 될까. 독자는 이를 곧 파악하게 되고 불신이 피어올라 작품을 읽는 데에 방해가 된다. 때문에 성공한 문학적 회고에서는 내적 투쟁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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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가가 "기적적으로 완벽한" 같은 표현을 써가며 어떤 물체의 반짝이는 빛깔을 상세히 늘어놓았다면 지나치게 화려하게 꾸민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보코프는 수정 달걀을 입에넣는 묘사로 화려함에 대한 육체적 열망을 표현하면서, 한편으로는 수정 달걀에 심리적 힘을 불어넣는다. 그는 수정 달걀을 핥는행동이 "내가 양식으로 삼게 될 아름다움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것은 아니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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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가짜 자아를 뒤집어쓴 옆자리 사람 때문에 지루했던 적도 많지만, 그만큼 모르는 사람의 얼굴에서 생생한 열정이뿜어져 나오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본 적도 많다. 아무리 폐쇄적이고 까칠하며 늘 감정을 억제하는 사람이라 해도, 자신에게 가장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는 자기감정을 진솔하게 전하는 법이다. 아무리 말솜씨가 없는 사람이라도 반짝이는 몇몇 교감의 순간에는훌륭한 교향곡처럼 듣는 이의 마음을 들쑤신다.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그런 교감을 포착하고 싶은 욕구에서 바로 교향곡이 탄생한것이다. 자전적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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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아픔이 돋보이려면, 채찍질과 채찍질 사이의 다른 삶을 반드시 함께 그려야 한다. 그런 희망의 순간들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때리고 또 때리는 장면만 이어질 뿐이다. 그러면 자극적인읽을거리로 잠시 주목받고 말 것이다. 자극적이어도 단조로운 이야기는 다시 읽히는 법이 없다. 심지어 나 혼자 읽는 글이라 해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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