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를 시작하고 난 후 일주일 동안 우리는 커다란 책장에 백 권도 넘게 꽂힌 매거진 C의 과월호를 보며 잡지의 구성이나 정체성에 대해서 스터디했다. 사수인 배서정이 시시때때로 기사마다 ‘야마‘가 되는 내용을 정리해 오라고 했다. 흥미로운 인터뷰가 많았고,
순수예술부터 대중문화까지 문화계 전반을 골고루 다루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꼭 들었다. 잡지를 읽으며 나는 부푼 꿈에 사로잡혔다. 언젠가 그러니까 삼 개월의 수습기간이 끝나고 머지 않아 이런 유명인들을 만나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설렘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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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가 가리키는 망망대해를 바라봤다. 파도조차없는 저 바다가 사실은 끝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않았다.
이 사람들은 태어나자마자 줄곧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행복한 사람들만 보며 살아가야 하지.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얼굴은 직전에 비해 열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 나는 피지사람들은 언제나 행복하기만 할 거라고만 생각했어. 그렇게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저곳으로 가고 싶지 않아. 그래서 이곳을 떠날 거야.
태어나면 죽기를 기다려야 하는 건 모두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말이야.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대신 굿바이 인사를 했고 곧 숙소로 돌아와 노래를 불러주는 원주민 소녀를 기다렸다.
그리고 스위스 여학생에게 들은 이야기를 꺼냈다. 원주민 소녀는 갑자기 싱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내가 웃음에 고개를 갸웃하자 이런 말을 건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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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와 스태프들이 촬영 장비를 옮길 동안 수납 데스크에서 방문증을 수령하고 병실에 가 제일 먼저 출연 예정자와 만나는 것은 내 일이었다. 병원 원무과장과 명함을 주고 받은 뒤 P에게 메시지로 병실 번호를 보내둔 다음 혼자 엘리베이터를 탔다.
늘 해 오던 일인데 영 내키지 않았다. 느리디느린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고 복도에 발을 내딛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냥 이번 건은 빠진다고 할 걸 괜히 따라나선 걸까. 서울에서 진작 끝냈던 고민이 병실 앞에서 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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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는 너무나 많고 커피는 언제나 중요하고 커피가 너무나 중요하다고 여기며 오사카의 아침거리를 들뜬 채 걷고 있는 두 사람은 정확한 길을 가고 있다.
이제서야 나는 그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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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침묵할래요
나 구름이 되어 설탕을 퍼뜨릴래요
설탕 말고는 어떤 비도 내리지 않을래요
나는 물속에도 있고 흙속에도 있으며,
불 속에도 있고 바람 속에도 있답니다
이 사원소는 내 주위를 돌고 있지만,
나는 사원소에서 태어나지 않았답니다
나는 때로는 터키인, 때로는 인도인
때로는 로마인, 때로는 흑인이 됩니다
이 모두는 그대가 그린 그림일 뿐
오, 님이여!
나는 신앙고백이며 신성모독입니다
내 심장과 영혼의 타브리즈는
여기 항상 진리의 태양과 함께입니다
비록 육신에 갇혀 있다 할지라도
이제는 괴로움에 끄달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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