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인간세(人間世)」편을 보면, 바로 그러한 큰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제사 지내는 곳에 심어져 있는 거대한 나무를 보고 제자가 아주 좋은 재목이라고 감탄하자, 목수인 스승이 말한다. "그러지 마라. 그렇게 말하지마라. 저건 성긴 나무다. 저걸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저걸로 관을 만들면 빨리 썩고, 저걸로 그릇을 만들면 빨리부서지고, 저걸로 문을 만들면 진물이 흐르고, 저걸로 기등을 만들면 좀이 슬 것이다. 재목으로 쓸 수 있는 나무가아니다. 쓸데가 없다. 그래서 이처럼 오래 살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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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간이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인 한 인생은 거품이다. 그러나 거품은 저주나 축복이기 이전에 인간의 조건이다. 적어도 인간의 피부는. 과학자 몬티 라이먼은 『피부는 인생이다』에 이렇게 썼다. "한 사람의 몸에서 매일떨어져 나가는 피부 세포는 100만 개 이상이고 이는 보통집에 쌓인 먼지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의 규모인데,
표피 전체가 매월 완전히 새로운 세포들로 교체되며 심지어 이런 흐름이 멈추지 않고 이루어지면서도 피부 장벽에샐 틈도 생기지 않는다. … 즉, 인간의 피부는 가장 이상적인 거품 형태라고 밝혀졌다."
아침이 오면 거품 같은 인간이 세면대 앞에서 비누거품을 칠하고, 자신의 오래된 거품인 피부를 씻는다. 또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부풀어 오르지만 지속되지 않을,
매혹적으로 떠오르되 결국 하늘에 닿지는 못할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또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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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는 은사님으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잘 지내고 있는지, 좋은 시 자꾸 익어가는 가을이라 믿네라는글귀에 한결 가벼운 마음이 되어 답장을 드렸다.
요즘에는 바다보다 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가을이라 그런가봐요. 지금까지는 매년 가을은 바다의 계절이었습니다. 가거나 가지 않거나 갈 수 있거나 갈수 없을 때도요. 무슨 영문인지 모를 때 늙어간다는 말을자주 쓰고 있습니다. 존 키즈 John Keats를 읽었습니다. 오늘11시 30분경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깃털을 보았습니다.
습성을 바꾸기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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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그토록 서투른 말들을 건네는 이유는 죽음에 대해서 말하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르빌뢰르의 문장을 읽으며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 앞에서 제대로 된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죽음은 너무나도 커다란상실이자 슬픔이고, 그것을 담기에 언어라는 그릇은 언제나 너무나도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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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없이 자란 아버지는 사랑하는 이와 혼인하고 가정을 꾸리고 자식 둘을 길렀다. 정년까지 일했다. 이제 어머니와 따로 잠자리에 들고 밤마다 숨 쉬기가 곤란해 잠을설치고, 명절에는 자식의 두 손을 부여잡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사과할 줄 아는 노인이 되었다. 남이라면 대단하다고 여겼을 텐데.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 아버지로 살 자신이 없어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고 말해주는 이도 있으나. 아버지가 나오지 않은 꿈 때문에 추석에는고향에 다녀올까 싶어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았다. 검사원이 면봉을 콧속 깊숙이 넣었다 빼자 눈물이 핑 돌았다. 뭘 뚫긴 뚫었구나. 뚫렸구나. 귀가하면서흥얼거렸다. 아버지가 자주 부르던 노래, 「둥지」. 아버지가더 노쇠하기 전에 아버지를 예뻐해야지. 아버지라도 예뻐서 다행이라고 말해주면서, 아버지에게 목소리를 들려주고, 내가 오래전부터 가족을 이뤄 지내고 있다고 말한다면아버지는 나를 예뻐해주시겠지. 아무래도 이런 생각은 유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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