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없이 자란 아버지는 사랑하는 이와 혼인하고 가정을 꾸리고 자식 둘을 길렀다. 정년까지 일했다. 이제 어머니와 따로 잠자리에 들고 밤마다 숨 쉬기가 곤란해 잠을설치고, 명절에는 자식의 두 손을 부여잡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사과할 줄 아는 노인이 되었다. 남이라면 대단하다고 여겼을 텐데.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 아버지로 살 자신이 없어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고 말해주는 이도 있으나. 아버지가 나오지 않은 꿈 때문에 추석에는고향에 다녀올까 싶어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았다. 검사원이 면봉을 콧속 깊숙이 넣었다 빼자 눈물이 핑 돌았다. 뭘 뚫긴 뚫었구나. 뚫렸구나. 귀가하면서흥얼거렸다. 아버지가 자주 부르던 노래, 「둥지」. 아버지가더 노쇠하기 전에 아버지를 예뻐해야지. 아버지라도 예뻐서 다행이라고 말해주면서, 아버지에게 목소리를 들려주고, 내가 오래전부터 가족을 이뤄 지내고 있다고 말한다면아버지는 나를 예뻐해주시겠지. 아무래도 이런 생각은 유치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