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님께서 숭산에서 면벽 수행을 하고 계실 때 혜가가 찾아와 법인을 구하려고 합장하며 말했지. ‘스님, 소수의 마음이 편치 않사옵니다.‘ 달마님이 말씀하셨네. ‘자네의 마음을 놓아주시게.‘ 혜가가 답했지. ‘스님, 아무리 마음을 찾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달마님이 말씀하셨네. ‘그것일세! 내가 이미 자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기 때문이지.‘ 그렇게 해서 혜가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지……
달이 무척이나 밝던 어느 밤, 7월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사탕수수밭을 돌며 경비를 서고 있었다. 달빛이 하나하나를 선명하게 비춰서 마치 시나무의 뿌리처럼 사탕수수 마디마다 듬성듬성 돋아난 수염들까지 전부 보였다. 바람에 의해건조해져 아주 부드러워진 모래 표면에 사탕수수 행렬이 검게물든 그림자를 기다랗게 끼얹었다. 가끔은, 사탕수수밭에서 바람이 주저리주저리 농담을 하는 바람에 듣고 있으면 온몸이 싸늘해지기도 했다. 사탕수수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 달려갔더니, 모래 위에 사탕수수가 어지럽게 누워 있는 것이 보여 너무나도애가 탔다. 나는 자제력을 상실한 채 허공에 대고 총을 한 발쐈다. 대여섯 명쯤 되는 아이들이 벌거벗은 채 우르르 달려 나왔다. 열두 살쯤 돼 보이는 두목 같은 여자아이 하나는 사탕수수까지 질질 끌면서 달려 나왔다.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거기 서!" 녀석들은 깜짝 놀라 물로 뛰어들었고 허둥지둥 노이쪽으로 헤엄쳤다. 나 역시 총을 집어 던지고는 옷을 벗고 강으로 뛰어들었다. 한 명이라도 잡자고 결심했다. 한 명을 잡으면 전부를 추적할수 있다. 경찰들이 보통 그렇게 했다.
나는 옷을 벗고 갈색 반바지 하나만 입었다. 모두들 웃음을터뜨렸다. 누군가 길고 복잡하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대강 내가우승을 하고 싶으면 다섯 명을 쓰러뜨려야 한다는 말이었다. 우리 마을 남자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서로 시끄럽게 다투더니 결국 내가 두 사람을 쓰러뜨려야 현재 가장 점수를 많이 딴티 선수와 겨룰 수 있다는 선에서 합의를 보았다. 띠엔 선수가 씨름판에 들어왔다. 나는 바로 달려들었다. 역시 건장한 띠엔 선수는 내 다리를 감고 잡아당겼다. 천 일이넘는 시간 동안 진흙탕에서 헤엄치고 어깨에 흙을 짊어졌던 내다리는 아주 튼실했고 마치 말뚝처럼 바닥에 꽂혀 있었다. 띠엔 선수가 가로로 세로로 몸을 돌렸지만 나는 변함없이 꼼짝않고 서 있었다. 내 두 손은 띠엔 선수의 두 어깨뼈를 움켜잡고 그대로 꽉 쥐었다. 약 3분 만에 띠엔 선수는 굳어버렸고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심판이 나의 승리를 선언했다.
시골 마을의 우울하고 갑갑한 분위기에 나는 극도로 비통한감정을 느꼈다. 모두들 밥벌이를 하기 위해 분주하고 수선스러웠다. 고정관념과 풍속 들은 정말로 버거웠다. 나는 가부장 정신이 인간의 운명을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목격했다. 또한 성별과 도덕에 관한 오해들이 소녀들의 얼굴에서 빛나는 아름다움을 살해하는 것도 목격했다. 청년들은 아주 적었다. 들판에는늙은 남녀, 여성 그리고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이 일하는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가인을 멘아가씨, 아주머니 무리가 다가왔다. 매우 날카로운 어느 여자의 목소리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엉, 저기 네 가인을 시장까지 메어다 줄 사람이 기다리고 있네." 사람들이 내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나는 프엉이라는 이름의 아가씨 얼굴을, 수많은꿈속에서 나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그 얼굴을 알아보고는 멍해졌다. 여전히 그 얼굴이었다. 선들은 분명하면서도 과감했고, 천진난만하면서도 냉정했다. 프엉이 말했다. "이봐요, 품삯 받고 메다 줄래요?" 내가 말했다. "네!" 프엉은 가인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프엉이 말했다. "쌀이 담긴 가인을 시장까지 들어다주면 내가 돈을 줄 테니까 머리 좀 자르세요."모두들 웃었다. 그들은 내 어깨를 툭툭 치고 주먹으로 가슴을 때렸다. 나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처럼 쌀 가인을 메고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프엉은 붉은색 인조가죽 가방을 흔들며 내 옆에서 걸어갔다.
왐피나무는 산 중턱의 높고 가파른 곳에서 절벽 쪽으로 기울어져 자라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나무를 잘라서 골짜기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우리는 한나절이 지나도록 의견을나눈 끝에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 한쪽 편은 가지를쳐낸 후 잡아당길 수 있도록 줄을 묶고, 다른 한쪽은 나무를안전하게 쓰러뜨릴 수 있도록 흙을 전부 파내고 땅을 다지기로했다.
내 집은 도시에 있다. 농촌에 와서 지낼 기회가 별로 없었기때문에 나로서는 이번에 럼의 집에 오게 된 것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내 아버지는 선생님이고 (예전 봉건시대 관리 집안 출신인) 어머니는 집에서 살림을 하면서 아버지의 ‘조교‘ 역할을 하고 있다. 부모님은 내가 더 많이 공부하기를 원한다. "공부를 해야 덜 힘들단다 얘야." 어머니는 그렇게 말한다.
나는 럼의 아버지를 따라 달렸다. 그는 몸을 뒤로 넘어뜨리면서 연줄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연이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졌다. 럼의 아버지는 잽싸게 오른쪽으로 달려가서는 이쪽과 저쪽두렁을 뛰어다녔다. 연은 상공에서 사선으로 길을 갈랐다. 럼의 아버지가 왼편으로 뛰어갔다. 연은 또다시 비스듬히 길을갈랐다. 한동안 출렁이던 연은 둥실둥실 곧게 솟아올랐다. 럼의 아버지는 얼레를 풀었다. 벌거벗은 등판 위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달리고, 넘어지고, 또 달리고, 또 넘어지고.
나는 골목으로 나갔다. 하늘이 갑자기 신기하게 아름다운 닭기름 색으로 반짝였다. 하늘과 땅, 풀나무를 비롯한 모든 것이찬란하고 신비한 빛깔 아래 명확하게 드러났다. 닭기름 색이모든 것을 감쌌다. 진홍색의 히비스커스꽃들까지도 사람의 입술 같은 분홍색처럼 다른 색으로 변해갔다. 나는 두려움에 심장이 조여왔다. 다른 세상, 구체적으로는 끔찍하고, 세밀하게보자면 무섭기까지 한 그런 세상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잠시 후, 하늘이 어두워졌다. 모든 것이 이전의 경치로 되돌아갔다. 나는 섬뜩하고 아프면서, 내 주위의 세계가 너무나도창백하고 가엽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한참을 잠자코 서있은 후에야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양쪽 발찌에우 씨는 바로 내 눈앞에서 죽었다. 그의 머리는 한쪽으로 꺾였고 입에서는 피가 잔뜩 솟구치면서 내장이 쏟아져 나왔다. 미친 물소는 태연하게 한쪽에서 풀을 뜯었다. 찌에우 씨에게 끌려가 눈에 떨어진 띠엔은 시체처럼 창백해진 얼굴로 일어서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었다. 공여러 사람이 달려왔다. 몇 사람은 총을 들고 있었다. 어느 민FP228병이 짐승의 머리에 미친 듯이 총을 쏘아댔다. 마을 사람들이 매우 많이 쏟아져 나왔다. 럼의 할머니는 띠엔을 데리고 와서 울면서 찌에우 씨에게 절을 했다. 럼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울면서 논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제를 올리듯 절을 했다. 마을 노인 몇이 상의를 한 끝에, 멀리서 보면 나뭇가지들이 찹쌀밥을 담아놓은 쟁반처럼 퍼져 있고 줄기는 네명이 겨우 감쌀 수 있을 만큼 굵다란, 900살이 넘은 오래된 쪼이나무 아래로 찌에우 씨의 시신을 옮겨 가자고 모두에게 말했다.
후어땃에는 연한 노란빛을 띠고 단추처럼 작디작은 들꽃 같은 옛날이야기들이 작은 골목마다 세워진 울타리 주변 어딘가에 점점이 피어 있다. 남자들은 그 꽃을 입에 물고 술을 마시면 좀처럼 취하는 일이 없다. 그건 마치 샘물 한가운데에 비밀스럽게 놓여 있는, 실처럼 붉고 아주 가느다란 힘줄이 돋아난하얀 조약돌들과도 같다. 여자들은 그 조약돌을 좋아한다. 그들은 조약돌을 주워 속옷에 넣고 꼬박 100일 동안 숙성시킨다. 남편이 깔고 잘 요를 만들 때 그들은 몰래 요 안에 그 조약돌을 숨겨 넣는다. 남편이 그 요 위에 누워서 절대로 다른 여자를 생각하지 않게 해달라는 기원을 담아서 말이다. ‘후어땃은 외로운 마을이다. 그곳 사람들은 간소하고 소박하게 살아간다. 산밭을 돌보는 일은 힘겹고 피곤하다. 사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곳 사람들은 넓은 마음으로 손님을 반긴다. 후어땃에 온 손님은 화롯불을 쬐며 말린 야생 짐승의 고기와 함께 뿔잔에 즈어우껀*을 대접받게 된다.
뿌어의 냐산에서는 캔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누구도두 다리를 못 쓰는 아가씨를 아내로 맞이하려 들지 않았다. 모두들 뿌어를 가여워했다. 사람들은 뿌어를 위해 혼령에게 제사도 지내보고 약도 구해다 주었다. 아무런 효험도 없었다. 그녀의 두 다리는 변함없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시절 후어땃에는 어느 마을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가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마을 외곽, 귀신의 숲과 가까운 곳에집을 지었다. 그 집에는 고령이 된 부부 두 사람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어디를 가든 항상 함께했다. 아내는 언제나 말수가 적고 조용해서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하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남편은 키가 크고 마른 몸에 얼굴은 피골이 상접하고 코는 꼭 새의 부리 같았다. 흐릿하고 움푹 팬 노인의 두 눈에는차가운 빛줄기들이 퍼져 있었다
후어땃에는 로티부어라는 특별한 여자가 살았다. 밖에 나가면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지독한 마귀라고! 가까이 가지 마!" 부모들은 아이에게 이렇게 타일렀다. 아내들은 남편에게 이렇게 일러두었다. 부어는 매력적인 아가씨였다. 그녀는 키가 컸고 엉덩이는 평퍼짐했으며 몸매는 단단했고 가슴은 보드랍고 풍만했다. 늘 밝게 웃는 그녀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빛이 넘쳐흘렀다.
오후가 되니 하늘에 비구름이 가득 끼었고 밤이 내리자 비가쏟아졌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학과 마을 우두머리 딸의 혼인을 축하하기 위해 한 달 내내 쏘애춤을 추었다. 후어땃 마을에서 가장즐거운 쏘애춤 잔치였다. 온 마을이 흥건하게 취했다. 각 집의기둥들과, 심지어 들판의 나무들까지도 뿔잔에 술 한 잔씩을 거나하게 대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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