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고기압(blocking high)과 온대저기압(extratropical cyclone)은 계절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유목민의 기질을 닮았다. 먼저 저지고기압은 흐르는 시내 한가운데를 가로막는 바윗덩어리 같은것이다. 물이 내려가다 바위를 만나면 양쪽으로 갈라져 흐른다. 바위가 견고하게 버티는 한 주변의 물 흐름도 같은 모양을 계속유지한다. 바위 바로 뒤편에서는 물살이 바위에 막히고 물의 흐름이 정체된다. 이곳에서는 힘들이지 않고도 가만히 서 있을 수있다. 주변에서는 물살이 빠르게 흘러가 몸을 가누기 힘든 것과는 대조된다.
온대저기압은 저지고기압보다 짧은 주기로 날씨의 변동을가져온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고사 성어처럼 일주일 사이에 한란(寒暖)의 기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온대저기압은편서풍 기류에 실려 흘러간다. 저지고기압이 편서풍대를 남북으로 흔들어대면 그 길을 따라 흐르는 온대저기압도 덩달아 남북으로 춤을 춘다. 시냇물을 따라 흘러내려 가는 보트가 바위를 만나면 물살을 따라 주변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옷차림도 변수다. 옷이 피부를 감싸고 있을 때는 옷의 보온성이나 통풍성에 따라 체감온도가 달라진다. 날씨에 예민한 이들은 매일 일기예보를 보면서 옷차림을 달리하겠지만, 또 다른 이들은 자신의 계절 감각을 따를 것이다. 이들은 때가 되면 얇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는다. 계절 감각을 삐끗하게 하는 건 고온 현상이 지속된 직후에 찾아오는 꽃샘추위다. 이미 세탁해서 장롱깊숙이 처박아놓은 겨울옷을 꺼내 입자니 번거롭고, 그냥 버티자니 춥다. 봄옷으로 버티다가는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따지고보면 꽃샘추위는 햇빛이 대지를 깨우는 계절의 흐름과 때 맞춰발달한 온대저기압의 주기가 맞아떨어지며 나타난다. 온대저기압이 접근할 때는 남풍이 불어와 봄을 재촉하지만, 저기압이 지나갈 때면 차가운 북풍이 내리꽂히며 다시 겨울을 부른다. 몸과마음은 이미 봄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을 때 역주행하는 날씨가빚어낸 해프닝이다.
전에는 악장마다 연주 시간이 비슷했지만 최근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그 길이도 달라지는 추세다. 봄을 노래하는 1악장은짧아지고, 대신 2악장의 여름은 점점 길어진다. 악장을 다시 육등분한 절기는 우리 선조들이 살았던 시대의 기후와는 맞아떨어졌을지 모르지만 오늘날에는 조금씩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기후가변화한 탓이다. 거기에 날씨까지 춤을 추면서 우리가 체감하는계절의 시작과 끝도 오락가락한다. 하지만 일 년 전체를 통틀어보면 자연이 긴장과 이완, 강약을 조절해가면서 한 편의 완전한교향악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걸 알 수 있다.
계절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면 지구 곳곳에서 돌림노래가 들려온다. 북반구와 남반구가 마주 보고 서로 다른 성부를 번갈아맡아 합창한다. 북반구가 봄을 노래하면, 반년의 박자를 쉬고 나서 남반구에서 다시 봄이 시작된다. 북반구가 여름으로 가는 동안 남반구는 겨울을 부르며 화음을 맞춘다. 포크댄스를 출 때 짝이 서로 팔짱을 끼고 돌듯이 양 반구의 돌림노래는 지구와 태양이 함께 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아름답게 어울리는 것에 황금 비율이 관여한다면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운항 규칙과 도미솔의 화음 사이에도 통하는 게있을 것이다.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할 때 태양과의 거리와 공전 주기 사이에는 일정한 수적 비례 관계가 있다. 마찬가지로 비파 현의 길이를 3분의 2 비율만큼 줄이면 도에서 솔로 음계가 높아진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과학으로 인도했던 우주의 질서는악기를 통해 음악으로 재현되고 음악은 세상의 섭리를 다시금 깨우치게 하여 삶을 지탱하는 힘을 주었을 것이다.
람처럼 차어릴 때 자주 불렀던 <반짝반짝 작은 별>은 선율이 단순해서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 누군가가 이 곡을 반복해서 들려준다면금방 싫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모차르트가 내놓은 변주곡을 들으면 연주가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재잘대는 종달새 소리를 듣는 것처럼 유쾌해진다. 음악의 대가는 주제 선율을 유지하면서도 화성이나 리듬을 조금씩 다르게 12번이나 변형하여 곡의 분위기를 시종 새롭게 이어준다. 한편으로는 민요 가락에 담긴 태아적 모성에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화려한기교와 장식으로 변화를 불러일으키며, 안정과 갈등의 타협을 모색한다. 변하지 않는 것이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어, 조화와 평화를 느끼게 한다.
어린아이의 웃음처럼 맑게 갠 봄날이면 양지바른 풀밭에 땅해주는 것이다. 을 베개 삼아 누워 하늘을 보고 싶다. 구름은 쉴새없이 지나가고여기서 생겼다 저기서 사라진다. 햇살에 하얗게 반짝이는 뭉게구름만 하더라도 어찌나 빠르게 모양이 달라지는지 현기증을 느낄정도다. 하지만 어머니의 품에 안긴 듯 대지의 따스함이 느껴지면 변화무쌍한 구름이 연출해내는 드라마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날씨의 변주가 아름다운 건 오랜 세월 견고하게 삶의 터전을 지탱해주었던 땅의 숨결이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육안으로 보면 금성은 아이보리에 황색이섞여 우아한 느낌을 주는 반면, 화성은 붉은빛이 감돌아 격렬한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고대부터 금성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비너스 여신으로 섬겨졌다. 저녁이나 새벽에 환하게 반짝이는 샛별(금성)을 보면서 소원을 빌기도 했다. 반면 화성은 그 붉은빛이피를 연상시킨 탓인지 전쟁의 신으로 숭상받았다.
대기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땅은 우주의 먼지가 굳어진 것이고, 우리가 마시는 공기도 흙과 바다에서 유래한 것이다. 언젠가 태양과 이 땅의 수명이 다하면 바닷물이 끓어올라 금성처럼 뜨겁고 무거운 대기가 될지도 모르고, 이산화탄소가 얼어붙어화성처럼 차갑고 가벼운 대기가 될지도 모른다.
당먼지 중에서도 크기가 작은 것들은 숨 쉴 때 몸에 빨려 들어와 폐에 오래 머무르게 되므로, 미세하고 오염된 먼지일수록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거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오염된 미세먼지가 뇌의 활동을 둔화시킨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가능하면 실내에 머무르며먼지를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문제는 겨울이다. 겨울에는 북쪽에서 남하한 찬 공기가 대기하층부에 깔리기 때문에 대기 안정도가 높아진다. 게다가 밤이길고 남중고도는 낮아서 낮 동안 지면이 받는 일사만으로는 대지가 그렇게 달구어지지 않는다. 겨울에 주변에서 배출한 먼지는위로 확산되기 어려워서 지상 부근에 쌓이고 주변의 먼지 농도가올라간다. 게다가 겨울철에는 우리나라 북서쪽에 있는 만주와 북한에서 땔감을 때면서 배출한 외국산 먼지들이 북서풍을 타고 들어와 국내에서 배출한 먼지와 함께 쌓이므로 미세먼지 농도가 극도로 높아진다. 특히 산업 활동으로 만들어낸 일산화질소, 이산화황 같은 기체들은 햇빛과 작용하여 오존 등의 2차 유해 물질을 잔뜩 만들어낸다. 이런 물질은 두통을 일으키거나 신경계에 장애를유발하기도 한다.
온대저기압이 접근해 오면 먼저 남풍이 따뜻한 공기를 몰고와 포근한 날씨가 한동안 이어진다. 그러다가 높은 구름이 끼기시작하고 점차 낮은 구름이 채워지며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면 이내 비나 눈이 온다. 시들어 있던 이파리가 비를 맞아 푸릇푸릇 탄력을 되찾고, 새들도 저기압이 몰고 온 바람과 돌풍에 대기를 떠도는 곤충을 잡느라 분주하게 떠들어댄다. 막바지에 천둥 번개를동반한 격렬한 소나기가 한바탕 내리고 나면 날이 개기 시작한다. 북풍이 찬 공기를 끌어내리며 하루 이틀은 청명한 날씨가 이어진다. 온대저기압이 지나갈 때마다 날씨의 장단에 맞추어 동식물이 반응하듯이 중위도권에 사는 사람들도 다채로운 춤곡을 즐기는 것 같다.
남반구도 북반구와 마찬가지로 중위도권에는 온대저기압이지나간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위도가 서울보다 3도 낮아, 우리 남해안에 해당하는 34도다. 이 지역의 유명한 춤곡인 탱고는 4박자의 중후한 리듬에 애잔한 선율이 넘나든다. 스페인 남부 춤곡과 마찬가지로 탱고의 느린 선율 속에도 마음 저 깊은 곳에 침전해 있는 감정을 되살려주는 마력이 있는 것같다.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는 제주 서귀포보다 위도가 3도나 낮아, 여름이면 우리 장마철처럼 습하고 더운 기운이 올라오는 곳이다. 게다가 오래전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흑인의 애달픈 삶의흔적이 녹아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색소폰과 함께 흘러나오는재즈도 비록 박자와 리듬은 다르지만 선율에서는 고향을 향한 향수를 달래주듯, 아니면 하루의 노고와 피로를 씻어내듯 달콤한안식이 느껴지기도 한다.
인류가 진화해 오는 동안 날씨의 리듬은 우리 몸속에 체화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리듬이 몸의 율동으로 드러날 때에도 지역 특유의 기후라는 프리즘을 거치면서 지역마다 다른 양식으로다듬어졌을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고장 특유의 음악과 춤을 마주할 때마다 그 안에 투영된 자연의 다채로운 풍미를 느껴보게된다.
흙에는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그 주변에 많은 미생물이 공생한다. 이것들도 숨을 쉬며 대기와 소통한다. 나뭇잎이 광합성을하여 햇빛을 화학에너지로 변환하는 동안에도 뿌리를 통해 흙 속의 수분을 빨아올려 대기 중으로 내보낸다. 그게 아니더라도 더운날에는 사람이 땀을 배출해 열을 식히듯이 식물도 체온을 조절하느라 잎을 통해 수분을 대기 중으로 날려보낸다. 흙과 주변 식물이 대기로부터 받은 물은 다시 수증기가 되어 대기로 되돌아간다. 공기는 하늘에만 떠 있고 물은 땅 위로만 흐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땅속으로 이어져서 쉬지 않고 순환한다. 그런 점에서 땅은 하늘의 연장선이고 하늘은 땅의 기운이 퍼져가는 곳이다.
지하 수로나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간 물은 수증기로 증발하여 대기로 옮겨간다. 이 수증기는 어딘가로 이동해 구름이 된다. 구름에서 비나 눈이 땅 위에 내리면 물의 순환 고리가 완성된다. 흙이 없으면 물을 저장하기 어렵고 강줄기도 메마른다. 물을 먹고 사는 땅속 생물의 다양성도 사라질 것이다. 흙이 있기에 물은흙과 대기를 오가며 순환할 수 있고, 이 땅도 생명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장마철에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남서풍을 타고수증기의 물길이 한반도로 밀려오면 여기저기 집중호우가 쏟아진다. 평소 같으면 비가 와도 한나절이면 날이 개고 하늘이 벗겨지지만 이때는 완전히 다르다. 하늘은 종일 흐리다. 간혹 구름 사이로 해가 비치다가도 이내 구름으로 뒤덮이기 일쑤다. 그 와중에도 하늘색은 쉬지 않고 변화한다. 구름이 진해졌다가 옅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런가 하면 잿빛 구름 아래에 검은 구름 조각들이여기저기 떠 있다가 바람을 타고 빠르게 이동한다. 먹구름이 지나는 곳마다 강한 비가 쏟아지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수입한 다른 지역의 산물이나 문화를 가까이에서 느껴볼 수있다고 해도 원산지에 직접 가보는 것만은 못하다. 아무리 영화를 통해 경치 좋은 곳에 가보고 대리 만족을 해본다 해도 현지에서 직접 보는 것만은 못하다. 여행의 묘미란 날씨 박람회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면서 그곳의 기후에 적응한 현지인이 먹고 입고 자는 대로 체험해보는 데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 날씨는 화음이 되어 오감의 체험을 더욱 기억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한편 장마철이 되면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쪽으로 확장해 오고, 그 가장자리를 따라 대양의 뜨거운 수증기 물길이 한반도까지 이어진다. 그러면 길목을 따라 비구름대가 계속 만들어지면서 많은 비가 내린다. 그러다가 가을이 되면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가고 수증기의 물길도 후퇴하여, 우리나라는 다시 청명한하늘 아래 햇살을 듬뿍 받게 된다.
강물은 쉼 없이 흘러간다. 골짜기의 작은 도랑이 모여 시내를 이루고, 여러 물줄기가 서로 합쳐져 거대한 강이 되어 흘러가는 소리는 한 편의 교향악이다. 물길이 내려가는 동안 큰 바위에부딪혀 돌아가기도 하고, 협곡을 만나 급물살을 타기도 하고, 낭떠러지에서 폭포가 되어 큰 폭으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대해에 도달하고야 마는 것이다. 스메타나는 <나의 조국>이라는 교향시에서 온갖 시련을 넘어 아름다운 강산과 조국을 지켜낸 체코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몰다우강의 흐름에 빗대어 그려냈다.
음악은 시간 속에서 흐른다. 흐름 속에서만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그 아름다움을 붙잡기 위해 흐름을 멈추면 음악도 끝난다. 하나의 강은 대기의 물길을 통해서 또 다른 강과 이어져 흐른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더 이상 강이 아니듯이, 바람이 불지 않으면 대기의 강물을 따라 흐르는 음악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강이 흘러왔듯이, 대기의 물길도 오랜 세월 강과 강을 건너고 바다와 바다를 건너 지금까지 흘러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