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현 시인이 문예연감 2018(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9)에 따르면, 문학 잡지(시)의 숫자가 538종에 이릅니다. 이 말은 538종의 잡지에서 시인을 배출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1명씩만 잡아도 538명입니다. 그런데 문예지에서 1명씩만 배출하는 것은 아닙니다. 2명씩 계산하면 1,000명이 훌쩍 넘어갑니다. 이렇게 해서 10년이라는 시간이 쌓이면, 시인 1만 명.
이라는 숫자가 나오는 것이죠"

내 관점으로 보자면 나와 같은 작가들 쪽작가 지망생의 친구와 선이 그나마 운이 좀 있는 편이고, 문학사적 측면에서 보자면내가 쓰고 있는 글들은 당신이 쓰고 있는 글과 마찬가지로별 가치가 없는, 고전이 되지 못하는 쓰레기다. 나는 ‘럭키
‘당신‘이고, 당신은 ‘언럭키 나다. 아니면 그저 우리 모두 문학에 빠진 불행한 이들일 뿐이다.

그러니까 당신도 퇴근하고 읽고 써라. 그 일이 가치 있는지없는지 모른다고 하더라도, 설령 무가치하더라도 그러는 게재미있다면, 그 재미를 위해 힘을 들여라. 재미야말로 당신이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이니까. (뭐? 부모가 돈이 많아서 일을 안 해도 돼서 시간이 남아돈다고? 꼴 보기 싫으니까다른 데로 가세요)

"그는 아무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홀로 있지만모든 존재가 그를 토대로 서 있다.
그는 가까이 있으면서 동시에 멀리 있고안에 있으면서 동시에 밖에 있으며움직이면서 동시에 움직이지 않는다.
『바가바드 기타」 중에서

H서서 하는 동작을 모두 끝낸 뒤 앉아서 하는 동작과 누워서 하는 동작, 거꾸로 서는 동작 등을 이어갔다. 그리고마지막으로 사바사나에 이르자, 자리에 누워 시원하게 숨을 쉬는 회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수련실의 불을 끄고 사바사나에 좋은 명상 음악을 틀어놓은 뒤 나도 잠깐 매트 위에등을 대고 누워 호흡을 골랐다. 이내 수업을 마치고 수련실밖으로 나가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옷을 갈아입은 뒤요가원 밖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결 밝아 보였다. 활짝 웃으면서 나에게 다가와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가는 학생도 있었다. ‘오늘 수업 어땠나요? 저와 함께한 시간이 괜찮았나요?‘라고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애써 담담하게 "네. 다음에 또 뵐게요"라고 인사하며 헤어졌다.

본래의 나는 집중력이 없고 산만하고 조급한 사람이었다. 의지력 또한 부족해 한 가지 일을 오래하지 못했다. 그러나 ‘본래‘라는 건 없다는 사실을 요가를 하면서 깨우쳐나갔다. 요가를 수련해오는 동안 이전에 없던 집중력과 의지력이 점점 자라나기 시작한 까닭이었다. 그것은 어쩌면원래부터 없던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인데 그동안 내가사용하지 않아 묻혀 있던 건 아닐까 싶다. 요가는 그렇게,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보물을 하나씩 꺼내어 보는 일과 닮았다.

위태롭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내 마음을 나조차도 어찌하지 못해 나의 삶은 항상 아프고 비루했다. 요가를 해보겠다고 수련실에 앉아 있으면서도 자꾸만 다른 곳을 향해 떠돌아다니는 생각 때문에 많은 시간을 공허하게 흘려버리기도 했다. 돌아보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또한 내 몸과 마음의 원리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으므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식사를 하기 위해 수저를 들기 전, 두 손을 모으고 눈을감았다. 소중한 음식을 나에게 내어준 자연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이것이 부디 내 안에 잘 스며들기를, 좋은 에너지를 주기를, 그리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기도했다.
이 세계에, 그 안의 당신께 평안과 축복이 있기를.
나마스떼.

1) 우연히 글을 쓰는 경우나 운때가 맞아서 글을 쓰게 된 것은 고정적으로 전업 작가가 되는 것보다 낫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시를 쓰기도 하는 기차 차장은 기차의 차장으로근무하지 않는 시인보다 더 잘산다.

예술의 규칙과 공식보다도 창작자 개인의 창의력, 혹은
"영감"(靈感, inspiration)이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한 것은 서양 문학 중심으로 봤을 때 18세기 말, 19세기 초 낭만주의시대부터다. 예술사조로서 낭만주의는 인간의 감정을 이성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세상에는 인간이 이성과 합리로 이해하고 파악할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낭만주의 시대 예술가들은 예술작품이 독자나관객, 청중에게 무엇보다도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낭만주의 시대에는 호러나 로맨스등 현재의 장르문학이라고 할 만한 문학 분야들이 발전하게된다. 낭만주의 이전의 1700년대 계몽주의 시대나 이후의1850~1860년대 이후 실증주의 시대에는 문학작품이 독자에게 교훈을 주거나 세상에 대한 어떤 사실을 가르치거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믿었다.

1989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1년에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어 냉전은 종식되고 공산주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리하여 러시아와 구공산권이 더 이상 금지된 땅이 아니게 되자 한국에서는 그동안 갈 수 없었던 미지의 세계에 대한 관심이 흘러넘치게 되었다. 나도 그런 물결을 타고 러시아 어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사실 나는 아주 단순하게 러시아 글자가 재미있어 보여서 시작했다. 그런데 그 뒤에는 훨씬 더 넓고 깊은 세계가 있었다.

만족스러운 이야기를 만들어본 사람은 모두 알고 있겠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열망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불치병이기도 하다. 계속 이야기를 만드시는 분들의 앞길에 가시와 못과 쐐기풀이 조금은 덜 덮여 있기를 바라며, 자신의이야기를 믿고, 자기 자신을 믿고 굳건히 그 길을 가시기를 소망한다.

X산다는 건 원래 단순한 거야. 애초에 누구에게 의지하거나 의지처가 필요하진 않았어.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면 되는 거야.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나는 단순하게 사는 게 좋다. 돈은 좀 벌지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일하고, 돈을 벌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버는 거다.
산다는 걸 그렇게 정해놓으면 편하다. 그녀에게 그런 말을마지막으로 했던 것 같다. 사람이 왜 그렇게 단순해? 세상이 얼마나 복잡한데. 뭐가 좀 아니다 싶으면 살아온 걸 뒤돌아보고 다른 길도 모색해 보고 해야 할 거 아냐. 독기 좀갖고 살아보란 말이야, 라고 악을 썼다. 그 말을 끝으로 그녀도 짐을 싸서 집을 나갔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일찍 불을 밝힌 가로등이 허공에 떠 있다. 담배 한 대피우려고 차창을 열었는데 짠내 먹은 바람이 밀려들어 온다. 바람이 따뜻할 때 이 길을 다녔는데 이젠 차갑다. 반년동안 무수히 다닌 길인데 오늘의 바람과 빛은 어제의 것들이 아니었다.

림자와 노을, 그림자 노을……… 끝없이 반복된다. 그녀는력발전기를 보면 늘보가 떠오른다고 했다. 느리게 돌아가는날개가 그런 상상력을 이끌어낸 것이겠지만 뭐 그럴 수도있다. 그녀가 나무늘보를 떠올렸든 치타를 떠올렸든 이제크게 애쓸 필요 없다. 지난 시간들 속에 박힌 기억들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고 나눌 사람이 아니니.

뭍에서 섬으로 섬에서 뭍으로, 단순한 이 길을 반년 동안 오갔다. 방조제 건너 뭍에 숙소가 있고 섬에 직장이 있었다. 직원이라야 평소엔 둘뿐인 일터다. 방조제에서 벗어나 5분 남짓 섬 안쪽으로 달리면 도로가 좁아지기 시작하는 곳에 수목장이 나타난다. 수목장까지 가는 길 주변은 온통 바지락 칼국수 식당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으로 유명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여주인공 블랑쉬 뒤부아는 극의 말미에서 완전히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의사의 지시에 따르며 이렇게말한다. "나는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해 살아왔어요." 물론 나는 모든 면에서 블랑쉬 뒤부아와 다르지만,
이 대사는 내 마음을 저민다.

.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는 오래된 교훈을 반복해서 이야별것 없기하며 학생들이 왼발 옮기고 오른발 옮기는 걸음마를 지켜보는 것, 그러면서 간혹 넘어지지 않도록 붙잡는 것뿐이다.

출판계약서에 작가는 ‘갑‘이라고 쓰여 있지만 천만의 말씀, 우리는 갑이 아니다. 갑질을 할 수 있는 사람은0.00001% 정도의 작가를 빼면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 당신이나 나는 죽을 때까지 을로 살 확률이 높다. 내가 쓰려는책에 대해 이해도도 깊고 열성이 넘치는 명민한 편집자를만나서 함께 책을 만들어가게 된다면 작가 인생에서 손으로꼽을 만한 행복한 시간이 되겠지만 한창 초짜라거나 격무에지쳐서 위에서 하라는 일을 기계적으로 하는, 또는 의욕은넘치는데 실력이 안 되는 편집자를 만났다면 이런 말을 죽도록 듣게 될 것이다. "작가님, 잘 모르겠지만 이건 좀 아닌것 같아요." 이런 소리를 대여섯 번 이상 듣게 되면, 자기도모르게 미치고 팔짝 뛰게 될 거라고 내가 장담한다. 나는 경력이 20년 차를 넘어가고 나서도 책 표지, 심지어는 책 제목 선정 과정에서도 배제된 적이 있다. 편집부에서 알아서결정해 버리고 완성본을 보냈기에 당시 나는 시중에 책이풀린 후에야 내 책이 어떻게 생겼고 제목이 뭐라고 지어졌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도대체 뭘 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노동은 하루하루 계속되었다. 운동장에 우두커니서 있는 말들이 마실 물을 가득 채우고 저녁에 먹을 건초를 정리해 둔 후 마사를 청소하고 말들이 여기저기 싼 똥을또 치운다. 나중에는 말들이 똥 만드는 자판기로 보일 정도였다. 하필 때는 여름, 작열하는 햇살 아래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똥을 치우다 보면 카뮈의 이방인이 이해될 정도였다.
그래, 오죽이나 해가 뜨거웠으면…………

엄마에게 작가가 되고 싶다고 처음 말했을 때, 엄마는걸레로 방바닥을 훔치고 있었다. 내 말에 아무런 대꾸가 없어서 나는 한 번 더 말했다. "엄마,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
아마도 열한 살 즈음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걸레질을 멈추더니 바닥에 시선을 둔 채로 말했다.
"작가는 배고픈 직업이야. 다른 걸 해."

센터를 돌아다녔고, 미배정 물건이 담긴박스 근처를 항구의 갈매기처럼 맴돌았다. 그땐 그게 나의삶이었고, 소설은 영적인 것에 가까웠다.

나는 그들이도대체 무슨 돈으로 먹고사는지 궁금했다. 모두 가까스로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으니 소설을 쓰다가 슬럼프에 빠질 정도로 좌절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완드성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단, 쓸 땐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이후의 일은 신의 뜻대로, 그것이 나의 기본자세다.

이 모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소설을 사랑한다. 그래서 가끔, 아니 자주 가족에게 미안하다. 내가 돈을 더 많이벌면 그들의 삶이 한층 더 풍족해질 수 있을 것이기에희생당한 나무에게도 미안하다. 종이가 아까운 글을 쓰진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므로

한국고용정보원이 2020년에 내놓은 『2018 한국의 직업정보』를 살펴보면 어쨌거나 시인은 직업으로 분류되어 있다. 근로 시간이 짧은 직업 상위 30개 중 하나이며, 공간 자율성이 높은 직업 상위 20개 중 하나이다. 그리고 평균 소득이 가장 낮은 직업 50개 중 하나로, 2위이다. 1위를 놓치는 때가 별로 없었는데 2018년에 설문에 응답한 30명 중에아주 잘나가는 시인들이 있었던 모양인지 평균 연 소득이 1,209만 원으로 뛰어버렸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11년간 그가 인세로 벌어들인 돈을 살펴보면 도합 2,450만 원가량이다.

여러분은 어떤가. 등단 11년차의 잘 나가는 시인 S의 수익을 보고도 S처럼 전업 시인으로 비루하게 살기를 꿈꾸는가? 아니면 그렇게는 못 살 것 같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우리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들 그리고 패턴화되어계속 반복되는 부정적인 일들은 대개 어린 시절에서 출발합니다.
양육자와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거나, 자라는 동안있는 그대로 감정을 표현했을 때 수용받지 못해 그것이 고착되어성인이 되어서도 힘든 순간들, 또래 집단에서 거절당하고따돌림을 당했던 기억, 부모님의 싸움에 늘 무섭고 불안에 떨어야했던 시간들. 그 어린 나이에 멈춰 울고 있는 내면아이가 떠나지못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합니다.

이렇게 지금의 나를이해하기 위해 과거의 나를 안아주는 시간도 마음을 들여다보는글쓰기에 아주 중요한 시간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렇게 내가 나를 이해하는 가능성의 문을 더 많이열어둘수록 우리가 쓸 수 있는 내 마음의 이야기는 더 커질것입니다. 사고를 추적하는 연습을 통해 내가 나를 얼마나이해하고 있는지,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가늠하는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글쓰기를 진심을 다해응원합니다. 그로 인해 궁극적으로 당신의 마음이 편안해지기를기도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종종 하나의 언어밖에 구사하지 못하죠. 인간중심적인 시선과 사고는 언어의 폭을 좁게 하고, 결국 유연하지못한 글을 쓰게 해요. 우리는 외부와 연결됨과 동시에 그것을자유자재로 응용하여 내면을 확장하거나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할수 있어요.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라는 말이 있듯, 저는가능한 한 많은 언어를 습득하고 더 많은 세상을 보기 원해요.
그것만이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방식 같아요. 세상에는 안다고믿는 것보다 알아가야 할 게 너무 많아요.

말씨나 솜씨, 글씨, 마음씨 같은 단어가 있어요. 현상 뒤에품고 있는 씨앗들이죠. 분명 어떤 사실 속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공들여 가꾼 무엇이 숨어 있어요. 조심스러운 대화 속에도 타인에대한 배려가 담겨 있고, 한 접시의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과정성을 다한 마음이라든가, 허리를 세우고 숨을 참은 채 한 글자한 글자 눌러쓰는 자세에서도 설핏 떨어져내린 씨앗이 있어요.
마음씨라는 말 속엔 정성과 태도가 있어요. 그런 것을 바라보고쓰려고 노력해요. 그러다 보면 단순히 글을 쓰는 게 아니라글솜씨가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삶에는 보이지 않는 장면이 도처에 숨겨져 있고,
보물찾기하듯 그것을 찾아보는 것은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점이라 생각해요. 그렇게 수집한 것들과 함께 나만의 고유한언어를 구축하는 것. 쓰고자 하는 사람의 시선과 태도야말로글쓰기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준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리하여 저는 무엇을 어떻게 쓸까, 가 아니라 살아오며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는지에 초점을 맞추려 해요. 아무도모르게 외롭게 다져온 내공이 가장 중요한 글감이 되니까요.
아무나 글을 쓸 수는 있지만, 타인과 어떤 차이를 만들어가는 건아무나 할 수 없는 작업이겠지요. 누군가는 그 과정을 통해 훌륭한문장력을 가질 수 있어요. 제게는 문장력보다 통찰력을 갖는 것이더 중요한 힘이에요. 저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보려고 하는 것같아요.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하루가 걸렸다면, 글감을얻기까지 어쩌면 우리는 평생이 다 동반되어야 할지도 몰라요.
눈앞에 놓여 있는 삶을 사랑의 시선으로 꼼꼼히 들여다보아야하니까요. 그런데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단단한 자세가되어줍니다.

만약 아무것도 쓸 수 없다면 가만히 바라보아도 좋아요. 그시간을 애쓰기보다는 그냥 지나가보는 거예요. 쓰지 않더라도꾸준히 바라보면서요. 내 주변을 둘러싼 가장 가까운 장면부터창문 너머 저 멀리 펼쳐진 이야기를. 무언가를 내 의지로 쓰려고하기보다는 외부가 내게 들려주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는 거예요.
의자에 오래 앉아 고민하는 것보다 문을 열고 나가 조금 걸어보는것도 좋아요. 삶은 테이블 위에 없고 삶 속에 있으니까요. 삶에서의발견은 분명 살아 있는 문장을 쓰게 해요.

다행히도 저는 절망보다 희망을 더 믿는 편이에요. 눈앞에놓여 있는 좌절보다는 보이지 않는, 아주 실금 같은 몽상과 희망을믿는 편이에요. 이런 용기는 삶의 태도에서 나오고, 글은 그지구력으로 써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하거나 비교하고 회피하기보다, 조금 더큰 각오로 계속해서 밀고 나가보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글이라는성과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얻게 되어요. 글이 아닌 나의 성장과아름다운 삶을요.

‘나에게 선명하게 남는 말‘로 시를 시작합니다. 어떤 이유로든그 문장이 저의 마음에 닿았다는 뜻이고, 하얀 종이에 다소느닷없이 시작되어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얼굴을 간질이는 햇살에 눈이 떠졌다. 오랜만의 휴일. 새로운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로 가장 간절했던 시간이다. 여유를 부릴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일의 끝을 보기 전까지는 시간을온전히 쉼의 영역으로 가져갈 수 없었으니까. 계속해서 생각은마무리 짓지 못한 일에 머물러 외투 주머니에는 항상 두통약이있어야만 했다. 비과학적인 해석일지 모르지만, 생각이 나아가지못하고 고민의 벽에 가로막힐 때면 어김없이 두통이 시작됐다.
마치 머릿속 어딘가를 꽉 막아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러나오늘은 주머니를 살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전인 지금은 가장 평평한 기분이니까.

물론 글을 쓰는 순간들은 대부분 매우 괴로웠다. 마음을문자로 옮기는 일은 그 자체로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기도 하고,
담고자 했던 것들이 대체로 기쁜 순간보다는 나와 내 주변,
사회와 세상의 아픈 구석인 경우가 많아 그렇기도 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 넓은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그건 감내할 만한 고통이었고, 동시에 기쁨이었다.

당신만의 달리기와 결과를 알 수 없는 새로운 산책을 온마음으로 응원하며 투명한 유리컵과 퍼즐, 창가의 바람과 곶감을이제 당신 앞에 건넨다. 아, 어떤 질문이 들었을지 모를 쪽지하나도

"너는 자꾸 결론을 정해놓고 가려고 해. Not-Knowing의상태에서 출발해야 Knowing이 나오는 거야. 지금은 절대로 알 수없는 거라고. 일단 계속 써! 이해했어?"

글을 통해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연결된다는 게 가끔은신비롭게 느껴진다. 지금 쓰는 글은 나중에 또 무엇이 될까? 내서랍 속에 잠든 쓰다 만 노트들도 언젠가는 이야기가 되어 세상밖으로 나오게 될까?

그래서 나는 외부로 향해 있는 시선을 ‘나’로 돌리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

"우리, 잘 쓰려고 하지 말아요. 책이라는 말이 부담을 준다면인쇄물이라는 말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아무에게도 주지말고 우리끼리만 교환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아니라 나를 위한 기록집이라고, 내가 보려고 만드는 거라고생각해봐요. 우리가 하려던 건 내가 써온 일기를 모아서 다시 한번보는 거예요." 나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스스로 열고 닫아본 사람은 계속해서이야기를 짓는 것 같다. 쓸모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 조각들이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몸으로 느껴보면, 창작의결과가 아닌 과정의 재미를 느끼고 나면, 그 사람은 계속 창작하는사람‘으로 살아간다고 믿는다. 나는 모든 사람이 창작자의정체성을 지니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이 창작하는직업을 갖기 바란다는 말은 아니다. 꼭 전문적인 작가가 되지않더라도, 많이 팔리는 책을 쓰지 못해도, 살면서 나의 이야기를쓰고 한번씩 마감하는 루틴을 갖는다는 건 꽤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예술철학자 맥신 그린(Maxine Greene)이 자주 한말이다. ‘나‘라는 사람은 아직 현재진행형이고 새로운 가능성은언제나 열려 있다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나의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고, 내 안에 닫혀 있는 문을계속해서 열어보고 싶다. 글을 쓸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너는 이 이야기를 왜 하고 싶어?‘ 그렇게 묻고 답하다 보면 내가모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그이야기가 내게 왜 중요했는지 알게 된다.

그렇게 해서 저는 한 줄에서 두 줄, 두 줄에서 다섯 줄 쭉문장을 이어붙여 한 편의 글을 만들어나갔습니다. 감정에서글감을 찾다보니 하루 중에 겪는 일, 만나는 모든 사람이 나에게오면 글이 될 수 있었어요. 거기서 중요한 점은 내가 그 사건과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것입니다. 인간은 대개 자신의 감정에 취하면 객관적으로스스로를 보기 어렵습니다. 누가 옆에서 ‘너 지금 뭔가에 홀린 것같아. 정신 차려!‘라고 일깨워줄 때가 아니고서야 판단력이 흐려져내가 무얼 하는지조차 모를 때가 있지요. 하지만 글로 남겨둔기록은 거짓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남겨둔 문장은마음을 추측해보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보통 제가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을 쓸 때는 ‘현실직시 - 감정 알아차리기 - 감정의 이유 찾기 - 스스로를 이해하고객관화하기‘의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글을 쓸 때는 보통 ‘계획하기‘ 단계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글쓰기를 계획할 때는 무엇에 대해 쓸 것인가(주제), 이 글을 왜쓰는 것인가(목적), 이 글은 누가 읽을 것인가(독자), 이렇게 세부분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는 흔들리는 제마음에 대해 쓰면서 고요한 호수 같은 마음을 만들고 싶었고, 저와비슷한 어려움을 가진 독자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글을 썼습니다.
글쓰기에는 왕도도 없고 정답도 없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런 질문이 이어지고 가볍게 충돌할 때, 인물의 성격과배경은 조금씩 더 명확해진다. 결과적으로 나는 예상치 않은 VR멀미와의 만남을 통해 구상 중인 소설의 주요 인물이 좀처럼거절을 못 하는 성격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는 즐거워서 그림을 그립니다, 라는 말이 찡했다.
마티스가 말했던 ‘봄날의 기쁨’이 담긴 말을 직접 듣는 호사스러운순간이었다. 나는 그 화가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마자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이용해 메모를 남겨두었다. 누군가의도를 가지고 구성해놓은 극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처럼관람의 시작과 끝이 뱅그르르 돌아서 손을 마주한 듯한 순간들을잊지 않기 위하여. 또한 언제든 다시 삶에서, 혹은 소설 속에서만나기 위하여.

거저 가는 시간이 없다.
면목이 없습니다.
그 말을 너무 남발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면목이 있으나 없으나 시간은 간다.
충동섬에 전시된 충동들을 상상했다.
형상을 가진 충동들과 그것들이 모인 섬이라는 공간.
해안절벽과 파도를 쓸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그 발상을 발전시켜 소설화하고자 했는데,
안 했다.

마음이 네모반듯하게 접힌 게 아니라 종이학처럼 접힌 것 같았다.

마음과 유리가 마음도 유리도.
뭔가 잘 설명해내는 나를 상상해보기도 하고.
좀 더 성실한 나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뭔가 생각하고. 뭔가 잊고, 캘린더를 살피고 뚫어져라.
눈이 피곤해지면 눈을 감고 잠이 들거나.
꿈에서 충동섬까지 가거나.
바다에 모래를 던지거나.
모래로 바다를 만들거나.
돌을 줍고, 돌에 이름을 붙이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