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으로 유명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여주인공 블랑쉬 뒤부아는 극의 말미에서 완전히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의사의 지시에 따르며 이렇게말한다. "나는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해 살아왔어요." 물론 나는 모든 면에서 블랑쉬 뒤부아와 다르지만,
이 대사는 내 마음을 저민다.

.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는 오래된 교훈을 반복해서 이야별것 없기하며 학생들이 왼발 옮기고 오른발 옮기는 걸음마를 지켜보는 것, 그러면서 간혹 넘어지지 않도록 붙잡는 것뿐이다.

출판계약서에 작가는 ‘갑‘이라고 쓰여 있지만 천만의 말씀, 우리는 갑이 아니다. 갑질을 할 수 있는 사람은0.00001% 정도의 작가를 빼면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 당신이나 나는 죽을 때까지 을로 살 확률이 높다. 내가 쓰려는책에 대해 이해도도 깊고 열성이 넘치는 명민한 편집자를만나서 함께 책을 만들어가게 된다면 작가 인생에서 손으로꼽을 만한 행복한 시간이 되겠지만 한창 초짜라거나 격무에지쳐서 위에서 하라는 일을 기계적으로 하는, 또는 의욕은넘치는데 실력이 안 되는 편집자를 만났다면 이런 말을 죽도록 듣게 될 것이다. "작가님, 잘 모르겠지만 이건 좀 아닌것 같아요." 이런 소리를 대여섯 번 이상 듣게 되면, 자기도모르게 미치고 팔짝 뛰게 될 거라고 내가 장담한다. 나는 경력이 20년 차를 넘어가고 나서도 책 표지, 심지어는 책 제목 선정 과정에서도 배제된 적이 있다. 편집부에서 알아서결정해 버리고 완성본을 보냈기에 당시 나는 시중에 책이풀린 후에야 내 책이 어떻게 생겼고 제목이 뭐라고 지어졌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도대체 뭘 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노동은 하루하루 계속되었다. 운동장에 우두커니서 있는 말들이 마실 물을 가득 채우고 저녁에 먹을 건초를 정리해 둔 후 마사를 청소하고 말들이 여기저기 싼 똥을또 치운다. 나중에는 말들이 똥 만드는 자판기로 보일 정도였다. 하필 때는 여름, 작열하는 햇살 아래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똥을 치우다 보면 카뮈의 이방인이 이해될 정도였다.
그래, 오죽이나 해가 뜨거웠으면…………

엄마에게 작가가 되고 싶다고 처음 말했을 때, 엄마는걸레로 방바닥을 훔치고 있었다. 내 말에 아무런 대꾸가 없어서 나는 한 번 더 말했다. "엄마,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
아마도 열한 살 즈음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걸레질을 멈추더니 바닥에 시선을 둔 채로 말했다.
"작가는 배고픈 직업이야. 다른 걸 해."

센터를 돌아다녔고, 미배정 물건이 담긴박스 근처를 항구의 갈매기처럼 맴돌았다. 그땐 그게 나의삶이었고, 소설은 영적인 것에 가까웠다.

나는 그들이도대체 무슨 돈으로 먹고사는지 궁금했다. 모두 가까스로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으니 소설을 쓰다가 슬럼프에 빠질 정도로 좌절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완드성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단, 쓸 땐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이후의 일은 신의 뜻대로, 그것이 나의 기본자세다.

이 모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소설을 사랑한다. 그래서 가끔, 아니 자주 가족에게 미안하다. 내가 돈을 더 많이벌면 그들의 삶이 한층 더 풍족해질 수 있을 것이기에희생당한 나무에게도 미안하다. 종이가 아까운 글을 쓰진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므로

한국고용정보원이 2020년에 내놓은 『2018 한국의 직업정보』를 살펴보면 어쨌거나 시인은 직업으로 분류되어 있다. 근로 시간이 짧은 직업 상위 30개 중 하나이며, 공간 자율성이 높은 직업 상위 20개 중 하나이다. 그리고 평균 소득이 가장 낮은 직업 50개 중 하나로, 2위이다. 1위를 놓치는 때가 별로 없었는데 2018년에 설문에 응답한 30명 중에아주 잘나가는 시인들이 있었던 모양인지 평균 연 소득이 1,209만 원으로 뛰어버렸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11년간 그가 인세로 벌어들인 돈을 살펴보면 도합 2,450만 원가량이다.

여러분은 어떤가. 등단 11년차의 잘 나가는 시인 S의 수익을 보고도 S처럼 전업 시인으로 비루하게 살기를 꿈꾸는가? 아니면 그렇게는 못 살 것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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