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준우는자신이 사는 곳으로 서원이를 초대했다. 몇 개월 전 서원이는 그곳에서 이제 막 결혼을 결심한 두 사람을 보았는데 몇 번 안 가 보았지만 그때 이 집이 자신의 집이라고한순간 마음먹었던 것을 기억했다. 준우는 이제 그곳을자신의 집이라고 말했다.
노파는 키트 카슨 호텔에서 살면서 촛불로꽃을 기르며 그것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그려 책으로 만들었다. 그 책에는 예전 호텔 매니저를 그린 그림도 있고호텔 엘리베이터 그림도 있다. 마치 최초의 브라우티건도서관이 호텔 안에 생길 것을 예견하듯 말이다.
문득 향수에 젖어, 고국에서 나의 관객들이 너무나 따뜻하게 보내오는 커튼콜을 받고 싶다. 그러고는 다들 불이라도 난 듯 썰물처럼극장을 나서는 사람들. 뉘브로플란에 다다르면 먼지 쌓인 고요한 대리석 궁전 주위로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바다 너머 툰드라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허옇게 을씨년스러운 가운데 누더기를 걸친 펑크족 여럿이 외로움에 울부짖는다.
우리는 이제 허물없는 친구가 되어 아마추어답게 감상한다. 하여간 케비와 함께 살면서 음악을 많이 배웠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수 없다.특히 케비의 스승(음악가라면 누구든 스승이 있다.)은 교육자로서 탁월하고, 삶의 숙명이 경이로운 까닭에 오래도록 깊은 인상을남겼다.
문득 해결책이 나타난다. 트래킹 숏이다. 연기자 주위를 돌고 엑스트라를 지나치며 찍는다. 타르콥스키는 장면마다 트래킹 숏을 찍는데, 카메라가 달리고 날아다닌다. 내가 생각하기엔 변변찮은 기술이지만 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간은 흘러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