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는 기독교 문화와 함께 서양 문화를 이해하는 기반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양 고전인문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비유적인 표현이 등장하곤 하는데 신화의 내용을 잘 모르면 그 구절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워낙 내용이 방대해서 한꺼번에 다 읽으려면 정리가 잘되지 않는 책이기도 하다.
몇 번을 읽어도 나오는 신들의 이름과 계보, 지명 등이 어찌나 헷갈리는지 모른다.
이번에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만화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신화 속 인물별로 다루고 있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중에서도 딱 한 인물씩 소개하는 구성으로 책이 나왔는데 가장 첫 권인 제우스 편을 읽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올림포스 히어로는 인물별로 스토리 구성을 해서 각 인물에 대한 확실한 각인이 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수많은 인물과 익숙지 않는 지명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내용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하나씩 매듭을 풀어놓은 것처럼 한 권에 한 인물에 대해서만 전격적으로 소개해 놓았다.
그리고 더 좋았던 건 출간 기념으로 제우스 특별판이 출시되었는데 책과 함께 퍼즐과 포스터가 들어 있다는 점이었다.
한눈에 보는 히어로 사전 제우스 포스터로 신들의 왕인 제우스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퍼즐 또한 제우스가 지닌 강력한 공격 무기인 번개를 내리치는 모습으로, 제우스에 대한 인상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올림포스 히어로의 첫 번째 인물인 제우스 편을 보게 되면 제우스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고난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마침내 신들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신들의 왕으로 군림하게 되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이 책에 나오는 주요 인물은 주인공 제우스를 비롯하여 제우스의 첫 번째 부인이 되는 메티스, 유모 아말테이아, 대지의 여신 가이아, 가이아와 결혼한 우라노스,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 등이었다.
만화가 좋은 점은 내용이 쉽고 재밌게 와닿는다는 것과 아울러 멋진 그림체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러스트가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어서 책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위력이 강한 티탄 신들과 불사의 몸인 제우스 형제들이 맞붙은 신들의 전쟁이 어떠한 느낌일까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었고 상황에 맞는 다양한 그림체로 내용을 환기해 볼 수 있었다.
그림의 표현에 유의해서 이 책을 살펴본다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이 더욱 넘쳐날 것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주인공의 활동과 주요 사건을 시공간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었다.
먼저 인물 관계가 한눈에 보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 가계도가 나와 있어 헷갈리기 쉬운 그리스 신들의 계보를 4세대 인물까지 정리할 수 있었다.
여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신들이 제우스의 형제자매와 제우스의 자식들로 이루어진 3, 4세대 신들이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 가계도를 통해 잘 몰랐던 1, 2세대 신들을 새롭게 조명해 보게 되었다.
다음에는 지도로 한눈에 보는 제우스 일대기 로드맵이 수록되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가 만나는 지중해 일대를 배경으로 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제우스가 활약을 펼친 지역을 지도로 확인해 보며 지리적으로 시야를 넓혀볼 수 있었다.
제우스는 지중해 동부 크레타 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그리스 본토로 건너와 티탄 신들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그리스 북부에 위치한 올림포스산에서 자신의 새로운 왕국을 건설했다.
제우스는 자신의 아버지 크로노스가 자기 대신 꿀꺽 삼켰다가 뱉어낸 돌을 세상의 중심 델포이에 세웠는데 이 석상을 옴파로스라고 하며 배꼽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스를 세상의 중심으로 여겼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제우스 스토리 속 깨알 재미 이스터 에그와 올림포스 히어로 MBTI까지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풍부했다.
여기서 이스터 에그란 기획자가 영화나 책, 게임 등에 재미로 몰래 숨겨 놓은 메시지나 기능을 말한다고 한다.
이 중에서 흥미로웠던 내용은 제우스가 자신의 형제 포세이돈, 하데스와 세상을 삼등분할 때 제비뽑기 돌을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이는 고대 아테네에서 평의회 대표를 뽑을 때 추첨을 한 방식으로, 제한적이긴 하지만 초기 민주주의 정치의 형태를 엿볼 수 있었다.
신화가 마냥 허무맹랑한 허구가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세계관이 담겨 있고 그들의 가치관을 투영한 매개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신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유추해본 제우스의 MBTI는 외향형, 직관형, 사고형, 판단형인 ENTJ로, 그의 지위에 걸맞은 지도자형이었다.
명장면으로 보는 제우스 성공 키워드는 우리가 제우스의 이야기를 읽고 그에게서 배워야 할 점에 대해 나와 있었다.
제우스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따뜻한 민주주의형 리더십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 단순한 권력욕이 아닌,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사명감이 있었고 소통하며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또한 용기와 자신감이 대단했으며 훌륭한 인재를 끌어모으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솔선수범하며 상벌 관계를 확실히 했고 권력을 독점하지 않고 형제들과 세상을 삼등분하며 통치권을 골고루 분배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상적으로 여겼던 리더의 자세를 제우스가 다 갖추고 있는 느낌이었다.
제우스의 성장에서부터 신들의 왕이 되기까지의 고난과 역경을 통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며 자신의 삶을 어떻게 하면 주체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 이 후기는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적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