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의 탐험가 - 2019 볼로냐 라가치 상 논픽션 부문 대상 수상작
이사벨 미뇨스 마르틴스 지음,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 최금좌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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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잘 모르는 길도 편하게 찾아갈 수 있지만 예전에는 종이 지도 한 장으로 여행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름 종이 지도를 펼치며 깨알 같은 글자와 기호를 들여다보던 낭만이 있었던 것도 같다.

그런데 이런 지도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위대한 탐험가의 노력으로 세상의 길을 하나씩 알아가게 되었다.
그들의 용감한 탐험 정신이 있었기에 더 먼 곳을 향해 갈 수 있었고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찾아 나섰던 11명의 탐험가를 소개한 지도 밖의 탐험가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원색 아니면 모노톤으로 채워진 일러스트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원색이 강렬하게 와닿는 비현실적인 풍경이 미지의 세계를 묘사하는 듯했고 탐험과 탐험가를 소개하는 페이지에는 흑백의 그림이 이어져서 대비를 이루었다.

추상화를 닮은 원색 풍경은 새로운 곳에 대한 신비로움이랄까, 자연이 품은 경이로움을 담고 있었고 흑백 풍경에서는 탐험가가 느꼈을 법한 외로움이나 두려움과 더불어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는 기나긴 탐색의 여정을 그리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무엇이 탐험가들로 하여금 길도 없는 곳으로 가도록 이끌었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류는 오랫동안 식량 부족, 혹독한 기후, 피비린내 나는 전쟁 등등 생존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18세기 이후 유럽의 탐험가들은 신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지적 욕구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그 여행에는 상인과 군인, 지리학자, 자연학자 등의 일부 과학자와 외교관 등이 동행하기도 했다.

그들이 미지의 세계에 도착했을 땐 이미 원주민이 살고 있었기에 발견이라는 표현보다 탐험 혹은 서로 다른 인종의 만남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탐험 여행은 그때까지 서로 소통하지 않았던 두 지역을 연결했고 무역의 길을 열었으며 귀국 후 자신의 모험담과 그 지역의 문화를 자세한 기록으로 남겼다.

이 책에 나오는 탐험가의 선정 기준은 다양한 활동 시기와 출신 국가, 여성 탐험가를 비롯하여 새로운 세계에서 만난 사람들과 문화, 자연을 존중하며 그 사회의 가치와 사고방식에 순응했는가를 포함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원주민들에게 잔학 행위를 한 자랑스럽지 못한 탐험가는 등장하지 않는다.

소개된 탐험가 11인은 다음과 같다.
피테아스, 현장, 조반니 데 피아노 카르피니, 마르코 폴로, 이븐바투타, 바르톨로메우 디아스, 잔 바레, 조지프 뱅크스, 알렉산더 폰 훔볼트, 찰스 다윈, 메리 헨리에타 킹즐리.

탐험가들의 절반 이상이 처음 이름을 들어본 인물이었다.

가장 처음에 등장한 인물은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인 최초로 지중해를 넘어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한 탐험가 피테아스였다.

당시 유명한 지리학자, 수학자, 천문학자였던 피테아스는 정부로부터 주석 광산을 찾아내라는 임무를 받고 지도가 없던 시절 하늘의 별(북극성의 위치)을 지표 삼아 위도를 계산해서 나아갔다.
카르타고인이 점령하고 있던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해서 스코틀랜드를 비롯하여 북쪽 어딘가의 얼음 바다를 만났다.

지브롤터 해협의 옛 명칭이 헤라클레스의 기둥으로, 12가지 과업을 수행하던 헤라클레스가 아틀라스산맥을 넘어야 했는데 산을 오르는 대신 괴력으로 산줄기를 없애 아틀라스산맥이 갈라지면서 대서양과 지중해가 생겼고 그 사이에 지브롤터 해협이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이 책의 전개를 보면 인물에 대한 소개에 이어 그가 진행했던 탐험 여정이 지도와 함께 나와 있었고 이 여행에서 배워야 할 점에 대해 다루고 있다.

피테아스의 여행을 통해 배울 점은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7세기 당나라 승려였던 현장은 불교 연구를 위해 불교의 발상지 인도로 가기 위해 실크 로드 여정에 올랐고 육체적 고통이 수반되었지만 영적으로 충만했던 여행이 되었다.

중세 시대 평균 수명이 50세를 넘기지 못했던 시절 60세 노인이었던 조반니 데 피아노 카르피니는 유럽 평화를 위협하던 몽골군의 최고 책임자를 만나 협상하는 임무를 맡아 수도사로 위장하고 여행에 나섰고 결국 교황이 원한 평화 협정은 하지 못했지만 직접 보고 겪은 동양의 풍습을 기록한 최초의 서양인이 되었다.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으로 유명한데 그보다 앞서 아버지 니콜로 폴로와 숙부 마테오 폴로가 상인으로서 아시아 대륙을 모험했다고 한다.
역시 역사에서는 기록을 먼저 남기는 일이 중요하구나 싶었다.

북아프리카 탕헤르에서 태어난 이븐바투타는 이슬람의 성지 메카 순례를 위해 21세에 집을 떠났다가 50세가 되어서야 고향으로 돌아온 세계 역사상 최고의 여행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긴 여행 동안 걷거나 낙타나 배를 타고 다니면서 그때까지 서양인들이 한 번도 발을 디딘 적 없었던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지역을 여행했다.
여행가 한 사람이 다음 여행가를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한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18세기 프로이센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무덥고 습한 열대 우림의 기후, 모기와 도마뱀 때문에 탐사하기 힘들었던 남아메리카를 여행하며 그 지역의 생태계를 관찰, 연구했다.
그는 지구를 위대한 생태계로 본 최초의 과학자였고 동시에 생태계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 최초의 과학자이기도 했다.
훔볼트 펭귄은 이러한 교훈을 준 훔볼트를 기념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여기 소개된 인물들의 면면이 하나하나 예사롭지 않은 개척자의 정신으로 흘러넘쳤지만 19세기 말까지 투표권도 없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로지 집안 일과 자녀 양육에 한정되었던 시절 탐험을 떠난 여성 탐험가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는 두 명의 여성 탐험가가 소개되어 있다.
잔 바레와 메리 헨리에타 킹즐리라는 대범한 여성이다.

18세기 프랑스에서는 왕실 선박에 여성이 승선하는 걸 법으로 금지했는데 잔 바레는 왕실 식물학자였던 남편 필리베르의 보조로 남장을 한 채 승선했고 역사상 최초로 세계 일주를 한 여성이 되었다.
당시 위생 상태가 좋지 못하고 불편한 배 안에서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안 간다.
더 불행했던 건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편과 함께한 어마어마한 양의 식물 채집 및 연구에서 그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여성 탐험가인 메리에타 킹즐리는 남편과 동행하지 않고는 여행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시대에 겁 없이 서아프리카를 혼자서 여행했다.
독학으로 아랍어, 인류학, 자연과학을 섭렵했던 그녀는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은 후 아버지가 쓰다 만 아프리카 부족의 종교적 전통 관련 책을 완성하고자 떠난 것이었다.
독립심과 용기로 똘똘 뭉친 그녀가 남긴 책은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인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여성을 보는 시각 또한 바꾸어놓았다.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만한 위대한 탐험가의 흔적을 살펴보며 자신의 마음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길을 갈 수 있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모험 정신과 용기를 엿볼 수 있었다.

- 이 후기는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적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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