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시한 소설 한 편 읽어볼 음흉한(?)
시도였다면 실망하고 접기에 충분할 만큼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단순하고 잔잔합니다. 책 제목은 지극히 상업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책 표지나 내용도 상당히 깔끔하고 뭔가 부족한듯한 분량입니다. 시집 한권 같은 아주 작은 분량!
어느 시점부터 일본작가들의 작품읽기가 꺼려지지 않았는데요.
생각의 전환에 큰 기여를 한 이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쓴 야마오카 소하치로부터 가네시로 카즈기, 오쿠다 히데오, 야마다 에이미, 온다 리쿠, 미우라 시온, 이노우에 아레노, 아리카와 히로, 다나베 세이코 등등.
일본 작가들은 우리
작가나 서양의 작가들처럼 장황하게 감정이나 이야기를 시시콜콜 늘어놓지 않는 편. 그러니 속도감이 있고, 가볍게 시작해도 책의 끝자락에 가서는 뭔가
뭉근한 감동이든 뭐든 마음을 움직입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거, 이게 중요하죠.
까짓 적당히 얽고 섞으면 감동을 주겠지 하고 써서는 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려면 글속에 진정성이 있어야 해요. 진실되지 않은 것이
감동을 준다면, 그럴리도 없겠지만 오래 가지도 않을 겁니다.
주인공 이소가이 미루메는 열아홉살의, 미술을 전공하는 전문학교 학생.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39살의 이 학교 강사 이노구마
사유리(유리)를 만나고 그녀의 그림 모델이 되면서 스무살의 나이 차는 아무렇지 않게 뛰어넘고 섹스를 나누는 사이가 됩니다. 그러나 유리는 이미
열세살 연상의 남편이 있어요. 불륜, 혹은 도덕적 지탄, 사랑의 성공적 결말 따위를 고민하지 않고 순간순간 만남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남편을
따라 미얀마 여행을 떠난다는 유리가 학교를 그만두는데, 돌아와서 연락하겠다고 말하던 여자는 돌아온 후에도 연락이 없어요.
크리스마스가 생일인 이소가이를 찾아온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면서 졸업한 후에도 계속 만났으면 좋겠다는 친구들에게 이소가이가 말합니다.
"만날수 없다고 끝이라니, 그런건 아니잖아?"
그런데 그 말은 친구들에게라기 보다는 더이상 만날수 없는 유리를 향한 사랑의 메아리처럼 들렸습니다.
유리가 왜 이소가이를 떠나려고 하는지,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는 이 작은 분량의 책속에서 많이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쉽게 남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대로 재단하는 우리들 독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열아홉살의 남자와 서른아홉살의 여자가 사랑하고 그 사랑을 이어간다면 그 결말이
행복으로 끝날 수 있는지.
작가는 굉장히 자극적일 수도, 통속적일 수도 있는 글을 담백하게 짧은 언어속에 풀어놓았습니다. 제목은 어쩌면 두사람의 사랑을 가벼운 스캔들거리로
만드는 사람들을 향한 경고의 한마디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