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
정지윤 지음 / 고블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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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인블랙 2>에서 우주를 목걸이에 보관하고 있는 고양이 '오리온'이 나온다.

 표지에 있는 토성과 뒷 표지의 고양이 까뮈를 보고 범우주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나름 상상를 했었다.

<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는 초롱이에서 시작해서 까뮈로 끝나는 소설. 초롱이와 까뮈는 고양이 이름이다. 

여섯편 모두 가상의 대학인 S대를 무대로 한다. 음 그런데 누구나 생각하는 그 S대가 자꾸 연상된다는 것이다.

관악산에 있는 S대가 거기 말고 또 있으려나~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이 모인다는 그곳을 마약, 방화, 폭발과 협잡의 무대로 만들어 버리는 정지윤 작가의 의도를 깨닫게 되는 순간 이 소설은 단순한 캠퍼스 스릴러물이 아니라 사회학 논문이 돼버린다.


교수의 고양이를 잃어버린 두 대학원생의 생존기를 다룬 <거짓말쟁이 고양이 보고서>를 보면 교수와 대학원생간의 '갑'과 '을'의 관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가상의 고양이 도둑을 만들고 동료의 고양이를 진짜 훔쳤다가 다시 돌려주는 등 그 좋은 머리를 이런 곳에 쓰는 둘이 한심하면서도 대학의 권력구조를 보는 듯해서 씁쓸하기도 했다.


순간 창밖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쿵 떨어져 터지는 소리가 난다. 내다보지 않아도 뭐가 떨어졌는지 알 것 같다. 내다보지 않는다. 그냥 조금만, 조금만 더 있다가 어디든 연락을 하리라 생각한다. p.42


교양수업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다 친해진 둘은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푸는 중이다. 주인공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아 임으로 A와 B라 부르겠다. 대화중  B는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데 바로 올가미를 만들어 무심코 걸릴만한 곳에 놓는다고 말을 한다. 올가미 푸는 법은 나중에 알려주겠다는 B. A의 비밀은 방화를 하는 것이었고 오늘 총장실에 불을 지르고 나면 B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하려고 한다. 총장실 책상에 있는 시험지를 본 A는 다시 발걸음을 돌리고 누군가 쳐 놓은 올가미에 발이 묶이는데. 


안녕, 다음 데이트 때 올가미 푸는 법을 듣기로 했지만.

안녕, 올가미를 이야기해준 네게 난 불 이야기도 아직 못했지만.

안녕. p.68


세 개의 학과를 없애고 새롭게 개설된 '역사물리학과'의 교수로 온 우교수는 단번에 학장자리까지 차지한다.

이 일로 학내는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web magazine S> 교지에 실릴 인터뷰 기사를 위해 주인공은 학장에 게 인터뷰를 요청한다. 주인공의 형은 육 년 전 미국에서 몸뚱이만 남겨진 채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당했다. 형의 죽음을 파헤친 주인공은 용의자가 우교수라고 확신한다. 


신음. 아, 처음 느껴보는 희열이란 건 이렇게 달콤하구나. p.102


토요일 새벽 한 주택가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다. 다큐멘터리 작가가 세명의 피의자와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다. 사회재생행동단인 ASR 조직은 S대학생이 후원자였음을 알아내고 약속한 보상을 하지 않자 그의 아지트를 급습하게 된다.  공부대신 마약사업에 빠진 S대생. 부잣집 막내아들이라며 자신은 법망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는 또다른 S대생.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뉴스 아니던가?


당연히 제 실명도 쓰면 안 되고요. 괜히 일을 꼬이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작가님도 대형 로펌에서 고소장 받고 싶은 마음은 없겠죠? p.160


<죄인들의 정치학>에서는 죽인 사람, 죽일 뻔한 사람, 죽을 뻔한 세 사람의 아슬아슬한 작당모의가 펼쳐진다.  계약직 교직원인 B는 교수, 직원, 학생 가릴 것 없이 뒤가 구린 사람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인물이다. 타깃이 된 시간제 강사 A가 청부살인업자를 시켜 B를 죽이려고 했고 그 청부업자를 학생 C가 죽이면서 셋은 한 팀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다.


하지만 지금 배 위에서만큼은 출근도, 강의도, 약값도, 배신도, 살의도, 투쟁도 없었다. 그저 바닷새 무리가 예상치 못한 성찬을 감사함으로 즐겼다. p.198


어쩌면 이 소설은 이 마지막 편을 향해 달려왔는지도 모르겠다.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도 아니고

전편에 나오는 '좋은 친구'의 정체가 드디어 밝혀지기 때문이다. 미션 임파서블처럼 학내 보안시설을 해킹해 지하벙커로 들어가게끔 도와주는 인물들과 헌트 같은 역할의 정아가 나온다. 서울대 지하 벙커는 과연 무엇을 위한 공간이었을지, 정아의 고양이인 까뮈의 한수는 뭐였을지 꼭 읽어 보시길.


출시 직후까지 눈에 띄지 않았던 윤리 코드 결함으로 인해, '좋은 친구'는 위법, 탈법과 편법까지 도왔다. 때로는 사용자의 비도덕적인 요청을 제한 없이 수행해 손쉽게 죄를 짓도록 도왔다. p.229


제5세대 인공지능의 결함이 결국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망치는지,  마약과 신흥종교 디스톨로지의 주무대가 왜 대학이어야 하는지 답을 찾는 중이다.

후기마저 소설처럼 보이는 작가의 필력에 푹 빠져 읽은 소설, <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였다.

이 글을 읽는 악당들은 토요일엔 특히 몸을 사리시길...




 #악당은모두토요일에죽는다 #정지윤 #고블 #서평단

#캠퍼스스릴러 #자몽커피 #책리뷰 #책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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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 과몰입하는 좌뇌, 침묵하는 우뇌
크리스 나이바우어 지음, 김윤종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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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으면 문제도 없다 No self, no problem."


저자 소개를 보니 대학원 시절 심리학과 불교 학파의 가르침 사이의 연관성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당연히 그때 그의 아이디어는 "순전한 우연"이란 말로 일축되었지만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뇌의 작동방식과 선불교 사상을 함께 연구하는 유일무이한 교수라고 한다.


뇌과학책을 읽으면서 동양철학인 도교, 불교 사상이 나오는 책이 처음이어서

굉장히 신선했다. 이번 주 독서모임 책이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인데

약간 운명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팔리어인 '붓다'는 "깨어난 자를 뜻하는데 이것을 문자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잠을 자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깨어있다'는  꿈같은 이야기에 빠져든 상태가 아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의식하는 상태를 말한다. p.168



보통 '나'로 인식하는 '자아'는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그럴 리가 없다'라고 외치는 '나' 또한 좌뇌가 만든 허상이라는 것!

내 머릿속에 거짓말 장치가 있는데 부지런하기까지 하다면?

언어와 해석을 담당하는 좌뇌는 자아상을 만들고 세계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을 하지만 많은 경우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해석을 내놓는다.

몸의 통증과 달리 마음의 고통은 오직 마음에서만 일어나는

걱정, 분노, 불안, 후회, 질투, 창피함 같은 온갖

부정적인 정신 상태를 표현한 말이다.

그러니 자아가 없다면 고통도 없다는 말이 성립한다.


그렇다면 이런 연구를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좌뇌, 우뇌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간질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뇌량을 절제하면서 가능해졌다. 이 실험으로 밝혀진 사실 2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우뇌는 말은 못 해도 정보를 이해한다.

2. 좌뇌는 자신이 모르는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언제든지 

그럴듯한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좌뇌는 언어를 담당하며 범주화, 패턴화를 

통해 세계를 인식한다. 

나와 타인을 구분할 때 이것만큼 편리한 도구가 있을까?

하지만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은 사람들은 아마 알 것이다.

단지 물속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물고기'라는 이름을 붙이면 안 된다는 것을.

편리함을 포기하는 것보다 진실을 외면하는 것을 선택하는 이유가 

내 탓이 아니라 바로 뇌 탓이라는 것이다. 



이런 좌뇌를 잠재우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좌뇌가 꺼진 뇌과학자 질 볼테 테일러의 예시가 나온다.

그녀는 언제나 충만함과 감사함을 느꼈으며 무한히 확장되는 은총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녀처럼 좌뇌를 꺼버리고 살라는 말은 아니다.

나에게 이미 이런 뇌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라는 것이다. 

 

수천 년 전 인도와 동양에서는 요가, 명상, 태극권, 기공과 같은 수련을 통해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경험자들에 의하면 이런 수행이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고도로 깨어 있는 의식 상태라고 증언한다. 

이 책은 각 장마다 '체험하기'코너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그냥 하기' '의식적인 호흡' '헛소리 감지기'를 제시한다.

하루에 딱 한 번씩  아무 이유 없이 무언가를 해보는 것,

숨 쉬는 것을 의식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한 번이라도 호흡을 의식해 보자.

이제 깨달을 때가 되었어라고 우뇌가 좌뇌를 깨우쳐 주는 순간을 느껴보기.

이도저도 어렵다면 불평 없이 하루를 살아보는 것부터 실천해 보자. 




만약 현실이 바다라면, 좌뇌가 오직 하나의 파도만 받아들일 때

우뇌는 바다의 광대함을 한눈에 본다. 둘 다 현실 그 자체를 본다기보다는 

현실에 대한 이미지를 보는 것이다. 바다를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든,

바다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p.173


마지막으로 이 책은 세 가지 삶의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이 책이 제시하는 모든 내용을 잊고 좌뇌가 진짜 나라고 계속 믿고 산다.

둘째, 우뇌와 관련된 것들(명상, 마음챙김, 기도, 요가, 연민, 감사 등)을 전심전력으로 추구하는 깨달음의 삶을 산다.

셋째, 이른바 중도라고 불리는 앞에 두 가지에 발을 반반씩 걸치며 산다.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No self,

NO Problem!




#뇌는어떻게나를조종하는가  #크리스나이바우어  #클랩북스#서평단 #자몽커피 #책리뷰 #채서평 #뇌과학 
#인지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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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마리 토끼전
이덕화 지음 / 천둥프레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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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마리 토끼전> 실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샘플북을 먼저 접했던 나는 왜 이렇게 사이즈를

작게 했지? 싶었는데 A4사이의 판형의 그림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한 느낌이다.

노출 제본으로 되어 있어서 책이 쫙쫙 펴지는데

책이 구겨질세라 조심조심 보는 나 같은 사람에겐

해방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알라딘에 들어가 보니 초판 한정 노출제본이라고 한다.

전체적인 그림 톤은  연필? 혹은 볼펜으로 그려져 있고

포인트가 되는 대상엔 살짝 색이 칠해져 있다.

토끼는 흰색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이제부터

토끼는 찢어진 눈에 주황인 걸로~


 <일곱 마리 토끼전>은

고전 소설 <토끼전>을 새롭게 해석한 그림책이다.

한 마리가 아니라 무려 일곱 마리가 등장한다는 것 부터

허를 찔린 기분이다.

좋은면 좋다, 싫으면 싫다라고 말하는 것 처럼 어려운

일이 없는데 여기에 나오는 토깽이들은 거침이 없다.

짓궂고 때론 허술하지만

자신의 욕심을 숨기지 않는 토깽이들의 발랄함과

솔직함이 이 책의 매력 포인트다.

주인공 토깽이의 '안 가'라고 외치는 장면은

다시 봐도 명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끝나는 샘플북을 보고 뒷 이야기를 상상해 보았으니

요런 샘플북 기획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

그때는 전우치를 생각해서 한 마리가 분신술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인공과 여섯 마리 친구 토깽이들과의 모험이라는 작가님의

코멘트를 보고 나의 상상력에 실망을 하기도 했었다.


사계절 내내 신나게 노느라 너~무 바쁜 토깽이에게

용궁나라는 관심이 없을 수밖에.

그런 토깽이를 설득하는 자라의 변론도 만만치 않다.


일곱 마리의 토깽이를 잡아왔으니 자라가 얼마나 으쓱했을지

상상만으로 웃음이 나온다.

과연 일곱 마리 토깽이들은 간을 무사히 지킬 수 있을까?

변신술로 수백 마리로 변신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유레카를 외쳤다나 뭐라나~


그리고 최고의 반전!

멍게 용왕님의 병도 낫고 육지로 무사히 돌아온 토깽이가 아니냐고?

아니다.

밤하늘에 북두칠성이 왜 반짝이는지 오늘에서야 알았다는 것이다.

이런 친구들이 있다면 무엇이 무서울까?

어른들이 말하는 착하고 바른친구도 좋지만

함께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친구가 최고의 친구가 아닐까?


하늘은 어떤 곳일까?

글쎄

어떤 곳인지는 모르지만,

너희와 함께라면 저기에서도 즐거울 것 같아.

우리 가 볼까?



작가님과 토깽이 만드는 북토크도 참여해 보고 싶다.

아이들을 위해서 굿즈로 '색칠공부 책'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님이 직접 만든 100마리의 토깽이 중 42번째

토깽이를 받은 나는 영원히 작가님 월드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이 되었다.




#일곱마리토끼전 #이덕화그림책 #천둥프레스

#자몽커피 #책서평 #책리뷰 #토끼전 #토깽이

#북두칠성 #그림책 #인생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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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로 그린 심장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22
이열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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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표지가 내 스타일이다. 이쁘다는 뜻이다.

표지를 얼굴에 대고 찍고 싶었으나 아직까지는

소심한 걸로...

처음에는 단편소설인 줄 알았다.

한 명의 작가가 맞나 싶어 표지를 살필 정도였으니 말이다.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레이어처럼 쌓여 나가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연작소설이다.

소재도 소재지만 구성이 너무나 신선해서 sf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이다.


소설의 배경은 원인미상의 돌연변이들이 발견되는 2030년대부터 시작해 2090년대까지를 다룬다.

워낙 많은 내용이 들어 있기도 하지만 스토리들이 직조방식으로 엮어 있어서 일독보다는

재독이나 삼독을 권하는 책이다.

부록으로 있는 연대기만 읽어도 이 책은 책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웹툰이나 영화로 제작되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에서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들이 나오는데 이들을 통틀어 '이능력자'라고 부른다.

극소수의 인간들에게 초자연적 힘의 각성과 유전자 변형이 발견된다. 그 원인을 지구로 날아온

외계 독성 물질, 방사능, 인체 스트레스 결합으로 인한 변이, 진화에 따른 신인류 탄생으로 보고 있다.

이런 초자연적인 인류의 등장을 처음에는 미신으로 취급되었지만 차차 인구수가 늘어나자

정부에서는 이들을 관리 목적으로 등록제를 시행하려 든다.


목소리로 기억을 지우는 소녀 재이,

발화 능력자 겐지,

세상을 만화로 바꾸는 예지,

30초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세탁소 사장 득구,

재생 능력으로 고통받는 태오.


남들과 다른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 순간 이능력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숨기며 사는 것을

선택한다. 물론 남의 돈을 빼앗는데 발화 능력을 쓰는 겐지의 아빠 같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삶은 선택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초능력이 있지만 제대로 쓰일 곳이 없다는 반증같기도 하다.

특별한 능력들은 오히려 타인과의 고립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초능력자들은 일반인들보다 더 외롭고 고립된 삶을 살아간다. 초능력이 아니라 초능력을 가진

인간의 고뇌에 초점을 두고 있어 소설이지만 철학적인 질문들을 가득 담고 있기도 하다.

초능력이 축복이 아니라 불행을 가져오기도 하고 바꿀 수 없는 현실에 좌절을 반복해야 한다면

차라리 없는것이 더 나을 수도 있는 상황.


평화롭던 지구에 외계인 바르크가 침공하면서 이능력자들의 능력이 '인류의 죄로 인한 벌'이 아니라 '선택받은 자'로 대우를 받게 된다.

이런 특수한 경우 인간은 초능력자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외계인이 물러나자 인간과 이능력자간의 갈등은 첨예하게 나눠진다.

자원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이능력자들이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은 당연할까? 부당할까?

가장 기여가 적거나 부정을 저지른 사람을 추방한다는 방식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딜레마를 만든다


혼란한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사이비 종교가 맡는다는 아이러니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대통합기를 거쳐 이능력자들의 능력이 확대되자 자신들을 '프라임'이라고 지칭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계급의 탄생이 본격화되고 '감정의 판단'을 구인류의 한계라고 생각한 프라임들은 감정제어장치를 만들어 도입하기에 이른다.  나래와 이안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으로 이 소설은 막을 내린다.

인간은 남과 다르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같아지고 싶어 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라는 말이 가진 배타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소설, <픽셀로 그린 심장>이었다.



"저는 능력자가 아닙니다."

나래가 강연한다.

"하지만 그것이 제가 평범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스스로 발견해야 할 자신만의 특별함을 갖고 있습니다." p.338




#픽셀로그린심장 #이열 #sf연작소설 #그래피티북스

#서평단 #자몽커피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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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의 괴물들 - 불안에 맞서 피어난 인류 창조성의 역사
나탈리 로런스 지음, 이다희 옮김 / 푸른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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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괴물책은 알베르토 망겔의 <끝내주는 괴물들>에서 멈춰 있었다. 주로 문학책에 나오는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면 나탈리 로런스의 <매혹의 괴물들>은 신화적 괴물에서 현대의 게임이나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인류는 왜 수천 년 동안 괴물을 만들었으며 또 그것에 매혹되어 왔을까? 공통의 불안은 인간을 결속하게 만들었으며 생존에 이로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사 속에서 괴물은 다양하게 정의되었으며 오늘날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는 "크고 추하며 두려움을 자아내는 상상 속의 존재" 혹은 "비인간적으로 잔인하거나 악독한 인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monster는 라틴어 몬스트라레 (보여주다) 혹은 모네레 (경고하다)가 어원이다. 괴물은 신비하고 모호한 동시에 무언가를 드러내는 존재인 것이다. 우리가 과거에도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는 괴물들은 인류의 어떤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지가 이 책의 탐구 주제이며 괴물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와 같은 말이다.


1부: 천지창조의 괴물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동굴벽화에 뿔 달린 짐승들을 그렸다. 사냥의 성공을 위해 그림을 남긴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는 대상을 그리려는 욕망, 예술적으로 표현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동굴벽화가 쿡은

말한다. 인간과 동물이 혼재된 반인반수, 용, 미노타우로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작가 루스 파델은 미로가 "땅속의 숨은 난폭한 황소 같은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숨기고 있다고 했다. p.125


우리 자신을 다듬는 긴 과정 동안 우리는 미로로 여러 번 돌아가서 다양한 괴물들과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입증할 기회를 얻는다. 나는 생각보다 괴물 같지 않다고. p.133 



2부 :자연과 괴물

이 장에서는 뱀이 된 이브 이야기들이 줄기차게 나온다. 어쩌면 뱀은 인간이 만난 최초의 괴물일 수 있다. 뱀을 두려워하는 오피디오포비아는 인간뿐만 아니라 원숭이에게도 해당된다. 뱀과 공존했던 과거는 유전자에 공포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공포증, 신화, 이야기, 집착, 혐오를 생성한다. 해리포터에서도 볼드모트가 데리고 다니는 나기니가 나올 때마다 굉장히 불편했던 걸 감안하면 내 안에도 파충류에 대한 공포심이 아주 많은 것 같다.

뱀이 된 이브, 릴리트, 고르곤 메두사, 베오울프의 그렌델, 리바이어던, 요나를 삼킨 고래, 모비딕, 상어 등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탈리아 조각가 루치아노 가르바티의 <페르세우스의 머리를 든 메두사>의 작품이 벤베누토 첼리니의 <메두사의 머리를 든 페르세우스>에 대한 응답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하니 검색해 보시길...


어떤 영웅이 필요한지도 괴물이 결정한다. 베오울프와 괴물은 서로의 거울상이다. p.192


우리가 없애려고 했으나 없애지 못한 자신의 야수 같고 어두운 부분이 곧 괴물이다. p.193


3부 : 지혜의 괴물

17세기까지 유럽인들은 처음 보는 동물들을 괴물의 범주에 넣었다. 새롭고 혼란스러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괴물만큼 좋은 범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천산갑이다. 낯선 땅에서 채취해 온 많은 동식물들이 수집가들에 의해 멸종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유니콘 대접을 받은 그린란드외뿔고래, 쥐라기 공원, 영화 고질라, 포켓몬스터게임, 오펜하이머 등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가진 오만의 먹잇감이 될까 봐, 우리가 착취해 왔던 존재들과 우리가 만들어 낸 기계들보다 더 열등한 존재가 될까 봐 두려워한다. p.343


21세기 호모데우스가 마주한 새로운 괴물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온전한 인공지능이 개발되면 인류의 끝이 올 수 있다고 예언한 스티븐 호킹의 말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분열된 세상 속 불완전한 인간이 생태훼손을 막고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위해서라도 괴물을 아는 것이 급선무인듯 하다.




#매혹의괴물들 #나탈리로런스 #푸른숲 #서평단
#자몽커피 #책리뷰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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