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
정지윤 지음 / 고블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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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인블랙 2>에서 우주를 목걸이에 보관하고 있는 고양이 '오리온'이 나온다.

 표지에 있는 토성과 뒷 표지의 고양이 까뮈를 보고 범우주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나름 상상를 했었다.

<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는 초롱이에서 시작해서 까뮈로 끝나는 소설. 초롱이와 까뮈는 고양이 이름이다. 

여섯편 모두 가상의 대학인 S대를 무대로 한다. 음 그런데 누구나 생각하는 그 S대가 자꾸 연상된다는 것이다.

관악산에 있는 S대가 거기 말고 또 있으려나~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이 모인다는 그곳을 마약, 방화, 폭발과 협잡의 무대로 만들어 버리는 정지윤 작가의 의도를 깨닫게 되는 순간 이 소설은 단순한 캠퍼스 스릴러물이 아니라 사회학 논문이 돼버린다.


교수의 고양이를 잃어버린 두 대학원생의 생존기를 다룬 <거짓말쟁이 고양이 보고서>를 보면 교수와 대학원생간의 '갑'과 '을'의 관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가상의 고양이 도둑을 만들고 동료의 고양이를 진짜 훔쳤다가 다시 돌려주는 등 그 좋은 머리를 이런 곳에 쓰는 둘이 한심하면서도 대학의 권력구조를 보는 듯해서 씁쓸하기도 했다.


순간 창밖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쿵 떨어져 터지는 소리가 난다. 내다보지 않아도 뭐가 떨어졌는지 알 것 같다. 내다보지 않는다. 그냥 조금만, 조금만 더 있다가 어디든 연락을 하리라 생각한다. p.42


교양수업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다 친해진 둘은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푸는 중이다. 주인공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아 임으로 A와 B라 부르겠다. 대화중  B는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데 바로 올가미를 만들어 무심코 걸릴만한 곳에 놓는다고 말을 한다. 올가미 푸는 법은 나중에 알려주겠다는 B. A의 비밀은 방화를 하는 것이었고 오늘 총장실에 불을 지르고 나면 B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하려고 한다. 총장실 책상에 있는 시험지를 본 A는 다시 발걸음을 돌리고 누군가 쳐 놓은 올가미에 발이 묶이는데. 


안녕, 다음 데이트 때 올가미 푸는 법을 듣기로 했지만.

안녕, 올가미를 이야기해준 네게 난 불 이야기도 아직 못했지만.

안녕. p.68


세 개의 학과를 없애고 새롭게 개설된 '역사물리학과'의 교수로 온 우교수는 단번에 학장자리까지 차지한다.

이 일로 학내는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web magazine S> 교지에 실릴 인터뷰 기사를 위해 주인공은 학장에 게 인터뷰를 요청한다. 주인공의 형은 육 년 전 미국에서 몸뚱이만 남겨진 채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당했다. 형의 죽음을 파헤친 주인공은 용의자가 우교수라고 확신한다. 


신음. 아, 처음 느껴보는 희열이란 건 이렇게 달콤하구나. p.102


토요일 새벽 한 주택가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다. 다큐멘터리 작가가 세명의 피의자와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다. 사회재생행동단인 ASR 조직은 S대학생이 후원자였음을 알아내고 약속한 보상을 하지 않자 그의 아지트를 급습하게 된다.  공부대신 마약사업에 빠진 S대생. 부잣집 막내아들이라며 자신은 법망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는 또다른 S대생.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뉴스 아니던가?


당연히 제 실명도 쓰면 안 되고요. 괜히 일을 꼬이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작가님도 대형 로펌에서 고소장 받고 싶은 마음은 없겠죠? p.160


<죄인들의 정치학>에서는 죽인 사람, 죽일 뻔한 사람, 죽을 뻔한 세 사람의 아슬아슬한 작당모의가 펼쳐진다.  계약직 교직원인 B는 교수, 직원, 학생 가릴 것 없이 뒤가 구린 사람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인물이다. 타깃이 된 시간제 강사 A가 청부살인업자를 시켜 B를 죽이려고 했고 그 청부업자를 학생 C가 죽이면서 셋은 한 팀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다.


하지만 지금 배 위에서만큼은 출근도, 강의도, 약값도, 배신도, 살의도, 투쟁도 없었다. 그저 바닷새 무리가 예상치 못한 성찬을 감사함으로 즐겼다. p.198


어쩌면 이 소설은 이 마지막 편을 향해 달려왔는지도 모르겠다.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도 아니고

전편에 나오는 '좋은 친구'의 정체가 드디어 밝혀지기 때문이다. 미션 임파서블처럼 학내 보안시설을 해킹해 지하벙커로 들어가게끔 도와주는 인물들과 헌트 같은 역할의 정아가 나온다. 서울대 지하 벙커는 과연 무엇을 위한 공간이었을지, 정아의 고양이인 까뮈의 한수는 뭐였을지 꼭 읽어 보시길.


출시 직후까지 눈에 띄지 않았던 윤리 코드 결함으로 인해, '좋은 친구'는 위법, 탈법과 편법까지 도왔다. 때로는 사용자의 비도덕적인 요청을 제한 없이 수행해 손쉽게 죄를 짓도록 도왔다. p.229


제5세대 인공지능의 결함이 결국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망치는지,  마약과 신흥종교 디스톨로지의 주무대가 왜 대학이어야 하는지 답을 찾는 중이다.

후기마저 소설처럼 보이는 작가의 필력에 푹 빠져 읽은 소설, <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였다.

이 글을 읽는 악당들은 토요일엔 특히 몸을 사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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