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김지혜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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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을 쓴 김지혜 작가의 신간 소설이 나왔다.

전작의 배경이 소양리 북카페였다면 이번에는 운화백화점이다.

책을 읽기 전까지 이번에도 서점과 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표지에 있는 책상의 모습이 내 책상과 비슷해서 든 생각이었다.


중고 신입 윤슬이 일하고 있는 백화점 콘텐츠전략팀이다.

백화점에서 자체적으로 선보이는 브랜드를 스토리로 풀어내기 위해 급조해 만든

팀이다 보니 인원은 겨우 네 명.  

다른 팀에 사람이 부족하면 지원을 나가야 하고 이동도 많아서

불면 언제라도 꺼지는 촛불처럼 위태로운 팀이다. 

홍보부나 광고부서처럼 명확한 색을 띤 부서들 사이에서 어디에든 흡수될 수

있는 콘텐츠전략팀을 색으로 표현하면 주황이 아닐까 생각했다.

단독으로는 만들 수 없는 주황은 빨강과 노랑을 혼합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힘을 발휘하는 조직답게 서서히 독자적인 색깔을 선보인다.


치열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이야기'

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이런 조직이 있는 이야기를 읽으니 피가 도는 느낌이다.

월요병이 다시 도진 느낌이랄까?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지옥철도 생각나고 대리, 과장, 차창, 이사, 사장의 얼굴도 떠오른다.

그나마 이 소설에서는 윤슬을 직접적으로 괴롭히는 상사가 없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물론 정희준 과장 같은 캐릭터는 존재하지만 말이다.

어디에나 빌런은 꼭 존재하는 거니까.

일이 힘들지 사람들은 괜찮은 이런 회사 사실 잘 없다.



 "솔직히 기획안 안 도와준 건 서운하지도 않아. 과장님은 그냥 내가 뭘 해도 싫은가 봐.

가이드도 제대로 안 주고 일을 시키고서는 다른 사람들 다 있는 데서 뭐라고 하나 몰라.

자기 기분에 따라서 오락가락 하는 게, 나를 무슨 감정 쓰레기통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니까?" p.52



'슈퍼루키날' 윤슬은 백화점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만들자는 기획안을 발표한다.

단순한 기획안은 '구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팀이 꾸려지고 갑자기 일이 커져버린다.

백화점에 캐릭터가 있다고 해서 과연 매출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최민기 본부장이 태클을 건다. 

고이연본부장보다 최민기 본부장에 

마음이 더 기울기도 했는데 이런 대립각이 잘 살아 있어서

실제 회사에 있는 느낌이었다. 


정말 뜬구름 잡는 '구름 프로젝트'가 형태를 갖추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같았으니까. 

아니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려고 스토리를 이렇게 시작했을까 

독자로서 불안하기 시작했다. 


콘텐츠전략팀이 끌어안고 있는 상실감과 초조함, 

운화백화점이 직면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

사회 초년생 직장인을 투영해 캐릭터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보면서

과연 이 프로젝트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일도 삶도 희뿌연 안개에 

둘러싸인 여정이라는 것,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내야 한다. 

난제를 만났을 때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지 차윤슬은 내게 묻고 있었다. 

커다란 찰흙을 그냥 바라 보고만 있을지, 조금씩 깎아내면서

 형태를 만들어 갈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실패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패라고 했다.

비록 '구름프로젝트'는 실패하지만 그것이 씨앗이 되어 

'운화 백화점 40주년' 아이템으로 다시 살아나니 말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건 한낮에 초승달을 찾는 일과 비슷했다. 햇빛 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하늘에 떠 있을 초승달을.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가느다란

희망의 끈과 같은 한낮의 초승달. p.163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바로 '글쓰기'의 힘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윤슬이 구름캐릭터를 고심하다 작가의 북토크에 참여하게 되고 글쓰기 수업까지 듣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야기를 쓰는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마음에 대해 작가는 '기쁨'이라고

대답하는데 많은 분들이 수긍하지 않을까 싶다.

소설에는 반드시 주인공의 시련이 나오는 것처럼 삶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

과연 콘텐츠프로젝트팀은 이 난관을 헤치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책에서 확인해 보시길...

40년 전 운화백화점의 창업주가 숨겨놓은 이스터에그가 있다는 소문이...

더 이상 말하면 잡혀갈 것 같으니 여기서 멈추는 걸로.

백가지 이야기가 있는 백화점이라면 당장 달려가지 않을까?



'꽃이란 게 말이다, 봄에만 피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단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꽃은 피는 법이지. 자신의 속도에 맞게 움트고 피어나는 것뿐이야.......' p.126


"그럼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백화점이 원래는 '백 가지 물건을 파는 상점'이라는 뜻이잖아요.

근데 백화점의 '물건 화를 이야기 화로 바꿔 보는 거죠. 그럼 백화점을 '백 가지 이야기가 흐르는

곳으로 제안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운화백화점이 되는 거고요." p.202




#중고신입차윤슬이야기를시작합니다 #김지혜

#한끼 #서평단 #자몽커피 #책서평 #책리뷰 
#도서협찬 #책들의부엌 #신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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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만든 사람들 - 아르키메데스부터 괴델까지, 수학자 50인에게서 배우는 수학의 역사와 원리
알프레드 S. 포사멘티어 외 지음, 강영옥 옮김 / 동아엠앤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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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수학책이 나왔다. 탈레스에서 시작해 2014년 여성 최초

필즈상을 탄 미르자하니까지 세계적인 수학자 포사멘티어와 오스트리아의 수학자

스프라이처가 공동 집필한 <수학을 만든 사람들>이 그것이다.

증명, 좌표, 확률, 미적분, 무한, 논리 같은 개념들이 눈을 핑핑 돌게 하지만

누구누구의 정리를 만날 때마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수학 이론들이 부담스럽다면 수학자의 삶에 집중해서 읽어도 좋다.

수학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재미있고 즐길 수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을 쓴 목표라고 하니 말이다.

그들의 범상치 않는 기행들을 보고 있노라면 양가적인 감정이 들곤 하는데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것이 더 행복이지 싶기도 하다.

그들과 나의 차이점이라면 나는 수학이 좋았다 싫었다를 반복했다면 그들의 수학사랑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정말 수학머리는 타고나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수학자들에게 주는 아벨상과 필즈상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아벨상은 노르웨이에서 주는 상인데

1960년대 북해의 석유탐사가 시작되고 그때 벌어들인 돈으로 탄생한 상이라고 한다.

필즈상은 4년마다 40세 미만의 수학자에 주는 상인데 메달에는 아르키메데스의

초상과 "Transire suum pectus mundoque potiri"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재미있는 건 아르키메데스 하면 반드시 나오는 부력의 원리

(목욕을 하다 은이 섞인 왕관의 무게를 알아냄)가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노벨상에 수학상이 없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설이 나와있는데 모두 추측일 뿐이라고 한다.


수학자들의 특이한 기행들 중에 재미있거나 안타까운 사연들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철학자로 알려진 데카르트의 침대사랑은 유명하다.

기숙학교를 다녔지만 11시까지 잠을 잘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는 일화가 사실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커서도 낮의 대부분을 침대에서 보내는 습관을 평생 유지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여왕의 철학 강의를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했으니 몸에 무리가 올 수밖에.

새벽 강의를 위해 길을 나서다 폐렴에 걸린 지 열흘 만에 눈을 감았다고 한다.



"수학은 과학의 여왕이고, 산술은 수학의 여왕이다." p.280



20세기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수학자 하디는 사진 찍는 걸 극도로 싫어해 5장만 남아 있다고 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도 싫어해 거울이 있는 호텔에 가면 수건으로 덮어놓았을 정도라고.

그래도 무한대를 본 라마누잔의 천재성을 알아보았으니 이 정도의 기행은 귀엽게 봐줄만하다.

계산의 천재인 폰노이만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놓고 연구를 했고 운전하면서 책을

읽기도 했다. 이렇게 산만한 상태에서도 머리가 돌아가다니. 역시 천재의 세상이란.

나이가 들면서 괴델은 피해망상증이 심해졌는데 독살에 대한 공포로 아내의 요리만

먹었다고 한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음식을 거부해 결국 30kg의 몸무게로 아사해 죽었다.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수학자 하우프트먼은 머리 빗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아내가 매일 머리를 빗겨주었고 12분이 늦은 시계를 사용했다고 한다.


천재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기행과 우울증은 기본이고 이론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수학자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358년 만에  해결한 앤드루 와일스로 확장되듯이 말이다.

그 어디에도 악마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라플라스가 쓴 <확률론에 대한 철학 에세이>

이번에 '라플라스의 악마'라는 표현이 나오게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라플라스의 마녀>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들어본 여성 수학자들이 많았는데 하나같이 인간극장 스토리였다.

수학을 연구하기 위해 계속 신분을 숨겼던 제르맹과

대학입학이 거부되던 시절 수학을 공부해 최초의 교수가 된 코발렙스카야도 개인적으로

더 알고 싶어졌다.

언어가 아닌 수학이 사유의 출발점이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세상을 보는 눈은 다양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고 수학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일도 들지 않으니 뼛속까지 문과생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수학을만든사람들 #포사멘티어 #스프라이처 #동아엠앤비

#서평단 #자몽커피 #책서평 #책리뷰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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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너머 - 불확실한 세계를 돌파하는 과학의 태도
카밀라 팡 지음, 조은영 옮김 / 푸른숲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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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예술처럼 그 사명을 진실하고 온전하게 수행하려면,

대중이 과학의 성취를 그 표면적 내용뿐 아니라 더 깊은 의미까지도 이해해야 합니다."


1939년 뉴욕 세계 박람회 개막식에서 아인슈타인이 한 연설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긴 하지만

현실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요는 과학이 특정인, 일부국가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래서 대중을 타깃으로 나온 과학서들은 전공과 상관없이

​의무감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기도 하다.



​ <궤도 너머>를 쓴 카밀라 팡은 ADHD 생물화학박사로 소개되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고 책을 쓰고 독립까지 했다는 짧은 문장이 큰 울림을

​주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이해하는 것부터가 나에게는 궤도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자신이 책을 썼다는 것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장애를 가진 여성과학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하다는 걸 보여주는 반증이기도하다.

'나의 인생을 구원한 건 바로 00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과학은 질서와 절차, 이론과 법칙이 지배하는 불변의 단계에 따라 진행되기도 하지만

예측 불가한 혼돈 자체이기도 하다. 과학대신 삶을 넣어도 말이 된다.


사람들이 모호한 행동으로 머리가 복잡해지고 좌절감에 얼굴이 달아오를 때마다, 마치

시원한 베개를 찾아 얼굴을 파묻듯 과학 이론과 법칙이 주는 확실성 속에서 달콤한

위한을 찾았다. p.8


카밀라 팡은 삶에 과학이 더해졌을 때 한층 더 풍부해졌다고 말한다.

과학자의 자세와 과학의 과정을 이해하는 일이 삶의 중대한 질문에 답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과학자의 사고방식이 과연 무엇이기에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일까?

​박사학위나 실험용 고글이 없어도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바로 배우려는 적극성과 진리를 알아내려는 호기심이다.


​총 9장에 걸쳐 소개되어 있는 과학의 태도는 다음과 같다.

관찰, 가설, 집중 해석, 수정, 연결, 증명, 편향, 상상


각 챕터마다 한승연 디자이너의 일러스트가 들어가 있는데 유쾌한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6장 <연결>을 읽었을 때 비로소 표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았다. 1939년 1월 핵분열

실험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보자마자 이발소를 뛰쳐나간 물리학자 루이스 앨버레즈였다.

오펜하이머조차 '그건 불가능'하다며 믿지 않았던 이 실험은 추가 협력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원자폭탄과 원자로로 가는 초석을 다진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골방에 틀어박혀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 함께 읽고 나눌 때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는 건 사실이다.

삶의 아주 많은 부분에서처럼, 과학에서도 서로의 차이점은 윈윈일 때가 더 많다.

대조되는 사고방식이나 다양한 삶의 경험이 합쳐져 이룩해 낸 발견이나 발명의 예는 책에서 확인하시길~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과학자들은 그들이 성취한 발전에 공동 연구자, 연구 보조, 동료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인정해 왔다. 팀워크가 없다면 어떤 중요한 발전도 일어날 수 없음을 나타내는 아주 좋은 지표다.


​과학과 가장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상상> 편도 좋았다.

​실험과 증거를 통해 이론을 설명하는 과학에서 상상이라니.

단골손님인 양자역학이야기는 입이 아플 지경이다.

모든 입자는 관찰 가능한 단일체이며 뉴턴의 운동 법칙에 따라

이 입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전통 물리학이다.

이를 뒤집는 양자역학이야말로

​역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이 관찰자가 몸을 돌려 입자를

​관찰하려는 순간 입자는 얼어붙는다.

​보이는 현상에만 매달렸다면 이 신비한 우주를 설명할 방법을 아직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평생을 바친 실험이 실패했을 때, 또는 과오로 밝혀졌을 때 과학자들은 어떻게 할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실패를 분석하고 실수를 파악해 다시 준비하고 시도하지 않을 때, 바로 실패만이 부끄러운 것이라고.

이보다 멋진 말이 있을까 싶다.


삶이나 과학 모두 모호함을 참아내는 능력을 요구하는 것 같다.

그러니 호기심을 갖고 궤도너머를 상상하며 나아갈 뿐이다.

단 자신의 무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오류는 바로 인정하면서 말이다.

나의 태도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볼 수 있는 책, <궤도 너머>였다.


#궤도너머 #카밀라팡 #푸른숲 #서평단

#자몽커피 #책서평 #책리뷰 #궤도추천
#과학의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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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무시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법
유상우 지음 / 넥서스BOOKS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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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무례함보다 자기 자신을 탓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 책을 쓴 유상우 박사는 스스로를 아끼고 보호하는 방법을 경험하거나

배운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때 왜 아무말도 못했는지,

나는 왜 이런 사람들만 만나는 건지,

집에와서 억울해 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이 딱이다.


성격상 싸움을 하지도 않거니와 그 공기조차

싫어하는 편이라 주변은 온통  순둥한 사람들이 많다.

책을 읽다 보니 순한게 아니라 잘 참는 사람들이었던 건가 싶기도 하다.

착하다라는 말은 따뜻하지만 그 착함이 때로는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싫은 소리를 잘 하지 못하거나 거절을 잘 못하는 건 그 상황이 불편해서

희생을 감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은 곧바로 대처법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먼저 왜 내가 그렇게 쉽게 흔들렸는지를

이해하는데서 시작한다.

착함과 자기희생은 다른 것이며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보여준다.

착한게 아니라 참는 거였다면, 이제 그만해도 괜찮다고 위로를 건네준다.


거절은 관계를 끊겠다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지켜내기 위한 중요한 기술이라는 것!


특히 예민한 사람들은 자기 의심이 습관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상대의 기분 변화에 과도하게

책임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거절 후에 죄책감이 오래간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한 분들에게 자신을 지키는 좋은 질문이 하나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가?"

이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면 자존감에 균열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건 모든 문제의 화살을 나로 향할때 발생한다.

나의 상태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상태도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본능적으로 만만한 사람을 알아보는 부류들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포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그들은 무작위적으로

감정을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에 의해 전략을 짜는 인간들이다.

선을 넘는 사람, 나르시시스트, 가스라이팅, 집착형,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에 포착되지

않기 위해서 경계를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의 방어력을 세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책에서 제시한 많은 방법들 중에 가장 마음에 와닿은 거절법은 다음과 같다.


짧고 명확하게 말하고

이유는 최소화하고

필요한 경우 대안을 제시하고

표정은 부드럽게 유지한다.


무례한 말에는 힘이 있어서 사람을 병들게 한다. 가장 중요한 건 그 말에 나를 가두지도 말라는 것.

나의 일부일수는 있지만 그 말이 나의 전부일 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고통은 말 그체에서 생기기보다, 통로가 관리되지 않을 때 커진다. p.209


그런 말들이 들어오면 다음의 심리적 필터를 만들어 내보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다.

1. 그 말은 사실인가?

2. 그 말은 나를 성장시키는가?

3. 그 말은 존중에서 나왔는가?

필터에서 걸러졌다면 다시는 꺼내보지 않는다.

해석을 조절하는 순간, 상처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마음의 근육을 돌보는 방법은 결국 나의 몸을 돌보는 일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우아하게 받아치는 순발력에 유머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적어도 참는 건 그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필경사 바틀비의 '전 그러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라는 말이 입안에 맴돈다.



#나를무시하는사람을무시하는법 #유상우 #넥서스#서평단 #자몽커피 #책서평 #책리뷰 #마음수업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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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나쓰키 시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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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보통'이 되고 싶었던 두 사람의 불온한 동행이 시작된다.


허락되지 않은 욕망을 가지고 태어난 미술 교사 니키와 평범한 아이처럼 보이고 싶은

고등학생 고이치의 기묘하고도 불온한 동행을 그리고 있는 문제작이라 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이상하다', '특별하다'는 말을 들으며 살아온 고이치는

평범한 지구인이 되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은 유행가를 일부러 듣는 아이다.

다수가 아닌 소수의견을 선택하고 나름의 논리를 펼치지만 항상 돌아오는 피드백은

한 박자 정도의 정적.

의미 심장하면서 애매한 미소.

어른도 아이도 다 똑같은 반응.

튀고 싶어 안달 난 아이라는 평가 속에 고이치는 그저 평범한 아이가 되고 싶을 뿐이다.

자신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엄마의 말도 엄마가 찾을 수 있었던

최선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고이치는 똑똑해. 이런저런 소리를 듣는 이유는 주위 수준이 너무 낮아서야.

너는 그대로 당당하게 지내면 돼." p.19



미술교사인 니키의 수업시간. A와 B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고이치는 그림을 보고 바로 B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수가 A를 선택한다.

고이치는 그동안의 패턴을 통해 다수에 손을 드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머리는 A라고 하지만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논리를 듣고 모두 감탄하지 않을까,

니키는 미술교사니까 자신을 감성이 풍부한 아이라고 눈여겨

보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고 결국 B에 손을 든다.


평범함과 특별함이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시작하는 소설, <니키>

자신의 특별함을 알아채지 않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고이치는 니키가 거슬린다.

왜냐면 고이치의 눈에 니키는 결코 평범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고이치는 니키의 이중생활을 보고야 만다. 교사로서는 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당연히 고이치는 그 일을 가지고 협박을 한다.

자신과 같은 부류가 분명한데 니키는 인기도 많고 너무도 평범하게 지내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성인잡지를 훔치다 걸린 고이치는 엄마 대신 니키를 부르고 니키의 약점을

자신이 알고 있다며 살살 약을 올린다.


샤센도 유키의 <도펠예거>에서 공격성을 타고난 게이주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 공격성을 타인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복제해서 복제한 인물에게 그 공격성을 해소한다는 이야기다.

니키 또한 교사로서는 가져서는 안 될 욕망을 품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고이치에게 들키지 않았다면 그는 자신의 욕망을 옷장 속에 잘 숨겨놓은 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협박은 어느새 각자의 과거를 털어놓게 된다.

"그러니까 너는, 내게 인정받고 싶었다는 말이야?" p.135


니키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던 고이치는 글을 쓰게 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칭찬을 받는다.

재능으로 인정을 받은 일이 처음인 고이치는 니키의 조언을 받아들여 문학상에 도전한다.

약점을 쥐고 있는 것은 고이치인데 고이치는 매번 니키에게 더 휘둘리는 듯하다.

칭찬이 순간을 모면하거나 자신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사회적으로 받아질 수 없는 욕망을 니키는 예술로 분출하는 인물이다.

성인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교사를 한다는 설정에 과연 니키가 자신을

변론할 수 있는 논거가 있을까 의심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판타지로 구원받는 인간과 윤리를 모두 그려보고

싶었다는 나쓰키 시호.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옷장 속에 숨기고 사는 방법도 있는데." p.182


니키가 고이치에게 하는 충고는 자신을 사랑하기에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다는 말이다.

책을 덮고 나면 자신만의 옷장을 열어보게 될 것이다.

니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 <니키>였다.


나는 니키에게서, 지구에서 질식하지 않고 사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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