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너머 - 불확실한 세계를 돌파하는 과학의 태도
카밀라 팡 지음, 조은영 옮김 / 푸른숲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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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예술처럼 그 사명을 진실하고 온전하게 수행하려면,

대중이 과학의 성취를 그 표면적 내용뿐 아니라 더 깊은 의미까지도 이해해야 합니다."


1939년 뉴욕 세계 박람회 개막식에서 아인슈타인이 한 연설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긴 하지만

현실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요는 과학이 특정인, 일부국가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래서 대중을 타깃으로 나온 과학서들은 전공과 상관없이

​의무감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기도 하다.



​ <궤도 너머>를 쓴 카밀라 팡은 ADHD 생물화학박사로 소개되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고 책을 쓰고 독립까지 했다는 짧은 문장이 큰 울림을

​주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이해하는 것부터가 나에게는 궤도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자신이 책을 썼다는 것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장애를 가진 여성과학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하다는 걸 보여주는 반증이기도하다.

'나의 인생을 구원한 건 바로 00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과학은 질서와 절차, 이론과 법칙이 지배하는 불변의 단계에 따라 진행되기도 하지만

예측 불가한 혼돈 자체이기도 하다. 과학대신 삶을 넣어도 말이 된다.


사람들이 모호한 행동으로 머리가 복잡해지고 좌절감에 얼굴이 달아오를 때마다, 마치

시원한 베개를 찾아 얼굴을 파묻듯 과학 이론과 법칙이 주는 확실성 속에서 달콤한

위한을 찾았다. p.8


카밀라 팡은 삶에 과학이 더해졌을 때 한층 더 풍부해졌다고 말한다.

과학자의 자세와 과학의 과정을 이해하는 일이 삶의 중대한 질문에 답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과학자의 사고방식이 과연 무엇이기에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일까?

​박사학위나 실험용 고글이 없어도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바로 배우려는 적극성과 진리를 알아내려는 호기심이다.


​총 9장에 걸쳐 소개되어 있는 과학의 태도는 다음과 같다.

관찰, 가설, 집중 해석, 수정, 연결, 증명, 편향, 상상


각 챕터마다 한승연 디자이너의 일러스트가 들어가 있는데 유쾌한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6장 <연결>을 읽었을 때 비로소 표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았다. 1939년 1월 핵분열

실험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보자마자 이발소를 뛰쳐나간 물리학자 루이스 앨버레즈였다.

오펜하이머조차 '그건 불가능'하다며 믿지 않았던 이 실험은 추가 협력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원자폭탄과 원자로로 가는 초석을 다진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골방에 틀어박혀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 함께 읽고 나눌 때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는 건 사실이다.

삶의 아주 많은 부분에서처럼, 과학에서도 서로의 차이점은 윈윈일 때가 더 많다.

대조되는 사고방식이나 다양한 삶의 경험이 합쳐져 이룩해 낸 발견이나 발명의 예는 책에서 확인하시길~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과학자들은 그들이 성취한 발전에 공동 연구자, 연구 보조, 동료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인정해 왔다. 팀워크가 없다면 어떤 중요한 발전도 일어날 수 없음을 나타내는 아주 좋은 지표다.


​과학과 가장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상상> 편도 좋았다.

​실험과 증거를 통해 이론을 설명하는 과학에서 상상이라니.

단골손님인 양자역학이야기는 입이 아플 지경이다.

모든 입자는 관찰 가능한 단일체이며 뉴턴의 운동 법칙에 따라

이 입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전통 물리학이다.

이를 뒤집는 양자역학이야말로

​역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이 관찰자가 몸을 돌려 입자를

​관찰하려는 순간 입자는 얼어붙는다.

​보이는 현상에만 매달렸다면 이 신비한 우주를 설명할 방법을 아직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평생을 바친 실험이 실패했을 때, 또는 과오로 밝혀졌을 때 과학자들은 어떻게 할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실패를 분석하고 실수를 파악해 다시 준비하고 시도하지 않을 때, 바로 실패만이 부끄러운 것이라고.

이보다 멋진 말이 있을까 싶다.


삶이나 과학 모두 모호함을 참아내는 능력을 요구하는 것 같다.

그러니 호기심을 갖고 궤도너머를 상상하며 나아갈 뿐이다.

단 자신의 무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오류는 바로 인정하면서 말이다.

나의 태도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볼 수 있는 책, <궤도 너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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