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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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의 상징적인 장소인 광화문 광장에서 내일

BTS가 아리랑으로 화려하게 컴백무대를 갖는다.

26만 아미들의 입국 러시가 시작되었다는 뉴스가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K-팝, K-드라마, k-영화, K-푸드까지  K는 그냥 기본값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대한민국 서울에 매료된 건 외국인뿐만  아니라 소설 속 주인공인 준서도 마찬가지다.

어려서 모로코로 이민을 간  준서는 늘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다. 

마음의 고향이자 뿌리를 내려야 할 곳을 찾는다면 당연히 한국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고향은 태어난 인천이 아니라 마음의 뿌리를 내일 수 있는 곳, 

언제든 돌아가고 싶고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다.


파리대학도 그만둔 채 준서는 한국행을 결심한다.  반드시 한국에 가야만 하는

이유도, 무엇을 갈망하는지 쉽사리 설명할 수 없지만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힘에 이끌린다는 이유하나면 충분했다.

민들레씨처럼 부유하는 삶을 정리하고 한국에서 정착하고 직장도 갖고 싶다는 준서는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신입생 환영회부터 폭망 한 준서를 보면서 대한민국 대학 생활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슈트에 솔로곡을 준비하라는 구글의 정보를 그대로 믿고 했다가 첫 단추부터 어긋나기

시작한다. 보통은 팀전을 준비하는 게 관례인데 슈트에 아무도 모르는 노래를 불렀으니

분위기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홀로 튄다는 건 결코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없다.

외국인 입학 전형으로 들어온 준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학과생들의 날 선 대화 이후

준서는 그 어디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다.


왜 나는 이들과 섞일 수 없는 것일까. 어쩌면 내가 잘못된 노력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대학교에서 내가 꿈꾸었던 건 뭐였지. p.224


준서는 사학과보다 오히려 자신을 알지 못하는 타 학과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정치외교학과인 주연을 보고 첫눈에 반한 준서는 주연과 같은 수업을 듣기 위해

자신의 이력을 어필해  정치학 교수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주연이 속해 있는 정치외교학과 학술 동아리에 들어가고 학생회 활동까지 하면서

준서는 어느새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정치적인 인사가 되어 있었다.



"어쩌면 저는 서울 이데아를 꿈꾸고 한국에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그렇고 한국의 많은 청춘들도 어떤 환상을 꿈꾸면서 서울에 온 게 아닐까요.

하지만 저는 서울이 단 하나의 이데아만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곳에 사는

모두 각자의 이데아가 있는 거죠. 이런 생각 끝에 오늘 저는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게

됐어요. 나는 어떤 서울 이데아를 쫓아서 서울에 오게 된 것일까 하고 말이죠." p.232



20년 가까이 외국에서 살다 온 준서가 여전히 외국인 마인드를 가지고

한국의 문화를 바라보는 장면들은 작가의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

이방인 취급이 너무 싫어서 한국에 왔지만 준서 또한 대만에서

 온 은혜를 철저히 이방인 취급을

하는 모순을 보이기도 하고, 소속이 된다는 의미를 잘 못 해석하기도 한다.

내가 의도한 것과는 상관없이 정의의 사로도 이름을 날리기도 하고 

사랑을 위해 전통을 깨기도 한다.

청춘도, 환상을 꿈꿀 수 있는 나이도 어쩌면 그 나이대에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행복이 아닐지. 


정체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회적 동물인 만큼 내가 어딘가에  속했다는 소속감도 중요하고 
개인 본연의 모습도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계속 흔들리며 자신을 찾게 될 준서를 응원하게 되는 책, <서울 이데아>였다.



#서울이데아 #이우 #장편소설 #몽상가들 #서평단

#자몽커피 #책서평 #책리뷰 #경계인

#성장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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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나고 찢긴, - 여성 바디호러 앤솔러지
조이스 캐롤 오츠 외 지음, 신윤경 엮음 / 문학수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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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캐럴 오츠가 편집 및 기획하고 15인의 여성 작가가 참여한 책,

<조각나고 찢긴>이 정식 출간되었다.

15인의 작가 중에 내가 유일하게 아는 작가는 단 한 명뿐이다.

<시녀이야기>와 <증언들>을 쓴 마거릿 애트우드.

생식의 도구로 여성의 몸을 지배하는 제국에 대한

이야기인데 재미도 재미지만 소재가 충격적이었던 소설이었다.

그 이후로 마거릿 애트우드작가의 팬이 되었고 그의 책은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심약한 나로서는 표지부터 쉽지가 않았는데 주제가 여성 바디호러인 만큼

어울리는 표지라는 생각이 든다.

본편으로 들어가기 앞서 조이스 캐럴 오츠의 서문이 실려있는데 굉장히 강렬했다.

고대 신화 속 여성 괴물부터 15편의 짧은 서평이 담겨 있다.

남성에 의해 창조된 여성 괴물들에 대한 조이스 캐럴의 날카로운 분석이

흥미로웠다.

하피, 퓨리, 고르곤, 스킬라, 카리브디스, 라미아, 키메라, 스핑크스, 메두사까지.

여성인데 신체 일부가 동물로 표현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남성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여성적 힘의

화신으로 등장한다.

육체적 힘, 호전성, 교활함, 복수심, 잔혹성 등이 남성 영웅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로

나오지만 여성괴물들에게 이런 요소들은 모두 부정적인 시각으로 그려진다. 

독사머리로 대표되는 메두사는 원래 비범하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뱀이 머리에서 솟아오르고 못생긴 얼굴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테나 여신의 신전에서 메두사는 포세이돈에게

강간을 당하는데 여기에서 아테나의 분노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향한다.

미친 여자, 마녀라고 불린 여성들 또한 화형대 위에서 불태워졌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심리를 파고 들어가면 이것도 비 논리적 가부장제를

가장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아름답고 매혹적이어야 하지만 그 때문에 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경고는

자본주의와 함께 태동한 여성성의 재정립과 무관하지 않다.

얌전하고 순종적인 여성으로 살 때 더 안전하며 그 울타리가 결혼이라는 것.


한편 한편이 너무 강렬해서 사실 진도를 빨리 나가지 못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로렐 하우슬러의 삽화들 또한 음산하고 불길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Ⅰ넌 괴물을 만들었어

<프랭크 존스>에서는 자신의 몸에서 나온 쥐젖을 모아 프랑켄슈타인을 창조한 직장 여성을 다룬다.

외톨이, 괴짜라고 불린 그녀가 이 창조물의 도움을 받으며 상황이 나아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발레리나를 꿈꾸었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꿈을 접어야 했던 나딘, 96세로 죽은 나딘의 장례식 날

손녀인 모니크는 멈출 수 없는 춤을 추게 된다. 이미 묻혀버린 꿈이 죽은 자의 뒤를 따라오는 저주처럼

되살아 난다는 <댄스>. 발이 부러지고 목이 부러진 순간에도 리듬에 맞춰 발가락을 움직이는

모니크는 무슨 죄가 있는 것인지...

가족살인사건이 벌어진 폐가가 있다. 반 아이들 거의가 그 집을 다녀오자 페니도 실행에 옮긴다.

호프먼 가족들이 나타나고 아빠의 주홍리본을 읊조리는 노랫소리가 들리면서 이곳이 현실인지

꿈인지 모호하기만 하다.

히치콕 감독의 '가스등'을 보는 듯했는데 "이건 악몽이란다, 페니. 다시 자렴."이라는 아빠의

대사는 진짜 소름 돋는다.


Ⅱ병리해부학

달팽이에서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환생 혹은 영혼의 여행>.

내면의 힘이 없었기 때문에 인간의 몸에 달팽이의 영혼이 들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나무라고 생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성 정체성을 달팽이라는 복족류까지 확장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이다.



Ⅲ 몸에서 벗어나 영원으로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 바로 <시드니>가 되겠다. 사랑도 없이 아빠 또래와 결혼한

주인공. 그녀의 남편은 의사였고 대 저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결혼식을 올린 지 몇 달이 지나도 그녀는 여전히 처녀였다. 그녀가 이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예쁜 옷을 입고 의사 사모님이라는 격식만 차리면 되는 거였다.

어느 날 남편이 집을 비운 날 그녀는 남편의 비밀의 서재를 알게 되고 거기에서 남자도, 여자도, 동물도

식물도 아닌 인공적인 인형을 발견한다. 바로 '시드니'

시드니와 하룻밤을 보낸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되고 이상하게 남편은 좋아한다.



가부장제 속 여성들과 아이들,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 임신, 출산, 노화에 따른 여성 몸의 변화,

죽어서도 성폭행의 대상이 되는 시신이야기 등 소개하고 싶은 내용들이 정말 많은 책이다.

여성의 몸에 대해 이렇게 심층적으로 해부한 책이 있었나 싶다.

열다섯 편에 흐르는 저항과 속박에 맞서는 피맛을 한 번 느껴보길 바란다.


#조각나고찢긴 #조이스캐럴오츠  #마거릿애트우드
#서평단 #자몽커피 #책서평 #책리뷰
#여성바디호러앤솔러지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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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구 할머니 뜨인돌 그림책 90
젤라 지음 / 뜨인돌어린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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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헴, 지금부터 이야기

하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얼굴은 분명 할머니가 맞아요. 그런데 구릿빛 피부에 저 수줍은

꽃 연지는 무언가요?

어깨하고 팔 근육을 보면 이 분 정말 장난 아니다 싶다가도

꽃무늬 몸빼바지의 이 언발란스한 조합을 보면 폭 안기고 싶어 져요.

도대체 이분 정체가 뭔가요???


바로 철쭉, 마늘, 쏘가리로 유명한 단양의 산신령 다자구 할머니랍니다.

우리 설화 속 인물이라는데 저는 이번에 알게 되었어요.

작가님 소개를 보니 단양에서 초, 중, 고를  다녔더라고요.

그리고 어머니에게 어린 시절 들은 이야기가 바로 다자구 할머니 이야기라고 해요.

지혜롭고 상냥한 할머니에서 지혜롭고 강한 할머니로의 변신이

신의 한 수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육질 몸매와 상반되는 수줍은 미소가 다자구 할머니의 트레이드마크 같아요.


이 시대적 배경에 어울리는 빌런, 즉 산적들이 나타납니다.

민관이 힘을 썼지만 모두 실패하자 결국 산신령의 도움을 바라게 됩니다. 

고사리를 캐던 다자구 할머니의 등장신부터 예술입니다.

소도 때려잡을 것 같은 손으로 한 땀 한 땀 고사리 따는 걸 상상해 보세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는 도술이나 산군의 힘을

빌리기보다는 약간의 지혜와 약간의 힘을 보태줄 테니

직접 해결하라고 합니다.


내가 산적들을 배불리 먹여 재운 후,

노래 신호를 보낼 테니,

그때 와서 잡아가시게.

"다자구야~다자구야~"하고

부르면 모두 잔다는 뜻이네.


바로 산적들을 배불리 먹여 재운다는 노래가 비밀 병기였어요.

악보 보니까 바로 치고 싶더라고요.

음악선생님들 당장 이 책으로 수업해 보세요. 


제가 예전에 좋아하던 프로 중에 하나가 개콘이었는데

이 책이 더 재밌습니다. 숨어 있는 디테일이 장난이 아니네요.


할머니가 준비한 감주와 고소한 배추전.

당장 배추 사러 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산적들이 잘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산신령의 자장가라 동물들만 잠이 들고

할머니 노래 덕분인지 산적들은 더 신나 합니다.


과연 할머니의 다자구야 노래는 언제 실력을 발휘하게 될까요?

다자구야랑 덜자구야를 헷갈려한 우리의 포졸들은

제대로 신호를 알아들었을까요?


어려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지혜와 용기, 그리고 나 혼자가 아닌

이웃과 함께 살아가려는 따뜻한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책,

<다자구 할머니>였습니다.



#다자구할머니 #젤라그림책 #젤라 #뜨인돌어린이

#서평단 #자몽커피 #책서평 #책리뷰
#단양 #우리설화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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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클래식 - 24명의 대표 작곡가와 함께 떠나는 유쾌한 클래식 여행
음플릭스 지음 / 빅피시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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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음악교사가 만든 클래식 유튜브 채널, '음플릭스'를 아시나요?

푸치니의 라보엠,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헨델의 리날도,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 등등

귀에 익은 오페라에서 낯선 오페라까지 딱 10분만 투자하면 어느새 오페라가 친숙하게 느껴지는

채널입니다. 사실 10분이 넘는 콘텐츠가 훨씬 많아요. ^^

애니메이션으로 되어 있어 연령대 구분 없이

모두 즐길 수 있고 윤진 선생님의 열연이 느껴지는 내레이션은 은근

중독성이 강하더라고요.



내레이션 : 윤진선생님

대본, 캐릭터와 배경디자인 : 이현도선생님

영상과 음악편집 : 이민규선생님 


클래식도 넷플릭스처럼 재미있게 즐길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만든 채널이라고 하네요.

저도 글을 쓰거나 머리를 식힐 때 음악을 자주 이용하는데 특히 집중력이 필요할 때는

클래식이 최고인 것 같아요.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클래식>은 중세, 바로크, 고전, 낭만, 근현대까지

방대한 시대를 다루고 있어요.

일상에 활력이 필요할 날에는 경쾌한 바로크 음악으로 시작해요.

각 시대를 대표하는 플레이 리스트가 있어서 오늘의 기분과 순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을

찾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보통 음악과 관련된 책들은 음악가들의 삶이나 음악의 탄생배경등에 그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이 책은 음악교사들이 썼잖아요. 선생님들의 특징은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사람들 아니겠어요. 그렇다 보니 음악이론도 상당히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 같은 음린이들에게 너무 좋은 책이에요.

악보의 기원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지금의 오선보가 나오기 전에는 기억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

어떻게 불러야 한다는 정도의 기록만 메모해둔 '네우마'를 보고 연습을 했다고 해요.

암기력이 없이는 음악을 가르칠 수도 배울 수도 없었다니 새삼 놀랍네요.

비록 네 줄이지만 음의 높낮이를 정확시 표시하는 방법을 고안해

낸 사람이 바로 귀도 다레초라고 합니다.

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도, 레, 미, 파, 솔, 라까지 만들었어요.

역시 발명의 출발은 불편함이었네요. ^^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눈과 귀를 사로잡는 소제목들입니다.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릴 때 듣던 음악은?

미사보다 바이올린을 사랑했던 '불량 신부'의 정체는?

'음악의 아버지'가 고기 포장지가 될 뻔한 사연은?

클래식 역사상 최초의 '아이돌'은 누구일까?

"제발 내 음악 듣지 마세요!"


24개의 소제목을 보는 것 만으로도 재미가 있습니다.

음악가들을 대표하는 주제들을 어쩜 이렇게 잘  뽑아낼 수 있을까요?

정답은 순서대로, 조스캥,  비발디, 바흐, 리스트, 에리크 사티입니다.


저의 마음을 울린 곡이 여럿 있었는데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만 다루겠습니다.

모차르트에 버금가는 신동소리를 들으며 열한 살에 피아노로 데뷔를 한 생상스는

근대 음악의 기틀을 다진 천재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마흔에 결혼한 그는 두 아들이 태어나면서 생애 가장 따뜻하고 평온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두 아들이 사고와 병으로 연달아 죽게 되는 사건이 일어나요. 모든 비난을

아내에게 돌린 그는 집을 나와버리죠. 비극적인 사건 이후 그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고독한 여행자의 삶을 살고 있었어요. 그러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친구들을 즐겁게

해줄 목적으로 유쾌한 모음곡을 완성합니다. 그 곳이 바로 <동물의 사육제>였어요.

음악회가 끝나자 그는 자신이 죽기 전까지 절대로 대중 앞에서 연주하지 말라고 못을 박습니다.

프랑스 음악의 수호자라는 자신의 명성에 훼손이 될 것 같았으니까요.

이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저에게 <동물의 사육제>는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음악이었는데

마음이 조금 복잡해지더라구요.

생상스의 아이들이 살아있었다면 아마 이 음악을 제일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24명의 대표 작곡가와 함께 떠나는 유쾌한 클래식 여행 어떠세요.

145년만에 되찾은 하이든의 머리 이야기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10분만에 클래식이 좋아지는 책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클래식>이었습니다.


#한번시작하면잠들수없는클래식 #빅피시 #윤진 #이민규 #이현도#음플릭스 #서평단 #자몽커피 #책서평 #책리뷰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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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기, 소유되기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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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은 우리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작가의 후기를 읽기 전까지 율라 비스의 글을 어떻게 규정지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에세이와 일기의 그 어딘가에 있는 글들임은 확실한데

딱히 정확하게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결론은 새로운 형식의 에세이라는 점.

책을 읽고 혼란스러웠던 이유는 작가가 그런 상태에서 글을 썼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제대로 책을 읽었던 것이다.


2014년 새집을 사면서 그녀와 그녀의 가족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가난한 예술가의 삶을 산 그녀에게 집이라는 부동산은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그 안락함을 인식하는 자신이 불편하기도 하다.

로빈 시프가 첫 집을 구입한 뒤 <재산 있는 여자>를 쓴 것에 자극을 받아

저자 또한 집을 산 후 <소유하기, 소유되기>를 썼다고 한다.


특히 은행에 빚을 지고 집을 샀다면 집의 소유권이 나라고 하기가 애매하다.

결국 담보 대출을 모두 갚기 전까지 그 집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내가 집을 소유한 것인지 집이 나를 소유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안정된 직업이 있어 대출금을 갚는데 문제는 없지만

그 대신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이 사라졌다. 즉 예술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잃어버린 것이다. 직장을 그만두면 예술을 할 시간은 확보할 수 있지만

대출금을 갚기가 힘이 든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은 맨 마지막 장에 실려 있다. 최고의 선택을 한 작가를 응원하다.



열 번의 이사를 다녀야 했던 이십 대의 그녀에게 가구는 사실 불필요한 존재에 더 가까웠다.

평생 또는 대를 이어서 가구를 쓴다는 개념은 사실 휘발된 지 오래다.

손쉽게 살 수 있고 버릴 수 있는 이케아가구가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한 지 석 달이 넘도록 계단 바닥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은 정말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이사를 다니지 않아도 되고 여유가 되는 한

가구도 마음껏 살 수 있다. 당연히 못질도 해도 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물건들을 살 때마다 사치품인지, 필수품이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지금의 소비는 꼭 필요한 물건을 산다기보다 욕망을 건드리는 물건들을

채우며 사는 쪽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소비의 어원이 '철저히 사로잡다 혹은 취하다'라는 consumere에서 왔다고 한다.

소비가 늘 무언가를 파괴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에의 욕구는 일종의 욕정이다. 하지만 소비재는 이 욕정을 미끼로 쓸 뿐

그것을 충족시켜 주지는 않는다. 상품의 소비자는 열정 없는 식사에 초대받는

셈으로, 이 소비는 충족으로도 열정으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p.18


피아노를 중산층의 향기라고 표현한 부분이 재밌었는데 우리 집 거실에도

피아노가 있다. 피아노 전공을 했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전공과는 상관없이 교양이라는 명목으로 자리를 차지할 뿐이다.

피아노 연습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잠시 독서를 하고 글을 쓰다 배가 고프면

점심을 먹고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글을 쓴다는 그녀는 자신의 삶을

18세기 귀족의 삶과 닮았다고 말한다.



책 속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마르크스와 버지니아

울프를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누구보다 부르주아 행세를 하며 산

인물이 바로 마르크스다. 주변에 빚도 많이 지고 엥겔스의 도움으로 살았던

마르크스는 유산으로 돈이 생기자 제일 먼저 집을 사고 꾸미는 돈을 쓴 인물이다.

그 이유는 바로 딸들을 좋은 집에 시집보내기 위해 번듯한 집이 필요했던 것.

마르크스도 그냥 아빠였던 걸까?

새집에서 무도회에 미술, 승마, 음악수업을 들으며

살았던 마르크스와 딸들은 생각하니 <자본론>에 대한 신뢰가 확 떨어지는 느낌이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에서 간과한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자본주의가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 대신 물건과 관계 맺도록 적극 장려한다는 것이다. p.42


<자기만의 방>을 쓴 버지니아 울프와 그녀의 집에 입주해 요리를 만들었던 넬리에

대한 이야기도 대단한 반전을 보여준다.

넬리는 버지니아를 위해서 18년간 일했던 요리사이자 하녀로 소개가 되어 있다.

워낙 박봉이어서 넬리는 때로 파업과 사직을 반복했다. 서로가 필요했기에

둘 다 조금씩 양보하며 살았지만 앙금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둘의 싸움은 끊임없이 반복되었는데 급기야 화가 난 넬리가 버지니아에게

'내 방에서 나라'라고 말한 사건이 일어났다.

과연 버지니아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이 애증의 싸움은 결국 넬리를 해고하면서

막을 내린다.

버지니아는 '18년 만에 드디어 집 안의 다정한 폭군을 떨쳐 낼 수 있었다'는 글을 남겼는데

과연 넬리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싶었다.

자신의 방은 필요했지만 넬리에게 자기만의

방을 허락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사치란 '대단히 안락하고 헤프게 생활하는 상태'라고 적혀 있었다. 어쩌면 내가 사치를

정의하는 데 애먹었던 것은 내가 대단히 안락한 상태로 살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중산층이나 부유층을 묘사할 때 흔히 쓰는 완곡어법이 '안락하다'는 것이다. p.370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물건을 사는 건 숨 쉬는 일처럼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때그때 짧은 반성이 스치고 지나갈 뿐 소비 패턴은 사실 잘 변하지 않는다.

쌓여가는 책들을 보며 책장을 알아보고 있던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 책이기도 했다.

가구를 소진되는 물건으로 바꾼 이케아는 일단 탈락이다. ^^

필요해서 산 물건들보다 예쁜 쓰레기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소유에 대한 묵직한 이야기를 '자기 해체 실험'처럼 솔직하게 풀어낸 멋진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사람과 책과 글에 시간을 쓰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 추천이다.



#소유하기소유되기 #율라비스 #열린책들

#서평단 #자몽커피 #책서평 #책리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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