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나고 찢긴, - 여성 바디호러 앤솔러지
조이스 캐롤 오츠 외 지음, 신윤경 엮음 / 문학수첩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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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캐럴 오츠가 편집 및 기획하고 15인의 여성 작가가 참여한 책,

<조각나고 찢긴>이 정식 출간되었다.

15인의 작가 중에 내가 유일하게 아는 작가는 단 한 명뿐이다.

<시녀이야기>와 <증언들>을 쓴 마거릿 애트우드.

생식의 도구로 여성의 몸을 지배하는 제국에 대한

이야기인데 재미도 재미지만 소재가 충격적이었던 소설이었다.

그 이후로 마거릿 애트우드작가의 팬이 되었고 그의 책은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심약한 나로서는 표지부터 쉽지가 않았는데 주제가 여성 바디호러인 만큼

어울리는 표지라는 생각이 든다.

본편으로 들어가기 앞서 조이스 캐럴 오츠의 서문이 실려있는데 굉장히 강렬했다.

고대 신화 속 여성 괴물부터 15편의 짧은 서평이 담겨 있다.

남성에 의해 창조된 여성 괴물들에 대한 조이스 캐럴의 날카로운 분석이

흥미로웠다.

하피, 퓨리, 고르곤, 스킬라, 카리브디스, 라미아, 키메라, 스핑크스, 메두사까지.

여성인데 신체 일부가 동물로 표현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남성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여성적 힘의

화신으로 등장한다.

육체적 힘, 호전성, 교활함, 복수심, 잔혹성 등이 남성 영웅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로

나오지만 여성괴물들에게 이런 요소들은 모두 부정적인 시각으로 그려진다. 

독사머리로 대표되는 메두사는 원래 비범하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뱀이 머리에서 솟아오르고 못생긴 얼굴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테나 여신의 신전에서 메두사는 포세이돈에게

강간을 당하는데 여기에서 아테나의 분노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향한다.

미친 여자, 마녀라고 불린 여성들 또한 화형대 위에서 불태워졌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심리를 파고 들어가면 이것도 비 논리적 가부장제를

가장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아름답고 매혹적이어야 하지만 그 때문에 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경고는

자본주의와 함께 태동한 여성성의 재정립과 무관하지 않다.

얌전하고 순종적인 여성으로 살 때 더 안전하며 그 울타리가 결혼이라는 것.


한편 한편이 너무 강렬해서 사실 진도를 빨리 나가지 못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로렐 하우슬러의 삽화들 또한 음산하고 불길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Ⅰ넌 괴물을 만들었어

<프랭크 존스>에서는 자신의 몸에서 나온 쥐젖을 모아 프랑켄슈타인을 창조한 직장 여성을 다룬다.

외톨이, 괴짜라고 불린 그녀가 이 창조물의 도움을 받으며 상황이 나아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발레리나를 꿈꾸었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꿈을 접어야 했던 나딘, 96세로 죽은 나딘의 장례식 날

손녀인 모니크는 멈출 수 없는 춤을 추게 된다. 이미 묻혀버린 꿈이 죽은 자의 뒤를 따라오는 저주처럼

되살아 난다는 <댄스>. 발이 부러지고 목이 부러진 순간에도 리듬에 맞춰 발가락을 움직이는

모니크는 무슨 죄가 있는 것인지...

가족살인사건이 벌어진 폐가가 있다. 반 아이들 거의가 그 집을 다녀오자 페니도 실행에 옮긴다.

호프먼 가족들이 나타나고 아빠의 주홍리본을 읊조리는 노랫소리가 들리면서 이곳이 현실인지

꿈인지 모호하기만 하다.

히치콕 감독의 '가스등'을 보는 듯했는데 "이건 악몽이란다, 페니. 다시 자렴."이라는 아빠의

대사는 진짜 소름 돋는다.


Ⅱ병리해부학

달팽이에서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환생 혹은 영혼의 여행>.

내면의 힘이 없었기 때문에 인간의 몸에 달팽이의 영혼이 들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나무라고 생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성 정체성을 달팽이라는 복족류까지 확장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이다.



Ⅲ 몸에서 벗어나 영원으로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 바로 <시드니>가 되겠다. 사랑도 없이 아빠 또래와 결혼한

주인공. 그녀의 남편은 의사였고 대 저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결혼식을 올린 지 몇 달이 지나도 그녀는 여전히 처녀였다. 그녀가 이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예쁜 옷을 입고 의사 사모님이라는 격식만 차리면 되는 거였다.

어느 날 남편이 집을 비운 날 그녀는 남편의 비밀의 서재를 알게 되고 거기에서 남자도, 여자도, 동물도

식물도 아닌 인공적인 인형을 발견한다. 바로 '시드니'

시드니와 하룻밤을 보낸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되고 이상하게 남편은 좋아한다.



가부장제 속 여성들과 아이들,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 임신, 출산, 노화에 따른 여성 몸의 변화,

죽어서도 성폭행의 대상이 되는 시신이야기 등 소개하고 싶은 내용들이 정말 많은 책이다.

여성의 몸에 대해 이렇게 심층적으로 해부한 책이 있었나 싶다.

열다섯 편에 흐르는 저항과 속박에 맞서는 피맛을 한 번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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