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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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반드시 '원작 소설'이나 '원작 만화'가 있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경우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소설이나 만화로 먼저 검증을 거치는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미야자키 하야오감독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려고 했을 때

투자자들이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검증되지도 않는 작품이라는 우려에 연재를 하고 나서 영화화가 되었다는 기사를

어디서 본 것 같다. 그러니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건

믿고 봐도 된다는 바로미터 같다고나 할까.

오세이사(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를 쓴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청춘 로맨스물이자 음악영화인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아서 소설과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올해 가장 많이 울게 될

단 하나의 이야기'라는 타이틀에 딱 맞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이미 제목에 '마지막'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으니 새드엔딩정도의 스포는 가능하려나~

흐잉 벌써 눈물이 차오른다.


시를 쓰는 소년 미즈시마 하루토

노래하는 소년 도사카 아야네


작곡은 되지만 작사에 막혀 있던 도사카는 교무실에서 우연히 하루토의 시를 듣게 된다.

음악파일을 만들어 하루토에게 보내며 같이 노래를 만들자는 제안을 한다.

평소의 도사카 아야네는 그 누구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는 '철의 여인'이라고 불린 친구다.

얼굴도 예쁘고 노래도 잘하는 도사카를 반 친구나 선배들은 관심을 보이지만

그녀는 항상 차갑게 철벽을 친다.

도사카는 난독증을 겪고 있어 학습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찾았던 거였다.

난독증상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지능이나 학습의지의 부족과는 상관없는

신경발달적 특징이라고 한다. 학생인 도사카의 경우 들은 내용을 기억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으며 시험도 외국의 상형문자를 짜깁기 하는 심정으로 답을 써내려 가야 한다고

하니 고등학교 입학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그녀에게 삶의 유일한 낙이 있었으니 바로 밴드활동이다.

도사카는 중학생 때부터 삼촌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해 삼촌이 하는 레스토랑에서 노래를

부르며 성장한다.


'노래하고 있을 때만큼은 세상이 나를 사랑해주는 느낌이 들어.' p.91


보컬인 그녀에게 이제는 직접 노래를 만들어보라는 과제를 안겨줬는데

작사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던 참에 하루토의 시를 들었던 것이다.

이 둘은 오래전 해체된 문예부실에 모여 노래를 만들며 우정을 키워나간다.

우정은 사랑으로 물들지만 서로에게 자신들은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노래실력마저 믿지 못하는 도사카가 안타까웠던 하루토는 모진 말을 하며

오디션을 보라고 한다.

유명한 가수가 된 도사카와 시골에서 공무원생활을 하고 있는 하루토는 이대로 끝인 걸까?


소설의 처음부터 등장하는 하루토의 '사랑해 마지않는 그녀'가 도사카가 아니었을 때

어찌나 배신감이 들던지.

여기서 <봄날은 간다>의 명대사 한마디 날려주고 다시 시작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고등학교 때 나도 밴드부를 지원했다가 떨어진 기억이 있다. 악기는 들어가서 배우는 걸로

생각했던 순진함이 불러온 참사였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기타도 배우고 피아노도 배웠으니

뭐 아주 폭망 한 경험은 아니었다.

하루토에게 기타를 가르쳐주는 장면을 보면서 손끝에 피멍이 들고 굳은살이 배길정도로

연습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방치되어 있는 기타에게 살짝 미안.


도사카가 혼자서 만든 노래를 콘서트장에서만 불렀는데 노래의 제목은

'봄의 사람' (미즈시마의 이름 하루토)이었다. 이건 거의 공개구혼 아니던가!

콘서트장에서 재회한 둘은 서로 사랑하고 있었음을 확인한다.

아니 그럼 저 위에서 말한 하루토의 '사랑해 마지않는 그녀'는 누구란 말인가?


"그치만 언젠가는 관람차 타자. 크리스마스 때라든지." p.147


음악은 역시나 영화관에서 확인을 해야 할 것 같다.

그전에 요즘 라일락 향기가 너무 사랑스럽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요즘 로맨스 소설 한 편 어떠신지...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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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쉬워지는 최소한의 세계사 - 알고리즘, 정규분포, 게임 이론까지 역사를 움직인 18가지 수학 개념 테마로 읽는 역사
후쿠스케 지음, 이정현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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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역사를 만나면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될 수 있구나를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보통 수학 앞에 '쉽다'라는 표현은 사실 믿을 것이

못된다. 하지만 이 책은 진짜 쉽다. 왜? 이야기로 풀어놓았으니까!


기원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에 수학이 얼마나 다양한 역할을 했는지

이 한 권이면 무궁무진하게 이야기를 꽃피울 수 있을 것 같다.

기원전 두 강대국 사이에서 줄을 타야 했던 시라쿠사가 자국을 지켜냈던 힘은

다름 아닌 기하학이었다. 당시 수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는 수학지식을 이용해

무기를 발명했다. 줄리오 파리지가 그린 아르키메데스의

무기를 보니 로마군인들이 왜 벌벌 떨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성밖으로 커다란 갈고리가 나와 배를 뒤집고 바위를 던져 침몰시키거나

광선을 이용해 배를 불태운 장면은

지금 보아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나 같아도 산채로 잡아오라고 명령을 내렸을 것 같다.

이런 재능은 적이라도 높이 평가할 수

밖에 없는 거니까.


피보나치가 아리비아 숫자를 유럽에 소개한 이후 그 편리성 때문에 0이 금방 사용됐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종교적인 이유도 있었고 인쇄기술의 미비 등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이다. 몇 세기의 과도기가 필요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리 편리하다고 해도 인간이 참 변화를 싫어한다는 걸 느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보험 제도는 1750년경 함무라비 법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그중에 생명보험인 '콜레기아'는 고대 로마에서 만들어졌는데 막대한 장례비용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장례비용이 많이 드는 건 마찬가지였나 보다.


17세기부터 18세기까지 3대에 걸쳐 여덟 명의 수학자를 배출한 베르누이 가문이야기는

뒷목 잡는 스토리였다.

보통 부모는 아들이 더 잘되기를 바란다고 하는데 이 집안은 완전히 반대다.

그 주인공은 요한 베르누이인데 아들이 수학을 못하도록

방해를 하지를 않나, 아들과 동등한 평가를

받았다고 격분해 집에도 오지 못하게 하는 건 기본이고 아들의 물리학 저서를

도용하거나 출간 연도를 위조해 아들보다 먼저 연구한 것처럼 꾸미기도 한다.

이런 아버지의 방해에도 '한계효용 체감 법칙'을 정립한 다니엘 베르누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수결의 허점을 발견한 콩도르세.

'평균인'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케틀레.

데이터로 사람을 구한 나이팅게일.

사회는 소수의 엘리트가 지배한다는 파레토.

핵무기가 3차 대전을 막았다는 존 내시.


수학을 잘했던 나이팅게일은 당시 신생학문이었던 통계학에 흥미를 가졌다고 한다.

크림전쟁 당시 나이팅게일은 사망률을 수치로 정리했는데 전투보다 위생상태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행정가들을 설득하기 위해

나이팅게일은 포기하지 않고 데이터를 그림과 색을 넣어 한눈에 쏙 들어오게끔 만든다.

이름도 아름다운 '장미 그래프'.

그래프를 통해 사람들을 설득했던 나이팅게일이 경이롭다.



신의 생각을 이해하려면 통계학을 배워야 합니다. 왜냐하면 통계학이야말로 신의 목적을 재는

척도이기 때문입니다. p.145


책을 읽고 나면 세계사를 보는 눈이 넓어질 있을 같다.

수학이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경이롭기도 했지만

투자에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밝히는 부분도 좋았다.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일기예보, 경제의 변동, 의료 기술의 진보 등

지금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수학이 조금은 더 친숙해진 것 같다.

수학책은 읽고 싶은데 공식이나 무슨무슨 법칙에 경기를 일으키는 분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

<수학이 쉬워지는 최소한의 세계사>였다.


#수학이쉬워지는최소한의세계사 #후쿠스케 #현대지성

#서평단  #자몽커피 #책서평 #책리뷰

#세계사 #수학 #수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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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땅콩전
고혜진 지음 / 달그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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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한 코팅층과 땅콩이 함께 만들어내는

통쾌하고 와작한 식감의 오징어 땅콩 과자 좋아하시나요?



신제품의 핵심은 고소한 땅콩.

땅콩에 오징어채를 감싸면,

고소 짭짤한 최고의 과자가 된다.


땅콩이 원인이었나...


신제품 개발 보고서를 본 오징어공주는 오징어들이 자꾸 사라지는

원인을 땅콩에게 있다고 판단합니다.

땅콩때문이 아니라는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이득을 위해

전쟁을 멈추지 않죠.

약자인 땅콩들은 아몬드 캐슈넛, 호두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동맹을 이끌어냅니다.



땅콩모양의 창너머로 오징어들이 춤을 추고 있는 오늘의 책은

고혜진 작가님의 <오징어땅콩전>입니다.

주황과 보라색이 전체적인 톤을 차지하고 있어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생동감과  전쟁의 차가움을 잘 살린 책입니다.

따뜻하고 활기찬 주황색은 땅콩을,

신비롭고 차분한 보라색은 오징어를 상징합니다.


<오징어땅콩전>은 위트와 풍자로 전쟁의 아이러니와 평화의 의미를 되묻는 책입니다.

전쟁을 다룬 그 어떤 책보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책이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오해로 시작된 편견과 불신이 전쟁으로 이어지고

모두 죽는다는 뻔한 내용인데 말이죠.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관객은 모든 상황을 아는데 주인공들만

모르는 경우가 나오죠.

끝내 오해가 풀리기도 하고 둘이 합심해 둘 사이를 이간질했던

악당을 혼내주기도 하는데요.

이 책에서는 오해가 풀려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끼리 파국으로 치닫고 맙니다.


과자공장이 잘못이지 땅콩이 무슨 잘못이 있었겠어요.

생각해 보면 지금의 이란과 미국의 전쟁도 그렇지 않나요?

처음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해도 이제는 힘의 과시를 보여주겠다는

자존심의 문제로 번진 양상입니다.

그 사이에서 중국, 러시아는 이득을 보고 있구요.

협상의 과정에서 나오는 온건파와 강경파의 대립도 늘 봐온 양상이구요.

전쟁에서 승자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전쟁이 틈을 노리는 자들은

힘의 논리로 이득을 챙긴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가까운 사이에서도 이런 일은 너무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이럴 때 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관객'을 소환합니다.

뭔가 다른 문제가 있었을 거라고, 내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거라고 말이죠.


대화로 풀다 보면 상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때가 더 많지 않나요?

과도한 해석이 항상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장면은 정말 감탄만 나오는데요. 꽁꽁 숨겨두겠습니다. ㅎ


이 책을 읽은 이상 당분간은 오징어땅콩과자를 못 먹을 것 같네요.



#오징어땅콩전 #고혜진 #그림책 #오징어땅콩과자

#달그림 #서평단 #자몽커피 #책서평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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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실격 시즌 1 - 이걸 영화라고 찍었냐
Zinn 지음 / 9월의햇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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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 떠올랐다.

수많은 직업 중 하나인 '감독'만 실격한 거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망한 영화감독은  인간실격과 거의 동급으로 취급되는 사람들이었다.

10년 전 '꼴리는 영화'라는 제목의 B급 영화를 찍었다가 흥행과 평점에 모두 바닥을

친  최경진 감독이 주인공이다. 영화 폭망 이후 제작사까지 날아가고 몇 군데

제작사를 전전하다 최근에 들어간 곳에서 시나리오를

쓰고는 있지만 돌아오는 피드백은 '재미없다'는 혹평뿐이다.

10년 동안 놀기만 했는가? 그렇지 않다

여러 아이디를 만들어 자신이 찍은 유일한 영화의 평점을 관리하고

영화 리뷰어 애널맨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영화감독을 주인공으로 한 웹소설까지 쓰고 있는 나름 할 건 다하는 인물이다.



이런 부캐들이 있어 10년 감독으로서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때마다 최감독은 버텨낼 수 있었다.

그가 남기는 영화 혹평이 입소문을 타며 애널맨이 파워 인플루언서 영화 리뷰어가 되었고

부담감이 없는 상태에서 써서 그런지 웹소설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꼴리는 영화에 달린 댓글에 한풀이를 동료 감독들의 영화에 풀어내던 어느날

 그의 신경을 긁는 일이 생겼다.

 바로 '꼴리는 영화'에 악평을 날린 

'난니맨'이 비밀리에 활동했던 애널맨 블로그에 와서 최감독의 실명을 거론하며

영화나 잘 만들라는 말을 남긴 것이다.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면 좁디좁은 영화판 세계에서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의 용인선상에 오른 인물은 다음과 같다.

폭망감독보다는 감독 지망생에게 미래가 더 있다고 생각하는 동민

같은 제작사에서 일하는 석팀장

빨리 다른 길 찾아보라고 직언해 준 같은 과 후배 미나

조감독을 접고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자승

자신의 영화에 평점 만점을 준 구작가


그가 몸담고 있는 밀리언 필름에서 자신이 쓴 시나리오는 재미가 없다며

다른 시나리오로 B급영화를 찍자는 제안을 받는다.

아내와 딸을 봐서라도 다시 폭망감독이 될 수 없었던 최감독은 거절하지만

감독 방도 주고 법인카드도 쓸 수 있다는 말에 일단 수락하고 만다.

강대표의 제안을 일단 받아들인 이유는 시간을 벌면서 더 나은 시나리오를

쓰겠다는 플랜 B가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이 꿈이었지만 영화사 직원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는데 회사가 망해버려

본의 아니게 다시 삼독의 길을 걷데 괸 것이다. 그때만 해도 내가 영화를 안 하면

안 했지 폭망 감독으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p.244



한때 충무로 최고의 흥행감독이었으나 연이은 흥행실패로 사재까지 털어

자기 영화를 만들다 패가망신한 임감독의 장례식장에서 주인공은

구작가를 만나게 된다.

공모전에 심사를 맡았던 임감독이 구작가를 떨어뜨리고 스토리도

자신의 것인 양 각색을 해서 영화를 찍은 인연이 있었기에 장례식장에

나타난 구작가를 모두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10년 동안 한 작품만 써왔다며 최감독에게

한번 봐다라며 보낸 이 시나리오가 큰 파장을 불러오는 문제의 발단이 된다.

석팀장과 밀리언 필름의 막내인 서연이 감독방에 있던 프린트물을 보고 최감독이 썼다고

철석같이 믿어버렸기 때문이다. 너무도 오랜만에 칭찬을 들으니

이성이 마비가 돼버렸는지 얼떨결에 누가 썼냐는 물음에

'나'라고 대답을 해버린다.



그나마 말이 되는 건  나도 이런 거 쓰고 있었는데 아이템이 겹쳤을 뿐이라는

우연이었다. 원래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는 법이다. 하루빨리 시나리오를 우라까이해서

새로 하나 써 둬야겠다. 나중에 표절이니 뭐니 따지면 옛날에 써 둔

건데 그저 아이템이 겹쳤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p.305


이렇게 감독실격 1편이 끝난다. 난니맨의 정체도 궁금하고 구감독의

시나리오를 훔친 최감독의 최후도 너무 궁금하다.

영화판의 실제가 정말 이런가 싶어서 주변에 연영과 가겠다면 뜯어말리고 싶다.

블랙유머로 해부한 영화판의 민낯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읽어보시길...


왕과 사는 남자 누적수가 1500만 명이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애널맨 최감독이라면 어떤 평을 내놓았을지 궁금하다.




#감독실격 #zinn #9월의햇살

#서평단 #자몽커피 #책리뷰 #책서평

#영화감독 #영화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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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벌레 이야기 (양장) - 에도 시대 괴담 모음집
호소베 편역 / 틈새의시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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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시대는 17세기 초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승리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에 막부를 창설하고 집권하던 시대이다.

나라 전체적으로 볼 때 경제 수준도 높고, 괄목할 만한 경제적 발전이 있었으나 그 내면에는 극심한 빈부격차가 존재했고 당연히 착취의 대상은 농민이었다.

 일례로 에도 시대에는 무명 이외는 입어서는 안 된다, 아침부터 밤까지 일할 것, 술이나 차는 마시지 말 것 등의 엄격한 룰로 막부에서 농민들을 심하게 통제했었다. '농민과 깨는 짜면 짤수록 나온다'는 막부 관리의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장인과, 상인, 무사계급이 살던 도시와는 딴 세상인 것.

그 시대의 서민문학만큼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또 있을까?

오늘 소개할 책은 에도 시대의 괴담을 모은 <방울벌레 이야기>다.

 무로마치 시대부터 에도 시대까지, 이름 없는 민초들이 입에서 입으로 옮기며 살을 붙여온 보기 드문 기록물들이다.


현대 작가의 창작물이 아닌 만큼 기교적인 면이나 극의 긴장감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날것의 저주’가 주는 으스스한 공포는 그 어떤 책 보다 압권이었다.


수백 년간 사람들의 머릿속을 지배했던 진짜 ‘두려움’을 한 곳에 모았다.

덕분에 이야기 자체가 품은 으스스한 기운이 갈피마다 살아 있다.




방울벌레라고 해서 방울을 닮았나 했더니 생김새는 메뚜기나 귀뚜라미를 닮았다.

다만 소리가 자명종처럼 요란하게 울어서 방울벌레라는 명칭이 생긴 듯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젊은 스님이 에도로 상경하는 중 낡고 버려진 오두막에서 잠을 청하면서

일어난다. 잠결에 스님~ 스님~ 하길래 깨어보니 웬 여인이 문간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집주인은 아니고 근처에 사는 사람인데 스님과 말동무를 하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라고

부탁을 한다.

문간을 사이에 두고 젊은 스님과 여인이 앉아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소름이

돋기 시작한다.

'스즈무시' 즉 방울벌레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인과

전국을 돌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모으는 일을 하고 있는 젊은 스님의 목소리만 들리는

어두운 밤.



두꺼비, 뱀, 여우 등이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동물로 나올 때면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비슷하구나 싶다가도 너구리가 나오는 이야기를 볼 때면 또 엄청 다르다는 점을 느낀다.

책에서도 너구리는 인간을 홀리는 영물로 많이 나오는데 롯데 oo의 상징이 너구리여서

그런지 내 눈에는 귀엽게만 느껴졌다.


심성이 못되고 인색한 주인들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권성징악의 내용들을 볼 때면

선악의 기준도 명료했구나 싶다.

요사스러운 인형이나 귀신을 떼어내는 방법으로 강을 이용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자연의 힘, 자연의 치유능력을 믿은 그 당시 사람들의 마음이 읽히는 부분이었다.

<시라키죠 전설>에서는 스토커처럼 자신을 짝사랑한 여인을 물을 이용해 떼어내는 데

성공한 스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원한을 가진 여인은 구렁이로 변해 스님을 죽이려 하고

그때 주지스님이 나타나 젊은 스님을 구해준다. 그런데 결국은 구렁이에 스님이 통째로

삼켜진다는 점이다.  여인을 떼어낸 방법도 잔인하지만 자신을 구해준 주지 스님의 명도를

탐했으니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남이 모르는 죄>는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떡집을 하는 부부에게 딸하나가 있는데 어찌나 몸이 허약한지 매일같이 앓아누워 있는

처자였다. 떡집을 찾아온 한 나그네가 딸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한다.

나그네가 버려진 절에 들어갔는데 그곳은 야차들의 소굴이었다.

밤이 되자 야차들은 도마 위에 가냘픈

여인을 사정없이 짓누르기 시작했다.

야차는 여인의 몸에서 나온 피를 받고 있었는데

떡집을 운영하던 부모들이 절에서 온 심부름꾼을 속인 떡의 무게였던 것이다.

짧은 이야기들이 수루룩 읽히면서 어느 순간 어? 하고 멈칫하게 된다. 도마 위에서

짓이겨져 피를 흘리는 모습 하며 아니 부모의 죄를 왜 자식이 받는 건데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면서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누군가 나 대신 벌 받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드는 건 뭘까?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걷는 장작>도 좋았다.

장작을 열 묶음 사서 마당에 쌓아두면 꼭 열 번째 묶음이 없어지는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

스무 묶음, 서른 묶음을 쌓아 두어도 반드시 열 번째 뭉치가 사라지길래 농부는

아홉 단까지만 장작을 쌓아두기 시작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처음엔 효험이 있는 듯 보였지만 9일째에 장작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농부는 없이 묶음씩 쌓고 묶음은 포기하기로 했다고.

10분의 1 정도는 기부하고 살아야지 라는 겸손한 마음이 들기도.

신을 찾을 때도 염치가 있어야 한다는 <기도해도 소용없다>

누군가 지독한 저주를 걸어 병이 생긴 다이묘가 고승을 불러 기도를 올렸는데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에도시대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구나 싶었다.

착하게 살라는 것, 버려진 물건은 함부로 줍지 말라는 것,

때로는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




그나저나 방울벌레여인에게 밤새 이야기를 들려준 젊은 스님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살아남았을까?

에도시대의 화가였던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그림이 계속 발목을 잡는 책,

<방울벌레 이야기>였다.





그건 내가 여우와 고양이 사이에서 태어난 덕분이다. 그렇기에 오래 살지 않고도

말문이 트인 게지. p.67


이윽고 모든 손님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죽어 넘어졌고 시체는 모두 너구리로 변했다. p.94


"자네가 주웠던 것처럼 판자에 올려놓고 강 위에서 뒤로 흘려보내는 거야. 아이가 혼자서

놀도록 달래는 마음으로 말이야."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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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커피 #에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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