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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벌레 이야기 (양장) - 에도 시대 괴담 모음집
호소베 편역 / 틈새의시간 / 202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에도 시대는 17세기 초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승리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에 막부를 창설하고 집권하던 시대이다.
나라 전체적으로 볼 때 경제 수준도 높고, 괄목할 만한 경제적 발전이 있었으나 그 내면에는 극심한 빈부격차가 존재했고 당연히 착취의 대상은 농민이었다.
일례로 에도 시대에는 무명 이외는 입어서는 안 된다, 아침부터 밤까지 일할 것, 술이나 차는 마시지 말 것 등의 엄격한 룰로 막부에서 농민들을 심하게 통제했었다. '농민과 깨는 짜면 짤수록 나온다'는 막부 관리의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장인과, 상인, 무사계급이 살던 도시와는 딴 세상인 것.
그 시대의 서민문학만큼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또 있을까?
오늘 소개할 책은 에도 시대의 괴담을 모은 <방울벌레 이야기>다.
무로마치 시대부터 에도 시대까지, 이름 없는 민초들이 입에서 입으로 옮기며 살을 붙여온 보기 드문 기록물들이다.
현대 작가의 창작물이 아닌 만큼 기교적인 면이나 극의 긴장감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날것의 저주’가 주는 으스스한 공포는 그 어떤 책 보다 압권이었다.
수백 년간 사람들의 머릿속을 지배했던 진짜 ‘두려움’을 한 곳에 모았다.
덕분에 이야기 자체가 품은 으스스한 기운이 갈피마다 살아 있다.
방울벌레라고 해서 방울을 닮았나 했더니 생김새는 메뚜기나 귀뚜라미를 닮았다.
다만 소리가 자명종처럼 요란하게 울어서 방울벌레라는 명칭이 생긴 듯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젊은 스님이 에도로 상경하는 중 낡고 버려진 오두막에서 잠을 청하면서
일어난다. 잠결에 스님~ 스님~ 하길래 깨어보니 웬 여인이 문간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집주인은 아니고 근처에 사는 사람인데 스님과 말동무를 하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라고
부탁을 한다.
문간을 사이에 두고 젊은 스님과 여인이 앉아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소름이
돋기 시작한다.
'스즈무시' 즉 방울벌레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인과
전국을 돌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모으는 일을 하고 있는 젊은 스님의 목소리만 들리는
어두운 밤.
두꺼비, 뱀, 여우 등이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동물로 나올 때면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비슷하구나 싶다가도 너구리가 나오는 이야기를 볼 때면 또 엄청 다르다는 점을 느낀다.
책에서도 너구리는 인간을 홀리는 영물로 많이 나오는데 롯데 oo의 상징이 너구리여서
그런지 내 눈에는 귀엽게만 느껴졌다.
심성이 못되고 인색한 주인들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권성징악의 내용들을 볼 때면
선악의 기준도 명료했구나 싶다.
요사스러운 인형이나 귀신을 떼어내는 방법으로 강을 이용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자연의 힘, 자연의 치유능력을 믿은 그 당시 사람들의 마음이 읽히는 부분이었다.
<시라키죠 전설>에서는 스토커처럼 자신을 짝사랑한 여인을 물을 이용해 떼어내는 데
성공한 스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원한을 가진 여인은 구렁이로 변해 스님을 죽이려 하고
그때 주지스님이 나타나 젊은 스님을 구해준다. 그런데 결국은 구렁이에 스님이 통째로
삼켜진다는 점이다. 여인을 떼어낸 방법도 잔인하지만 자신을 구해준 주지 스님의 명도를
탐했으니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남이 모르는 죄>는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떡집을 하는 부부에게 딸하나가 있는데 어찌나 몸이 허약한지 매일같이 앓아누워 있는
처자였다. 떡집을 찾아온 한 나그네가 딸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한다.
나그네가 버려진 절에 들어갔는데 그곳은 야차들의 소굴이었다.
밤이 되자 야차들은 도마 위에 가냘픈
여인을 사정없이 짓누르기 시작했다.
야차는 여인의 몸에서 나온 피를 받고 있었는데
떡집을 운영하던 부모들이 절에서 온 심부름꾼을 속인 떡의 무게였던 것이다.
짧은 이야기들이 수루룩 읽히면서 어느 순간 어? 하고 멈칫하게 된다. 도마 위에서
짓이겨져 피를 흘리는 모습 하며 아니 부모의 죄를 왜 자식이 받는 건데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면서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누군가 나 대신 벌 받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드는 건 뭘까?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걷는 장작>도 좋았다.
장작을 열 묶음 사서 마당에 쌓아두면 꼭 열 번째 묶음이 없어지는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
스무 묶음, 서른 묶음을 쌓아 두어도 반드시 열 번째 뭉치가 사라지길래 농부는
아홉 단까지만 장작을 쌓아두기 시작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처음엔 효험이 있는 듯 보였지만 9일째에 장작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농부는 할 수 없이 열 묶음씩 쌓고 한 묶음은 포기하기로 했다고.
10분의 1 정도는 기부하고 살아야지 라는 겸손한 마음이 들기도.
신을 찾을 때도 염치가 있어야 한다는 <기도해도 소용없다>
누군가 지독한 저주를 걸어 병이 생긴 다이묘가 고승을 불러 기도를 올렸는데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에도시대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구나 싶었다.
착하게 살라는 것, 버려진 물건은 함부로 줍지 말라는 것,
때로는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
그나저나 방울벌레여인에게 밤새 이야기를 들려준 젊은 스님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살아남았을까?
에도시대의 화가였던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그림이 계속 발목을 잡는 책,
<방울벌레 이야기>였다.
그건 내가 여우와 고양이 사이에서 태어난 덕분이다. 그렇기에 오래 살지 않고도
말문이 트인 게지. p.67
이윽고 모든 손님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죽어 넘어졌고 시체는 모두 너구리로 변했다. p.94
"자네가 주웠던 것처럼 판자에 올려놓고 강 위에서 뒤로 흘려보내는 거야. 아이가 혼자서
놀도록 달래는 마음으로 말이야."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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