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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우리는 가족이었을까?
프란츠 카프카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4년 7월
평점 :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작가 카프카, 부조리함의 대명사 프란츠 카프카를 오랜만에 만났다. 카프카의 작품은 스토리가 있어도 그저 무의미한 사건의 반복일 뿐이라 이름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해가 용이하지 않은 작가다. 그런데도 카프카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혀지고 있다. 이런 일련이 사실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시금 생각해보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후 여행판매원일을 하며 집안의 가장으로서 부모님과 여동생을 부양하며 살고있는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날 아침 깨어나보니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레고르는 벌레로서의 삶에 적응하고, 일자리를 구한 가족들은 그레고르의 월급 없이 살아가는데 익숙해지지만 그동안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 그레고르를 가족들은 불편해하기 시작한다. 어느날 그레고르 방에 들어갔다 놀라 기절한 어머니 소식에 퇴근하고 돌아오신 아버지는 그레고르에게 사과를 던지고, 등껍질에 깊이 박힌 사과로 인해 그래고르의 등은 썩기 시작한다. 벌이가 충분하지 않자 가족들은 세명의 하숙생을 들이는데 여동생 그레텔의 바이올린 연주에 이끌려 거실로 나온 그레고르를 보고 하숙생들이 기겁을 하자 여동생은 그레고르를 내쫓아야한다고 말한다. 그레고르의 사후에 보인 가족들의 태도에서 그 비극성은 더욱 극명해진다. 마지막에 벌레가 된 그레고르의 사체를 치워버리고 해방된 마음으로 느긋하게 소풍을 떠나는 그의 가족들, 어느 누구하나 그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는다. 그냥 무덤덤하게 그레고르의 허무감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면서 그렇게 비상식적인 가족들의 반응으로 이 작품은 끝이 난다.

어느날 깨어나보니 벌레가 되어 있더라는 도입부는 처음에는 실감나지 않았다. 하지만 읽다보면 인간 그레고르 잠자를 벌레로 제3자화 시켜버리는 작가의 시도가 당황스럽지만 설득력이 있다. 억압으로부터의 자유, 강력한 순응 압박에 시달리는 인간의 부패, 허위의식을 그리고 있지만 탈출은 못하고 있는 부조리함을 다루며 자본주의라는 권력앞에서 현 존재를 왜곡시키는 설정을 통해 인간의 자기 소외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리중 어느 누구도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장소의 노예 신세를 벗어 던질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항상 근원적인 모순과 실존속에서 고민하면 살아간다. 그러나 그런 현실 속에서 그나마 탈출구를 마련해주는 사람은 카프카와 같은 작가가 아닌가 싶다.

언제나 외견상 이해하기 어려운 미궁과 같은 특성을 보여주는 자신의 작품에 관하여 카프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내가 말하는 것가 다르게 쓰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말하며, 내가 생각해야만 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깊은 암흑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이렇게 진행된다. ' 이것은 무시무시하고 위협적인 세계 내적 삶에서 벗어나고픈 작가의 열망이 담겨있는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에서 작가님이 말하는 위협적인 힘은 아버지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레고르가 변신하기 전에 영위했던 것은 부친 대신 떠맡은 부채와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였다. 그러나 변신한 후 그레고르는 가족에게 기생하는 상태로 전락하며 그레고르에게 기생했던 부친은 무력해진 아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작가는 부친으로 대변되는 자신을 지배하는 세계를 탈피하고자 끊임없는 시도를 하였다고 한다. 「변신」은 비록 작고 보잘것 없는 자신이지만 무언가 강력한 힘에 의해 지배받는 것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작가의 열망이 담겨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왜 벌레가 되었는지, 변신을 했다고 하더라도 왜 하필 벌레로 변신을 했는지 작가는 그 어떤 것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기때문에 나의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읽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 나는 누구인가? " 라는 작가의 물음에 답하며 카프카만의 독특한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얇고 부담없는 이 책으로 시작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제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재정비할지 고민할 충분한 시간이 생겼다.
때때로 그는 가족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자신에 대한 부실한 관리에 분노가 치밀었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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